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을 가르쳐보다 보면, 어떤 방법을 써도 무공을 향상시킬 수 없는 특수한 자질의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것을 ‘선천적 무공결핍증(先天的 武功缺乏症)’이라고 이름붙였다.
무협지 용어로는 ‘삼음절맥(三陰絶脈)’이라고 한다.
후천적 무공결핍증은 그저 죽지 않을정도로 굴리고 패면 다 고쳐지는데 반해,
선천적 무공결핍증은 (지금까지는) 어떤 방법으로도 고칠 방법이 없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나의 처방은,
‘저는 부족해서 님을 가르칠 능력이 없으니, 다른 좋은 선생님을 찾아가 보시라’라고 말하고 보낸다.
이런 친구들과는 자꾸 오래 만나서, 금생의 인연을 꼬이게 할 필요가 없는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런 사람들을 고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혹시 모르지… ‘최배달 + 이소룡 + 미야모토무사시 + 효도르’ 같은 엄청나게 좋은 사부를 만나서,
일년만에 기경팔맥을 타통하고, 3보이상은 구름을 타는 실력을 갖출지도…
일단 내가 그리 좋은 사부는 아닌것 같으니까,
훌륭한 분을 찾아가면 3년만 배워도 브록레스너를 팰 수 있는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그런
망상
희망섞인 기대감을 갖고, 그런 사람들을 정중하게 떠나보낸다.
서울팔괘장연구회의 문을 연 이래로, 지금까지 이런 사람을 서너번 만나보았다.
최근에 빈번하다는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같은 질환은
원인이 불상이라던데, 외상이외에 심리적인 이유로도 발병한다고 들었다.
의사들말로는 이 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어, 정신적문제가 원인이라고 추측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 친구 한명이 이 질환으로 걷지도 못하고 심한 통증에 시달리는지라, 이 병에 관해 전문의들에게서 좀 들어봤다.)
나는 선천적 무공결핍증 환자들에게서 정신적 문제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혹시 어쩌면…. 이런 모든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신선급의 사부가 있다면
이런 질환을 한큐에 치료하고, 제자를 고수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조선때부터 내려오는 전통무예는 쌀 두말 들 힘도 없는 사람까지도 천하제일 고수로 만들어 주나 보던데,
지금까지 내가 배운 무술중에서는 이런 신통한 무술은 단 한개도 없었다.
훌륭하신 산중비전무예 배워서 3년만에 신선되는 길도 있는것을,
이 더운 날씨에도 땀띠 나가면서 운동해야 하는 무술을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내가 미련해서다.
내가 좀 한심하긴 하다.
각설하고, 결론은 뭐냐 하면,
지금까지 내가 가르쳐 본 제자가 대충 따져도 (대학강단과 무술합쳐서)3천명이 넘었다.
이제는 얼굴 관상만 보면, 신뢰구간 95%안에서 거의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이 인간이 선천적 무공결핍증인지, 후천적 무공결핍증인지 말이다.
전자는 나로써는 방법이 없지만, 후자는 강한 압박을 주어야 한다.
그러니까 내 입에서 ‘다른 훌륭한 선생을 찾아가시라’ 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후자에 속한다는 것을 알고, 수건이 펑 젖도록 매일 운동하시기 바란다.
특히 다음주에 지리산 종주 가는것을, 히말라야 고산등정 가는것 만큼 설레발치고 있는
불쌍한 곰 과장은 좀 더 노력하고 농땡이 피지 마라.
네 체격정도면 한국 남자 상위 5%에 드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