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주를 죽인,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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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퇴는 무엇인가?

철퇴 (鐵槌)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다.

① 쇠로 만든 몽둥이.
② 병장기의 하나. 끝이 둥그렇고 울퉁불퉁한 여섯 자 정도 길이의 쇠몽둥이로 적을 쳐 죽이는 데 썼다.
③ 해머던지기 경기에서 사용하는 기구. 무게는 7.26kg 이상이며, 금속제의 구(球)에 강철선을 붙여 말단에 손잡이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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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퇴는 영어로 메이스(mace)라 하며, 동서양과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도 사용되어 왔다. 석기시대의 인류가 가장 먼저 만들어낸 무기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무기라 한다.

​원시인은 손쉽게 동물의 뼈를 타격용 둔기로 사용했을 것이며, 나중에는 돌멩이를 나무에 매달아서 석기 둔기로 썼다. 돌로 만들었으니 Stone Mace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박물관에는 주먹만한 돌멩이에 구멍을 뚫어서 만든 초기 메이스 유물이 남아 있고, 청동기 시대에도 이미 청동으로 만든 철퇴 헤드가 있었다.

한국의철퇴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은입사귀면문철퇴

터키의 철퇴터키의 철퇴

터키의 철퇴타키 이스탄불 군사박물관 소장 철퇴들

​특히 유럽에서는 판금갑옷을 입은 기사를 제압하기 위한 무기로 애용되었으며, 유목민족들이 살아온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도 철퇴는 자주 사용된 무기였다. 터키 군사박물관, 인도 박물관등에는 중세부터 사용해 온 철퇴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삼국시대와 고려의 철퇴는 유물로 남은 것이 없지만, 고구려의 철퇴는 고분에서 출토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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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은입사귀면문철퇴

일본은 일본도로 유명하지만, 조선은 철퇴를 많이 썼다고 추측된다. 조선시대 유물중에 대표적인 것이 은입사 귀면문 철퇴 (銀入絲 鬼面文 鐵鎚)인데, 보물 제1444호로 지정되어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은입사귀면문철퇴 (銀入絲鬼面文鐵鎚)는 19세기경에 의장용으로 제작된 것이며, 외면에 화문을 은으로 입사하였다. 퇴부는 연봉(蓮峯) 상태이며, 좌우에 도깨비 문양을 은으로 입사하였다.

​조선의 은입사귀면문철퇴 (銀入絲鬼面文鐵鎚)는 아마도 지구상에 존재했던 철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이라고 칭송되어도 마땅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철퇴는 다른 나라에 없기 때문이다.

대개 왕실에서 공들여 만드는 제품은 그 시대를 대표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텐데, 조선왕조는 일본도 같은 검이나 창을 만든 것이 아니라 철퇴와 사인검 제작에 조선왕조의 예술적 능력을 쏟아부었다. 이 사실에서 조선에서는 검 보다 철퇴가 더 의미있고 소중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국립고궁박물관에는 그밖에도 2가지의 철퇴를 소장하고 있다.

​① 은입사귀면문철퇴銀入絲鬼面文鐵鎚
유물번호 : 보물 제1444호 / 창덕12947
연대 : 조선시대
재질 : 금속
크기(cm)길이 : 73.3cm

② 철퇴鐵槌
유물번호 : 창덕26723
연대 : 한국 / 조선
재질 : 금속철제
크기(cm)길이: 203cm, 너비: 23cm
51655962063 184615ff21 w d이 철퇴는 길이가 2미터가 넘으며, 의장용을 넘어서 실내 인테리어 용으로 사용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③ 철퇴鐵槌
유물번호 : 창덕26724
연대 : 한국 / 조선
재질 : 금속 철제
크기(cm)길이 : 51cm, 너비: 5.5cm
51655740926 1c0101acb7 w d실제로 조선에서는 중요한 정변이나 사건에서 철퇴가 사용되었다. 약 1천년전 고려 무신정변때 이의방이 이고를 철퇴(鐵槌)로 쳐 죽인 사건이 있었고, 고려말에 이방원이 부하이자 자객인 조영규로 하여금 선죽교에서 정몽주를 암살할때도 철퇴가 등장하며, 계유정난때 수양대군 세력이 김종서 장군을 죽일때도 철퇴를 사용한다. 만약 일본이었다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일본도로 정적을 죽였을 것이다. 조선에서 정적 암살에 검이나 도가 사용된 적이 없고, 주로 철퇴 였다는 것은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현대의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뭔가 크게 엄벌을 내린다고 할 때, ‘철퇴를 내렸다’, ‘철퇴에 맞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현대인의 사고에서도 철퇴는 벌을 내릴 때 사용하며, 처벌의 집행도구 인 셈이다.

