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검名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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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검名劍

처음 검도를 시작할때는 명검에 목을 맸었다.

명검을 가질만한 능력 – 경제적 혹은 무술능력 – 도 없었으면서,

좋은 검만 보면 침을 질질 흘렸다.

진검을 갖게 되고, 하나 둘씩 검을 모으게 되면서,

좋은 칼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강해졌다.

처음에는 1.2kg짜리 진검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의 연습용 검은 점점 더 무거워졌고,

나중에는 쇠막대기로 연습을 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검은 다시 가벼워져서 한때 700g 검을 선호하게 되던때도 있었다.

어쩌다보니 명검에 속할만한 검을 들고 휘둘러 보는 좋은 경험도 자주 가지게 되었고,

나도 꽤 괜찮은 검을 갖게 되기도 했다.

한국에 있는 보물급 국보급 칼들은 대부분 내가 한두번씩 칼집에서 뽑아 휘둘러 보았다.

박물관에 있는 검 들도 물론이다.

일본명검 족보책에 올라있는 일본의 수억대 명검도 몇번 만져봤다.

당시에는 꽤나 감격하며 무릎꿇고 입에 수건물고 만지곤했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명검이 모두 다 시들해졌다.

요새 나는 최고의 칼로 이것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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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은 현대에 발명된 최고의 명검이다.

값싸고, 아무데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무뎌지면 순식간에 예리한날로 바꿀 수 있고,

원하면 인마살상도 충분히 가능하며, 표면에 피도 잘 안묻고 휴대도 간편하다.

내 칼친구중에서 저 아래사는 마공거사는 예전에 ‘카타날이 최고의 칼’이라고 했었다.

그때는 그놈 말이 농담인 줄 알았는데, 이제서야 나는 이 칼이 최고의 명검임을 깨달았다.

마공거사 그놈은 칼에 있어서 나보다 십년 빨랐던거다.

검이 길어지고 짧아지고, 무거워지고 가벼워지고, 비싸지고 값싸지고 등등의 수많은 변화를 거치고 나면,

어느 순간에는 손에 검이 사라지고 맨손이 되는 때가 있는데,

그때는 칼은 그저 칼 일 뿐, 명검과 식칼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지는 때가 온다.

서양애들이 대화중에 잘 하는 말 중에 한가지, ‘Money is money’라는 말이 있다.

돈은 그냥 돈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칼도 그냥 칼이다.

검객으로써의 명성은 자신이 쓰는 칼에 붙는게 아니고, 내 이름 석자 앞에 붙는거다.

단소나 대금, 가야금등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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