제안: 무거운 격검용 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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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무거운 격검용 칼이 필요하다.
과거의 격검 훈련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죽도, 후쿠로시나이(袋竹刀), 목검 등을 사용하였다. 100여년 전에는 이런 소재가 가장 적절한 것이었다.

대나무로 만든 죽도 일 지라도, 세게 맞으면 큰 부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검도 호구가 발달했다. 검도호구는 일본 검술의 오랜 연구와 상상력이 모두 녹아있는 매우 훌륭한 장비이다. 현대에도 검도 호구보다 더 효과적인 장비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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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N 펜싱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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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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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로시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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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용 죽도

펜싱에서도 1600N의 강도높은 헬멧이 등장했고, 펜싱검에 뚫리지 않기 위해서 펜싱복은 방탄섬유를 사용하게 되었다.

펜싱복은 방탄소재인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다. 1970년대에 미국 듀폰사가 방탄소재의 재질을 개발하여 상표를 ‘케블라’라고 붙여 판매를 시작하였다. 아라미드 섬유는 나일론과 비슷한 합성섬유인데, 같은 굵기 일 때 강철의 5배의 힘을 가진다.

총알을 막는 방탄섬유와 달리 칼을 막는 펜싱복은 구조가 조금 다르다. 총탄같은 회전체의 압력을 막는것이 아니라, 보다 작은 면적을 수직으로 뚫고 들어오는 칼끝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수섬유로 코팅된 표면이 1차 공격을 막아주고, 그 뒤에는 더욱 촘촘하게 배열한 씨줄과 날줄이 2차 공격을 차단한다.

펜싱복이 칼을 막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옷이 뚫리지만 않을 뿐이며, 물리적 충격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펜싱복이 검도의 죽도공격을 막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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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아라미드 섬유 / (우)카본 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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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미드 섬유 분자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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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아라미드 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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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블라 방탄판 테스트
검도 호구와 펜싱의 보호구장비는 매우 발달한 것 임에 틀림없지만, 대신 그 단점도 분명하다. 장비의 부피와 무게가 커서, 휴대하고 다니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검도 호구장비와 펜싱장비를 갖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쉽지 않은것이 사실이다. 만원버스나 지하철에 이런 장비를 가지고 승차한다고 생각해보자. 운동하러 가는것 자체가 고역이 될 것이다. 그래서 검도와 펜싱은 도장에 장비를 두고 다니게 되었으며, 도장 이외의 장소에서 운동하려면 여러가지 수고를 해야 한다.

조선말 택견이 대중놀이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보호구와 장비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경기가 가능하다는 대단한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서 유아기에 하던 놀이들의 공통점은 대개 비슷하다. 장비가 필요없고 언제 어디서든 가능해야 했다.

스포츠게임도 마찬가지다. 축구와 배드민턴이 대중적 인기를 얻은 이유는 주변에 적당한 공터만 있으면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축구와 배드민턴은 대표적인 대중 스포츠다. 축구나 배드민턴을 즐길때, 아이스하키처럼 수십킬로의 보호장비가 필요했다면 지금처럼 대중화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서 소재가 발달하고 격검이 일반화 되면서, 새로운 장비들이 등장했다.

스펀치 검이 그것이다.

스펀치검은 맞아도 부상이 없으므로, 별도의 검도 호구 없이도 격검이 가능하고, 제작 단가도 저렴할 뿐 아니라 휴대도 간편했다. 가히 꿈의 소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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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펀지 검
그런데 스펀치검의 결정적 단점이 존재한다. 도구가 가볍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 이었다.


스펀치검의 결정적 단점
이것이 진검이라면 무게가 1kg 전후가 되었을 것이며, 죽도라면 520g 정도가 되고, 목검이라면 700g 정도가 된다.

펜싱의 에페 검은 무게가 770g이며, 사브르검의 무게는 500g 이하이다. 격검용 가검인데도 불구하고 펜싱검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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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에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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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플러레 검

삼단봉은 대개 500g에서 700g사이의 무게를 가진다. 200-300g의 경량 삼단봉도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쓰기에는 너무 가볍다.

그런데 길이 60-70cm이고 무게가 700g인 철제 파이프를 빠른 속도로 휘두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목과 팔꿈치 인대에 부상을 입기 쉬우며, 테니스-골프 엘보 증상이 오기 일쑤다.