​중동, 중앙아시아에서는 철퇴가 많이 쓰였으며, 그 유물들이 지금도 박물관에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인도 신화에 나오는 원숭이 신 하누만은 거대한 철퇴를 들고 나오는데, 하누만 철퇴의 이름이 가다(Gada)이다. 인도 레슬링에서 행해지는 체력훈련의 일종인 메이스 훈련에 사용되는 도구의 이름은 여기서 온 것이다. 물론 이렇게 거대한 철퇴는 무협이나 환타지에 나올 뿐, 실전에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최홍만 급의 천하장사라고 할 지라도 20킬로가 넘는 철퇴를 실전에서 과연 몇 번이나 휘두를 수 있겠는가? 하루종일 지속될 수 있는 전투에서 수백 수천번을 휘두르려면, 철퇴 헤드는 2킬로 미만이어야 한다. 인도 레슬링의 가다 훈련은 웨이트 체력훈련인 것이지, 그것을 싸움에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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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신화의 하누만神과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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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철퇴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철퇴는 둔기에 속하며, 칼날이 없다. 따라서 상대에게 충격을 가해 다치게 하거나 살상하는 무기이다. 칼은 주목적이 자상을 입혀서 살상하는데에 있으나, 철퇴는 살상과 진압, 이 두가지가 모두 가능하다.

칼을 들고 상대를 적당히 제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저 칼날을 보여서 상대가 스스로 싸울 의지를 포기하게 하거나, 계속 싸울 의지가 있을 경우에는 자상을 입히는 것, 이 두가지 선택 중의 하나 일 뿐이다.

칼날이 있는 무기는 자상과 위협, 둘 중에 하나의 상황이 존재할 뿐, 물리력을 이용하여 제압과 진압이라는 중간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철퇴는 가볍게 혹은 강하게 때려서 진압하는 것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서는 사망에도 이르게 할 수 있다. 갈등 상황에서 반드시 상대에게 자상을 입혀 피를 보는 것이 최선의 결과나 목표는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격필살(一擊必殺)’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고의 선택지를 매우 좁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분쟁 혹은 갈등상황에서 적을 반드시 죽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적당한 물리력을 이용한 제압이 사실 더 필요할 수 있다.

​중국에서도 철편(鐵鞭), 목편(木鞭)등의 타격기 무기가 매우 흔하였다. 타격기 무기의 장점이라면,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철퇴의 장점은 편리성과 경제성

① 무기의 내구성이 높다
칼은 전투후에 거의 대부분 칼날을 상하게 되며, 칼날에 이가 빠지거나 부러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래서 사무라이들이 전쟁에 나갈때는 일본도를 수십자루씩 말 등에 싣고 가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철퇴는 잘 파괴되지 않으므로, 한번 만들면 오랫동안 쓸 수 있으며, 잘 부서지지도 않는다. 무기의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 경제적인 무기이다.

② 가성비가 좋다
검이나 도를 만드는데에는 긴 시간과 노동력, 고비용 자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철퇴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제작이 가능하고, 심지어 돌이나 나무, 쇳덩어리만 있어도 어디서나 급조할 수 있다.

③ 살상하지 않고 진압이 가능하다
상대에게 자상을 입히지 않고, 진압만 하는 것이 가능하다. 분쟁 상황에서는 적을 죽이지 않고 무력화 해야 할 때가 있으며, 이런 무기는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다.

