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검법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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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뇌속에서 무술과 무협을 동일시하고 혼동하고 있는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현실과 환타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 뿐이지, 이것이 위헌소지가 있거나 중범죄 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혈세인 정부의 자금을 수억원씩 받아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이런 사고를 하고 있다면 문제가 된다.

무협을 현실무술계로 갖고 나와서, 이것들을 찾고 구성하고 인터뷰를 선택하여 편집하여 방송한다면, 무술계는 혼란스러워 질 수밖에 없다.며칠째 연락이 오는 그 작년의 거시기 프로덕션, 올해도 정부자금을 몇억 받았나보다. 이번에는 의천도룡기가 주제라며, 무당파의 무술과 기법, 무기체계에 대해서 전문가 견해를 듣고 싶다고 한다. 소림사와 무당산 무술의 차이와 특징을 말해달란다. 하여, 여러번에 걸쳐서 정중히 거절했다.

나는 의천도룡기의 무술을 본적도 체험한 적도 없거니와, 도대체 구양진경과 건곤대나이의 기법과 원리를 내가 무슨수로 답변한단 말인가? 그런거 할 줄 알면, 내가 이렇게 지지리 궁상으로 살고 있겠냐? 당장 내가 명교 교주가 돼서 3보이상은 경공술로 날아다니고 있지 않겠는가?

간단히 설명하자면,

호북성에 무당산은 있으나, 무당파 무술은 없다.
무당산에 무당파 무술은 없으나, 무당검법은 있다.
무당산은 도교 성지여서 도관들이 수십개 있다.
그러나 그 도교 도사들이 체계적으로 조직적으로 무술을 수련하고 있지 않다.
그냥 종교단체 일 뿐이다.

그런데 도교 도사들은 귀신을 쫒기위한 벽사검을 신물로 갖고 다니는데, 대개 복숭아 나무로 만든 것이다. 한국의 무당들이 굿 할때 칼과 청룡도를 쓰는것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흘러다니던 북파 무술들은 흔히 ‘소림권’이라 불렸고, 검술은 흔히 ‘무당검법’이라 불렸다.

한국의 (자칭)전통검법들이 고구려와 아무 관계 없지만, 고구려 검술이라고 포장한 것과 다르지 않다. 무당의 이름을 붙이면 뭔가 뽀대나지 않는가? 그래서 그렇게 한 것에 불과하다.

지금도 무당태극검이 유명하다.
무당태극검법은 무당산에서 나온게 아니고, 수십년전에 이천기 노사가 만든 검법인데, 이름만 무당+태극 으로 붙인것이다. 이천기 노사가 무당태극검을 만들기 전에 참고 했으리라 추측되는 ‘무당검법’은 현재 어떤 모습인지 알기 어려운데, 확실한 것은 그것역시 청말 민국초기 즈음해서 중국에 굴러다니던 흔한 검법중의 한가지 였으리라는 것이다.
검법을 연구할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중국병기술의 4대 무기는 도검곤창이다.

현대인들은 도, 검, 곤, 창은 각각 그 기법이 상이하고 구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완벽한 형태의 검법 일 수록, 현대에 만들어 졌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왜냐하면 중국정부가 현대 우슈를 만들면서, 검술만의 고유기법을 추출해서 창편투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대의 검술일 수록 검법과 도법, 곤법, 창법이 혼재해 있기 마련이다.
옛날 검법일수록 검을 들고 운용하는데도 검술이 아니라 곤술이나 창술처럼 쓰는 초식이 더 많다.

이런 현상은 창술이나 곤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옛날 사람들이 검법과 도법, 창법을 엄격하게 구별해 가면서 싸웠겠는가?
적을 만나서 잘 먹히는 기술이 장땡이지. 이런것을 일일이 구별하고 따지는 것이야 말로 현대의 현상이다.그래서 무당산과 관계없는 무당검법이 중국에 많이 굴러다녔는데, 이런 검법이 과장하고 뻥치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습성과 맞물려서 과대포장되고 전설처럼 발전해 왔다. 

이런 무당검법을 시중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무당파 무술이 존재하는 증거가 되는것은 아니다.
특히 무당검법이라 불리는 검법들을 보면 매우 정순한 검술기법들로 구성되어 있는것을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 검술들은 그 역사가 아마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민국시대 검법만 해도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민국시대에 나온 검술책들을 들여다 보기만 해도 단박에 알 수 있다. 

톡까놓고 말해서 청말의 검술은 지금 우리가 무협영화에서 보는 검술과는 매우 상이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존경하는 故우승혜 노사가 창시하신 쌍수검법도 원래 없던것이었다. 산동 당랑권을 하셨던 우승혜 노사가 당랑권의 검법13자결과 달마검법을 조금 변형하여 ‘만든’ 검술이다. 

그런데 이 검술이 중국영화에서 이름을 날리자, 지금은 각 무술문파마다 너도 나도 쌍수검법을 만들어 냈고, 지금은 쌍수검법이 없는 문파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쌍수검법은 실전에서 못 쓴다. 이건 화법검술이고 실전성은 별로 없다. 다만 배워두면 몸 놀림과 검리를 익히는데에는 좋다. 

정리하자면,
1) 무당검법이라 불리는 검법은 무당의 이름을 가탁한 것이지, 무당산과 관계 없다. 그리고 시중에 흘러다니던 무당검법들은 매우 많다. 

2) 날이 양날인 검을 들고 하는 검법은 그 형태가 대부분 비슷하며, 달라지기가 쉽지 않다. 삼재검, 곤오검, 청평검, 순양검을 유의미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검리가 같기 때문이다. 이 말을 뒷받침하는 문헌들도 이미 존재한다. 

3) 무당파 무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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