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현칼럼] 택견 분란(紛亂)의 시작
이 글은 작금의 어지러운 택견계의 분란의 시초가 무엇이었던가를 명확하게 찝어내고 있다.
故신한승선생님은 첫번째 택견무형문화재 자리를 스승인 송덕기선생님에게 양보했어야 했다.
자신이 무형문화재 지정에 관한 작업을 해 왔으니 욕심이 날 법도 하지만,
지금의 모든 문제는 결국 신한승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된 셈이다.
팔괘장의 동해천선사는 팔괘문파에 장문인을 만들지 않았고,
평생 결혼하지 않은탓에 종가를 만들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가 ‘내가 팔괘문의 장문인이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반드시 사기다.
무협지에서 수없이 보아온 고리타분한 얘기지만,
후계자의 공식지명은 결국 조직전체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
최근에 이런 난장판을 본 것은, 일본 극진가라데에서였다.
최배달 선생께서 후계자를 지명하고 돌아가셨지만, 당신 사후에 극진가라테는 사분오열되고 개판오분전이 되었으며
수없이 법정에서 격돌하게 되었따.
예전에 들은 얘긴데,
내 선생님의 선생님 대에서, 즉 대사부뻘 되시는 어떤 분이 절묘한 정책을 구사하셨다.
일인일기만 가르치셨다고 하던데, 결국 모자라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제자들이 합심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기법을 한사람에게 하나씩 나눠주셨다는거다.
검법은 A에게, 도법은 B에게, 봉술은 C에게, 쌍검술은 D에게, 표창술은 E에게…이런 식으로.
덕분에 나는 사백과 사숙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따로 배워야만 했다.
가상조직(Virtual Organization)의 구조의 비밀은 상호의존성에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는 이걸 ‘Trust’라고 주로 표현하던데, 뭐 다 같은 말이다.
상호의존하게 될때, 신뢰가 생기고 의리가 생긴다.
사람이 모이면 역시 싸움이 날 수 밖에 없는것이니,
이전투구로 싸우는것이 싫으면, 사람들을 많이 모으지 않는 수 밖에 없다.
가정에서도 형제가 많으면 반드시 재산분배 싸움이 나지 않던가.
나는 무술의 무형문화재 지정제도를 예전부터 부정적으로 보아왔다.
한계상황에 다다른 기예를 국가차원에서 박제를 만들어 보존시킨다는게 무형문화제 제도인데,
택견은 지금 수련자가 벌써 십만명도 넘을테니, 결코 사멸하거나 망할리가 없다.
왜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 줘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모르겠다.
이게 다 일본의 ‘인간 국보’ 제도를 기계적으로 베껴온 폐해다.
무형문화제 제도의 존속 자체가 일제 잔재라는걸 우리는 왜 모른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