​공권력의 폭동 진압 상황을 예로 들어본다면, 초기 진압에는 곤봉과 방패를 사용하고, 폭도들이 무장하거나 진압이 어려워 질 경우에는 총기 사용을 하게 된다. 과거에는 칼은 총기사용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런 살상 상황까지 가기 전에는 둔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④ 배우기 쉽다
철퇴의 사용법은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검을 쓰기 위해서는 검선을 일치시키는 훈련과 기초적 사용 훈련을 해야 하며, 창도 적어도 란나찰 훈련을 해야 한다. 하지만 철퇴는 직관적인 무기여서, 이족보행 하는 인간은 손에 쥐자 마자 기본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⑤ 갑옷이나 두꺼운 옷을 입어도 공격이 가능하다
갑옷 입은 상대는 칼로 자상을 입히기 어렵고, 겨울 같은 계절에 두꺼운 옷을 입어도 쉽지 않다. 하지만 철퇴는 상대가 어떤 복장을 하고 있던 공격이 가능하다.

​⑥ 심리적 안정
피를 보게 된다는 것은 공격하는 사람에게도 부담이며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철퇴는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으므로, 공격자의 심적 부담이 적다. 즉 칼로 상대를 찌를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지만, 철퇴로 상대를 때리는 것은 쉽다.

⑦ 휴대의 편리성
철퇴는 짧아서 검이나 창 보다는 휴대가 간편하다. 옷 속에 감추어 다니기도 좋으며, 잘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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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퇴의 단점은 역시 살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① 낮은 살상력
적을 무조건 많이 죽여야 하는 전쟁터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둔기로 인한 타박상이나 골절상 보다는 자상이 훨씬 더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세 전쟁에서도 갑옷입은 기사를 제압할 때 보조기로 사용되었으며, 일단 갑옷을 철퇴로 때려서 충격을 준 다음, 스틸레토 같은 뾰족한 무기로 갑옷 틈새를 찌르는 것이 주로 이용되었다.

② 무겁다
무게가 있어야 철퇴로 사용이 가능하므로, 일단 조금 무겁다. 단검이나 암기처럼 갖고 다니기는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 살펴보아도 철퇴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아서, 지난 수 천년 세월 동안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애용되어 왔다.

철퇴의 종류

​① bludgeon
51656601980 9b4ecf83de w d② 플레일(Flail) : Ball and Chain
51655741226 83da2ec0bf z d③ 쇠도리깨 (편곤)
동아시아의 편곤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본래 타타르 기마병들이 사용하던 것으로써, 한반도에는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고도 하지만, 고구려 시대 유물에서 쇠도리깨가 출토되므로 우리쪽 역사가 더 오래되었을 수도 있다. 중국도 명군(明軍)안에 있던 타타르 부대가 사용했다 하며, 따라서 중원의 무기라기 보다는 북방 기마민족들의 무기였다고도 생각된다.​

농경사회에서 도리깨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쉽게 적응이 가능하였으며, 조선시대에 편곤을 사용하는 부대도 있었다.

​두 개의 봉 중에서 짧은 부분을 ‘자편곤(子鞭棍)’이라 하는데, 자편곤으로 쇠뭉치를 사용하게 될 경우에는 유럽의 플레일과 같은 무기가 된다. 유럽도 중세 이전에는 플레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중세 십자군 전쟁 이후에 동방에서 유입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상에서 사용하기에는 창이나 기타 장병기보다 편리하고 유용할 수 있다. 편곤은 마상에서 사용하는 마편곤(馬鞭棍)과 보병이 지상에서 사용하는 보편곤(步鞭棍)으로 나뉜다. 마편곤이 보편곤보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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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국내성에서 출토된 쇠철퇴 유물.
플레일 스타일이며 관절이 여러개여서 편곤과는 용법이 조금 달랐으리라 생각된다.
51655741186 6e2b3dbd33 z d경주 능지탑지 십이지신상 중 미(未)상은 편곤과 유사한 형태의 철퇴를 들고 있다. 신라시대에도 이미 편곤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편곤은 조선시대에 중국에서 수입된 외래 무기가 아니며, 고대부터 한반도에서 우리 민족이 사용하던 것 이었다.
51655962468 b4c5c73758 c d④ 모닝스타(morning star)
51655962423 9ee44d3fcc z d51655741651 8b19e2c9e4 z d한손으로 사용하는 무기지만, 양손으로 사용할 만큼 거대화 되면 중국의 낭아곤이 된다. 중국 낭아곤은 한손으로 사용하는 크기도 있다.

