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일요일날, 팔괘장연구회 검술반에서
‘검 끝을 살린다’는 나의 말에 대해서 의미를 질문했던 사람이 있었기에 포스팅.
현재 우리가 접하는 일본검도, 현대 스포츠검도는 쌍수검이다.
그리고 검의 콘트롤을 칼자루를 안쪽으로 조여서 하게 되어 있다.
흔히 빨래짜듯이 하라고 하는것이 이것인데, 칼자루를 안쪽으로 빨래 짜듯이 조여준다.
그래서 검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막고, 정확한 자리에 가고 멈추게 해 준다.
이런식으로 오랫동안 검을 훈련하다보면, 검 끝에 마치 氣가 뻗어가는 듯한 감각도 생기고,
검끝이 나의 촉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검끝으로 상대의 검을 툭툭 쳐 보면, 상대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이런 느낌은 태극권의 화경과도 의미와 맥락에서 별로 다른 것 같지 않다.
그런데 한손으로 하는 검은 양손으로 조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검의 스피드 증가와 브레이크를 오른쪽 팔을 모두 사용해서 해야만 한다.
손가락, 손목, 전완근, 팔꿈치, 자세에 따라서 심지어 어깨와 허리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처음 검을 쓰는 사람들은 검이 손의 연장선이라는것을 관념적으로는 알지만,
생각처럼 몸이 따라와주지 않기 때문에,
검끝이 가야 할 타이밍에 검을 쥔 손이 먼저 나가는 경우가 생긴다.
아직도 검은 나의 몸의 일부분이 아니고, 급할때 자신이 믿는것은 자신의 손이라는 뜻이다.
자동차 운전도 처음에는 힘들고 가깝하지만,
몇년 지나다보면 운전대를 통해서 노면의 상태도 알 수 있고, 바퀴의 움직임과 나의 손의 싱크로율이 극히 높아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초보자는 검과 자신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
결국 모든것은 짠밥이 해결한다.
운전석에 앉아있었던 시간과 운전실력은 정비례 하듯이,
검을 손에 쥐고 있었던 시간과 검과의 싱크로율은 정비례 한다.
검과 친해지려면, 일단 목검을 눈에 띄는곳에 두어야 한다.
방을 들락날락 할 때마다 한번씩 쥐고 휘둘러 주고,
TV나 영화를 보면서도 한손에 들고 슬슬 휘두르고,
책을 보면서도 오른손에 검을 쥐고 책장을 왼손으로 넘기며 책을 봐야 한다.
마음이 가는곳에 시선이 가고, 시선이 가는곳에 칼끝이 가야 하는데,
시선이 가는곳에 칼보다 손이 먼저 나가면 안된다.
하지만 초보자는 칼끝보다 손이 먼저 가므로, 결국 개칼이 나오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느날 무의식중에도 손 대신 검끝이 먼저 가는 날이 온다.
그러면 1단계는 성공이다.
이때부터 검법이 가능해진다.
이때가 되면 내 칼의 길이를 정확하게 깨닫게 되므로, 상대와의 간격 – 즉 간합을 알게 된다.
검법을 잘하고 싶으면, 검을 쥔 시간을 늘리면 된다.
아주 간단한 얘긴데, 연습할때만 검을 쓰고 평상시에는 처박아 두기 때문에 안된다.
도구를 사용하는 무술은 도구와의 싱크로율이 생명이므로, 몸과 닿아있는 시간이 길 수록 빨리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