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려대 박물관에서 ‘칼, 실용과 상징’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전부터 고려대 박물관에 도검이 70-80여점 있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던터라,
고려대 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가 보고 싶었던 참 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고려대의 소장품만으로 치르는 전시회는 아니고,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빌려준 작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좀 괜찮다 싶으면 어김없이 경인미술관 이라고 표가 붙어있을 정도다.
경인미술관에서 소장한 국보급 도검들은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고,
세상에 공개해도 되는 도검들만 나와서 좀 아쉽다만,
뭐 이정도 컬렉션만 해도 눈의 호사를 누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전시된 도검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에 누군가가 많이 올려놓았을테니 생략한다.
큐레이터가 사진을 못 찍게 해서, 똑딱이 디카로 몰래 찍은거 몇장 올렸다.
전시품중에 보면 고궁박물관에서 내놓은 ‘사인보도(四寅寶刀)’가 있는데,
사인검과 달리 사인도는 매우 희귀한 것이다.
예전에 분당 사시는 무림장경각 정모 선생님이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에
인사동에서 접하셨다던 그 물건이 아닌가 싶다.
설명 들은 것과 거의 똑같은 스펙을 가진 사인보도였다.
어느날 정선생님이 인사동에 나가보니, 사인보도가 어디선가 매물로 나왔는데,
현금이 없어, 다음날 현금들고 다시 찾아가보니 이미 누군가에게 팔려버렸었다는 얘길 들은적이 있다.
그 물건이 지금은 고궁박물관의 소유로 있는 모양이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좀 괜찮은 검 들은 지금 대부분 일본에 팔려가 있는 실정이니까 말이다.
여기 전시된 도검중, 한국검이라고 붙어있는 일부 도검은 아마 출신이 일본본토 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금속의 성분분석을 해 보면, 어디서 제작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특히 별운검이나 패월도는 보나마나 일본꺼다.
육군박물관에 소장한 별운검과 패월도는 내가 다 분해해서 안에 들여다 봤는데,
제작자의 이름도 일본의 이름있는 장인이고, 제식도 일본식일 뿐 아니라, 사쿠라 문양이 새겨진 것도 있었다.
박물관 학예사에게 ‘이거 일본도네요’라고 얘기하니까, 학예사도 이미 그걸 알고 있었었다.
심지어 부속으로 쓰인 나무가 한반도의 것이 아니라, 일본 본토의 나무인 것도 있었으니,
아마도 궁궐의 운검들이 조선시대에 일본에서 수입해 온 일본도를 변형하거나 수리해가면서 썼던 것 같다.
한국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칼 중에 상당수가 사실은 일본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조금 시끄러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닌건 아닌거고, 사실을 덮어두는건 사기 아닌가.
사기는 쥐박이나 하는거지, 나 같은 선비가 할 일은 아니니까.
전시된 검들 보다는, 전시장 벽에 장식으로 붙여놓은 글발들이 더 좋았다.
번동아제님은 같이 가실 분으로 이미 예약되셨고,
그밖에 같이 가실 분이 더 모여지면, 조만간 또 한번 가서 보았으면 한다.
내년 1월18일까지 하니까, 관람할 시간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