​최근에 좀비영화 등에서도 등장하며, 만들기 쉽기 때문에 누구나 상상하고 고안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래 무기는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 나오는 ‘루실(Luc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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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웨폰

좌측은 흔히 ‘좀비 웨폰(Zonbie Weapon)’ 이라 불리는 무기들중의 하나. 야구배트나 각목에 못을 박아서 손쉽게 제작하는데, 낭아봉의 한가지로 보아야 한다.

​낭아봉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도구여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서구에서는 Wood Nail Bat 라고 부르며, 좀비 웨폰의 한종류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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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좀비웨폰이며 낭아봉의 일종

⑤ 나무 목퇴
나무 목퇴는 헤드부분이 금속보다 커지기 때문에, 위압감이 있고 만들기도 쉬웠다. 목퇴의 변형은 아일랜드나 아프리카에서도 발견된다.
51655741111 aa5a6a8b17 w d⑥ 마사이족 룽구(rungu)
마사이족 룽구아프리카 전지역에서 발견되며, 현재는 케냐 탄자니아에 흩어져 사는 마사이족의 주력 무기이다. 마사이족 전사는 단창과 룽구를 가지고 다닌다. 단단한 나무로 만들며, 룽구의 형태는 한반도 발해와 아일랜드에서도 보이고 있다.

​⑦ 발해무사 목퇴
이 벽화는 발해의 정효공주 무덤 벽화이다. 발해는 고구려 각궁, 환두대도, 메이스를 주력 무기로 사용했다고 한다. 발해 메이스는 마사이족 룽구와 거의 똑같으며, 아일랜드 쉴레일리(Shillelagh)와도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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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퇴의 사용

현대 한국에서는 메이스에 대한 수요나 보급이 드물어서, 사용법이나 구분이 별로 없다. 현존하는 현대의 메이스들은 실제 사용하는 목적이라기 보다는 장식용 혹은 의전용만이 있을 뿐이다. 실제 사용되었던 메이스들을 연구하려면 박물관에 가는 수 밖에 없다.

​메이스 사용은 타격대상과 전술상황이 어떠냐에 따라 메이스의 선택이 달라진다.

마상(馬上)이냐 보병전(步兵戰)이냐에 따라 다르고, 상대가 판금갑옷, 즉 플레이트 아머를 입었느냐, 경갑옷이냐에 따라 다르다. 상대가 갑옷없이 경장 차림일 경우에는 무거운 중대형 철퇴를 들고 있는것은 오히려 죽기 알맞다.

철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무거운 헤드가 좋다고 착각하곤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헤드무게가 1킬로가 넘는 철퇴에 맞아줄 훈련된 무사는 없다.

빠른 속도로 기술을 사용하려면, 1킬로 이하의 철퇴여야 가능하다. 실제로 중장 갑옷용을 제외하고는 1.7kg이 넘는 철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박물관에 남아있는 유물들도 거의 대부분 헤드무게가 1kg를 넘지 않는다.

철퇴 제작

​1) 자루 목재 선택
판금갑옷을 파괴하기 위한 고중량 메이스는 자루로 금속을 사용한다. 대개 철제 환봉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루가 무거우면 메이스의 전체중량이 증가하여 사용할 때 둔해지므로, 자루에 사용하는 철제 환봉은 지름이 20mm를 넘지 않으며, 손잡이 그립부분을 굵게 하기위해서 가죽을 감거나 나무 자루를 별도로 끼운다.

갑옷을 입지 않은 상대에게 사용하는 메이스는,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강도가 강한 나무를 사용한다. 흑단이나 유창목은 보기에는 멋있지만, 비중이 1.1이 넘으므로 자루로 사용하기에는 상당히 무겁다. 자루에 무게가 집중되는 것 보다는, 헤드에 집중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흑단처럼 무거운 나무는 사용하지 않는다. 박달나무, 참나무, 월넛 정도의 목재가 자루로 쓰기에 적당하다.

​흑단처럼 무거운 나무로 메이스 자루를 사용하면, 자루 무게만도 헤드 무게의 절반이 넘어갈 것이므로, 실제 사용하기에는 불리해진다.

2) 자루 굵기
자루 굵기는 철제 환봉인 경우 20mm이내이며, 목재 환봉은 30mm전후가 적당하다. 메이스 손잡이의 지름이 25mm 이하일 경우, 타격시에 힘의 손실이 있으며, 몸통의 힘이 도구에 완전히 전달되기 어렵다.