부상은 대개 목표 지점에서 타겟을 맞추지 못했을 때 온다. 삼단봉이 목표한 포인트에서 제대로 맞으면 나의 팔꿈치에 큰 부상이 오지 않겠지만, 목표를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휘두르게 될 경우에 부상이 쉽게 일어난다.

그러다보니 목표한 타겟 포인트에 도달하기 전에 팔의 힘을 빼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게 되며, 실전에서 타격의 충격량을 감소시키는 나쁜 습관들이 몸에 배게 될 수 있다.

실제 격검 훈련의 현실이 이렇다보니, 100g 정도의 가벼운 스펀지검은 쉽게 운동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었다.

극도로 경량화 된 스폰지 검은 빠른 속도의 공격을 가능하게 하지만, 검술의 기본적인 기술인 패리나 바인딩과 같은 정교한 동작을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마찰력이 낮아 검날이 상대방의 검에 쉽게 걸리지 않아 검술의 다양한 방어 기술을 활용하기 어렵다.

기존의 스폰지 검은 안전성과 접근성이 높아 검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장점이 있지만, 검술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훈련 도구로서의 기능은 제한적이다. 특히, 검술의 핵심인 타격의 정확성과 힘 조절, 그리고 상대방의 공격을 예측하고 방어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스폰지 검은 검술의 재미를 추구하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전통적인 검술의 기술과 원리를 제대로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도구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검술 유파에서는 검술의 다양한 기술과 전략을 익히기 위해서는 스펀지검 보다는 진검이나 목검과 같은 전통적인 훈련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되었다.

스펀지검의 이런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해결된다면, 호구없이 격검할 수 있는 훌륭한 장비로써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펀지검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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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중량 스펀지검
이 장비는 60cm 길이의 소도(와키자시)이다. 소도인데도 345g이 나오며, 1미터 장검은 500g이 넘는다.

표면 재질이 비닐이 아니어서 바인딩도 가능하고 제한적인 패리도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시중에 나온 격검용 장비중에는 가장 진보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무게가 좀 있다보니 손목 요골을 맞으면 통증이 조금 있지만, 뼈가 부러질 정도는 아니다. 하키 장갑 정도를 손에 착용하면 충격을 막을 수 있다.

머리에 맞아도 큰 충격은 없다. 호면 안쓰고 죽도를 머리에 맞으면, 충격으로 인해 두개골이 깨지거나 기절할 것이 분명한데, 이 장비는 머리에 맞아도 그냥 견딜만 하다. 눈 보호를 위해 서바이벌용 보호안경 정도 쓰면 충분하다.

평소에 이 정도 장비로 훈련을 해야, 실제 상황에서 삼단봉을 꺼내서 가해자와 대결할 수도 있는 것이다.

100g짜리 스펀지검으로 평소에 격검을 했던 사람은, 실제 상황에서 500-700g짜리 삼단봉을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하며, 기술을 쓰지도 못한다.

스펀지검을 이용한 소태도나 삼단봉 격검은 장비가 너무 가벼워서 검술이나 무기술의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며, 상대를 슬쩍 스치는 정도에도 점수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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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봉
이 스펀지검은 가벼운 것 이어서 충격이 없지만, 이것이 실제 삼단봉이었다면 너는 크게 다쳤을 것 이라며, 정신승리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의 격검 상황이다. 이 표현들이 이해가 된다면, 이미 격검을 상당히 해 본 사람 일 것이다.

무거운 장비를 사용할 경우에 관절과 근육부상을 입기 쉬운 부분은, 제대로 된 검술훈련과 트레이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오래되고 전통있는 문파들은 구체적인 훈련의 방법론이 다 있기 마련이다.

무술은 눈으로 보여지는 투로에 비전이 있는것이 아니며, 훈련방법이 비전이다. 그 기술을 어떻게 실제로 몸에 구현해 내는가, 그 훈련방법은 책에도 쓰지 않으며 영상으로 올리지도 않는다. 세상 모든 스포츠가 다 마찬가지다.

자신의 몸으로 기술을 쓸 수 있게 된다면 그 후에는 장비가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이때 이런 새로운 격검장비들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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