間合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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間合論
그저께 종각 반디앤루니스에 갔다가 최근에 나온 어떤 ‘유사무술서적’을 읽어보았다.

유사무술서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책은 무술관계서적이 아니라 무술책으로 겉포장한 현학적 철학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철학계 사람이 아니니까 아는척 해 봐야 전문성도 없어, 지적할 부분은 많으나 철학얘기 한 부분에서는 노코멘트 한다.

다만 무술쪽 부분에서 잘못 아는 것을 지적하고 싶고,

더구나 그가 간합에서 자신의 생각처럼 쓴 많은 부분은, 그의 생각이 아니라 한병기의 의견들이다.

남의 연구결과를 자신의 것 처럼 써 대면 곤란하다.

특정지어서 간합과 전투전술의 관계, 근거리 간합, 중거리 간합, 장거리 간합 이라는 개념과 용어는

세계최초로 나와 내동생 한병기가 만들어 낸 것 들인데, 인용도 안하고 마구 써대는건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이런 개념과 용어의 저작권과 출처를 몰랐다면, 지금 내가 친절하게 알려드리겠다.

관련 글의 원전 :

중국무술은 왜 실전에 약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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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합은 ‘間合’ 이라고 쓴다.

위에 언급한 책의 저자는 ‘간합은 대적시 상대와의 거리’라고 용감하게 정의해 놨던데,

간합은 위의 개념이 아니다.

간합은 거리의 개념 뿐 아니라, 시간의 개념을 함께 갖고 있다.

간합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대적시 상대와의 거리와 공방의 타이밍’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거리는 공간적 개념이고, 공방 타이밍은 시간적 개념이다.

간(間)은 거리이며 지각(Perception)되는 것이고,

합(合)은 시간이며 인지(Cognitive)되는 것이다.

간합이라는 용어는 본래 일본 무술용어다.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이 용어가 사용된 것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간합을 맞춘다는 표현은 거리를 맞춘다는 것 뿐 아니라,

공격의 타이밍까지 포함한다.

검도의 간합은 일족일도의 거리다.

그러면 일족일도의 거리를 맞추면, 간합이 맞았으니 그것을 끝인가?

거리를 맞췄으면, 그 다음에는 공격의 시기를 포착하는 것이 남는다.

합기도의 간합은 손목을 마주 댄 거리다.

손목을 마주대고 가만히 있으면, 그게 지루박 추는거지 무술이냐?

손목을 댄 이후에는 상대의 공격의 기가 일어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순서다.

태극권의 공방거리는 대개 손목을 댈 수 있는 거리다.

그러면 손목을 붙인 이후에는?

여기서부터 태극권이라는 무술의 위대성이 드러난다.

태극권은 ‘간합(間合)’에서 간(間)을 완전히 빼버리고 합(合)만을 수련하는 수련법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태극권 추수다.

태극권 추수는 손목을 아예 붙인 상태에서 상대의 흐름과 마음을 읽어,

공격이 일어나는 시점, 공격의 방향성을 읽는 연습을 한다.

그래서 상대의 공격을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공격을 다른 방향으로 흘려버린다.

이것을 ‘화경’이라고 한다.

화경이라고 하면 뭐 대단히 신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별거 아니고 시간적 개념을 가진 것 뿐이다.

권투하는 사람도 상대의 호흡을 보면서 어딜 어떻게 공격할지 알고,

검도하는 사람이 검 들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것 같아도, 상대가 언제 어디로 어떻게 공격해 들어올것인가를 감지한다.

이게 다 화경의 한 차원이다.

이런 모든것이 합쳐진 개념을 일러 ‘간합(間合)’이라고 한다.

한자뜻만 음미해 보아도, 이 용어를 알 수 있다.

음미해봐도 모르면 한문공부를 좀 더 해봐야 겠다.

태극권에서 화경의 극에 달하면,

손바닥에 올려놓은 새가 날아가지 못하게 잡아둘 수 있다고 한다.

오래전의 고수들은 손바닥의 새가 뜨지 못하게 손바닥 위에 둘 수 있었다는 얘기가 있다.

얼마전에 내 동생 한병기가 이 실험을 해 봤다.

새는 날아가려고 했지만, 병기 손바닥 위에서 전혀 이륙하지 못했다.

오래전 태극권 고수들이 했다는 화경 시범의 극치를 2010년초에 서울에서도 볼 수 있었다.

사진도 찍어놨다.

난 해보지 않았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내가 해도 될 것 같다.

구체적인 비법(?)은 밝히지 않는다.

재주넘는 곰도 자신만의 비밀이 한두가지는 있어야 하지 않나.

화경 시범을 위해서 손바닥의 새를 날지 못하는 시범을 하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날아다니는 야생 새를 잡는 것이다.

집에서 키운 관상용 새는 길들여져서 안 날아가려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날아다니는 새 잡는게 화경 시범보다 더 어렵다.  ^^

그리고 무술에 관해 의견을 피력하려는 사람에게 일러둔다.

남의 연구를 갖다 쓸 때는 출처를 밝히거나 양해를 구하는게 도리다.

그리고 어설프게 이해해서 익지 않은 이론을 쓰면 우스워진다.

또한 내 생각을 남에게 잘 이해시키는 것이 대가이며, 어려운 단어 늘어놓고 혼란스럽게 하는건 공해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설법하실때는 쉬운말로 비유를 들어 설명하셨다.

유능함이란 어려운 개념을 쉽게 타인에게 이해시키는 능력이며,

정해진 시간까지 요구된 수준의 결과물을 제출하는 능력이다.

남들 모르는 어려운 단어 늘어놓으며, 이해를 강요하는건 또다른 폭력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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