올림픽 역도에서 사용하는 남성용 바벨바의 지름이 30mm이듯이, 성인 남자가 온전히 힘을 사용하기에는 30mm 굵기가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지난 수천년간 사용해온 철퇴 자루의 굵기는 30mm전후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체격과 손이 일반 성인남성보다 작을 경우, 30mm 이하를 사용하면 된다.

3) 자루 길이
단병기인 한손용 철퇴의 자루의 길이는 대개 60cm를 넘지 않는다. 그 이상의 길이가 되면 양손을 사용하는 쌍수 메이스가 된다. 짧은 쌍수 메이스는 환타지 게임에 등장할지도 모르지만, 실전에서 사용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쌍수로 짧은 철퇴를 휘둘러야 할 전투상황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병기로써의 쌍수 메이스는 다른 무기에 제압되기 쉬우며, 따라서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쌍수로 사용하는 메이스는 길이가 적어도 1미터가 넘으며, 장병기로 분류해야 하니, 여기서의 논의 대상은 아니다. 장병기 쌍수 메이스는 대개 적의 방패진을 깨거나, 백병전에서 앞에 나서는 버서커 역할을 할때에나 사용할 뿐, 개인 호신용 단병기로 사용하지 않는다.

60cm라는 길이는 성인 남성의 손끝에서 어깨까지의 일반적인 길이이다. 손끝에서 어깨를 넘어가는 길이의 메이스는 휘두를 때 자신의 몸통에 닿을 수 있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55cm 정도의 길이에서 사용하는 것이 알맞다.

4) 헤드 크기와 무게, 무게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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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철퇴의 무게중심을 찾아야 한다. 양측이 균형을 이루는 무게중심점을 찾고, 그 무게중심과 자루끝 까지의 거리에서 중간쯤이 손잡이 위치에 해당한다. 이 그림을 참고한다면, C와 D 사이가 자루가 되는 셈 인데, 실제로 쥐게 되는 곳은 D보다는 C 포인트에 더 가깝다. C포인트에서 D로 갈수록, 파워는 증가하지만 철퇴는 느려진다.

철퇴 헤드의 무게와 자루의 길이에 따라서 C포인트는 각각 달라지므로,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의 특성과 무게중심점을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판금갑옷을 상대하기 위한 철퇴는 미끄러져 자루를 놓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D포인트에 폼멜을 달기 마련이며, 사용할때는 D포인트에 가깝게 쥔다.

5) 헤드 고정방법
과거에는 자루를 헤드에 끼우고, 앞부분에 쇄기를 박아서 고정하였다. 그러나 현대의 기술로는 보다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 많다. 에폭시 수지 접착제로 고정하고 앞부분에 쇄기를 박으면 제작이 훨씬 편리해 진다. 헤드가 무거울 경우에는 구멍을 뚫어서 고정못을 사용할 수도 있다.

6) 자루 폼멜
폼멜은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안전하다. 휘두르다가 손에서 빠져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며, 끝에 줄을 달아서 상대의 눈을 가리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철퇴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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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구의 피트니스 업계에서 시작되어 한국에 상륙한 클럽벨, 메이스벨 훈련은 본래 전사들의 무기 훈련이었다. 중근동에서 체력훈련과 철퇴를 사용하기 위해 훈련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진 것이지, 클럽과 메이스 훈련이 최종 목적인 것은 아니었다. 고대에는 피트니스를 위한 프로그램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일상생활의 노동속에서 체력훈련이 이미 충분했기 때문에, 일부러 체육관에 가서 피트니스를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메이스와 클럽으로 체력훈련 했다고 해서, 철퇴를 무기로 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겠다.

메이스는 어떤 무기의 종속된 기술일까? 흔히 권법은 창술과 통한다고 한다. 분명히 권법, 창술, 봉술은 연관성이 있다.

​철퇴는 도법과 관련이 있다. 도법은 손목관절보다는 어깨관절과 팔꿈치 관절의 회전이 더 중요시 되며, 이런 점에서 철퇴와 단도(單刀)는 사용되는 근육과 부위가 비교적 일치한다.

용법에서도 철퇴와 단도(單刀)는 유사성이 발견된다. 중국에서 쌍추(双锤) 기술 용법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① 涮(쇄) : 씻을 쇄 be tricked
② 拽(예) : 끌 예 (질질 끌다) pulling
③ 挂(괘) : 걸 괘 hanging
④ 砸(잡) : 누를 잡 smashing
⑤ 架(가) : 건너지르다. racking
⑥ 云(운) : 구름 운
⑦ 盖(개) : 덮을 개
⑧ 壁(벽) : 쪼갤 벽. 내려치기

​이 기술들은 단도(單刀)의 초식에도 있으며, 단도(單刀)기술중에서 철퇴에 쓸 만한 기술만을 선택하여 집대성 한 것이다.

​도법과 철퇴 기술의 차이점이라면, 칼날의 유무 때문에 생긴다고 할 수 있다. 단도(單刀)는 붙은 상태에서 칼날을 대고 비비거나 베는 것이 흔한 기술인데 반해, 철퇴는 칼날이 없으므로 이런 기술들을 전혀 사용할 수가 없다. 따라서 철퇴를 다시 들었다가 휘둘러 치는 기술들 만이 살아남았다.

철퇴의 전완화는 손목을 최대한 가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팔꿈치를 더 많이 사용한다. 힘의 최종 전달경로는 손 이므로, 전완근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철퇴를 돌리는 주요한 회전의 축은 팔꿈치나 어깨가 된다. 회전을 해야 하는 기술에서, 회전의 축은 크게 손목, 팔꿈치, 어깨, 허리가 되는데, 검법에서는 손목 회전이 중요하고, 도법에서는 최종적으로 허리회전을 중요시 한다. 하지만 칼날이 없는 철퇴에서는 손목과 허리보다는 팔꿈치와 어깨 회전이 1차 포인트가 된다.

손목을 축으로 병기를 회전시키는 것은 검술에 해당한다. 검술 하듯이 손목을 축으로 철퇴를 회전시키면 손목에 가해지는 부하가 너무 크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렇듯 검술과 도법은 회전의 축이 다르며, 여기서 기술의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철퇴의 주요기술은 결국 壁(벽)과 挂(괘) 이며, 나머지 6가지 기술은 이 두가지 기술의 아래로 종속된다. 철퇴의 기술은 壁(벽)과 挂(괘)의 두가지 기술의 변화라는 부분에서, 중국 벽괘장의 기본 구조와 통하는 바가 있다. 철퇴를 아주 잘 사용하고 싶다면, 먼저 벽괘장(劈掛掌)을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벽괘장은 척추를 축으로 신체의 원심력과 반탄력을 중시하며, 기본 수련은 ‘풍륜전(風輪轉)’이라 하는 팔을 크게 회전시키는 기본공으로 시작한다. 팔괘장에 있는 ‘풍륜벽장(風輪劈掌)’이라는 기술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팔괘장은 청나라 후기에 성립한 권법으로써, 북파무술인 형의권과 벽괘장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현재 전해오는 팔괘장 기술의 70%정도는 형의권과 벽괘장의 기술들이다.

위의 벽괘기본공 영상에서 9번째의 ‘차륜(車輪)’이 풍화륜 훈련이다. ​철퇴는 한쪽의 허(虛)를 두 개의 철퇴를 사용함으로써 보완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 철퇴의 공방은 양손에 든 쌍추이거나, 왼손에 버클러 수준의 작은 방패를 드는 것이 효과적이다.

​두 개의 철퇴를 사용하는 쌍추(雙錘)는 아래 기술로 요약된다.

​① 벽추(劈錘)
51654930122 a5c39c473c d② 상보무화추(上步舞花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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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제슬추추(提膝推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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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괘장의 ‘풍륜전(風輪轉)’은 철퇴에서도 기본공이 된다. 팔괘장의 풍륜벽장, 벽괘장의 풍륜전을 철퇴를 들고 연습하면 철퇴의 기본훈련으로써는 훌륭하다.

철퇴는 남파무술 보다는 북파무술에 더 어울린다. 영춘권이 무거운 철퇴를 들고 휘두르기에는 권법과 신법에 무리가 올 수 있다. 북파무술에서도 벽괘장, 팔괘장은 철퇴를 쓰기에 꽤 유리한 권법이다.

출처88 운동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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