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볶음밥

양주볶음밥을 먹으러 양주에 간 썰 푼다.

0

(2011년 쓴 글입니다. )

몇 년전부터 전 중국에서 양주볶음밥이 메뉴에 등장했습니다. 한국의 중국식당에서 먹는 볶음밥이 양주볶음밥에 가장 가깝습니다.

중국에서 10년전만 하더라도 볶음밥을 달라고 하면 아무 양념없이 기름에 밥만 볶아줬죠. 한국식 볶음밥은 ‘계란볶음밥’이었습니다.

양주볶음밥의 원조

양주볶음밥의 기원은 당연히 중국 강소성 양주입니다. 양주는 역사도 오래되고 문화도 깊은 도시입니다. 전주처럼 양반도시죠. 도시 전체에 중후함이 깃드려져 있습니다. 양반도시에는 양반음식이 있어야 합니다.

론리프래닛같은 여행정보서에는 양주에서 먹는 볶음밥이 다른 곳과 똑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본 고장의 정통은 뭔가 다르지 않겠냐는 호기심에 볶음밥 하나 먹으러 양주까지 찾아갔습니다.

양주볶음밥삼향쇄금 양주볶음밥 회해점

첨에 간 곳은 ‘삼향쇄금 양주볶음밥 회해점’입니다. 체인점이죠. 인터넷 지식검색을 해보니 이곳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생각할때는 이렇게 추천을 많이 받은 곳은 당연히 호텔급 식당이겠거니 했지만 안에 들어가보니 분식점이었습니다. 가격도 싸고 선불티켓을 사서 먹게 되있는 곳입니다.

한 순간 당황해서 이런 분식점에 무슨 볶음밥의 진리가 있겠는가고 나갈까도 생각했지만, 이왕 먼 길 온 것, 속는 셈 치고 먹어보자고 양주볶음밥과 양주의 특산요리인 사자두와 중국의 국민요리인 어향육사를 시켰습니다.

중국요리의 특징은 기름에 볶는 것인데, 고급요리로 갈수록 담백하고 기름기가 적습니다.
기름에 볶지만 담백하고 기름기를 줄이는 것이 노하우죠.

중국지방에 돌아다니다 보면 음식들이 대부분 짭니다. 어향육사도 싸구려 식당에서는 거의 짜게 나오는데, 이곳의 어향육사는 분식점 수준이 맛이 아니었습니다. 그릇은 깨지고, 중국특유의 낡고 지저분한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한번 놀라고…

두번째, 볶음밥이 나왔습니다. 양주볶음밥은 계란, 닭고기, 금화 햄, 버섯 등 10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가야 하죠. 한 숟갈 먹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한갓 볶음밥에 봉피양의 냉면국물이나 하동관의 곰탕같은 그윽한 맛이 나는 겁니다. (* 절강성 금화는 햄의 본고장인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도시 전체가 햄만 파는 느낌이었습니다. 금화 햄은 유럽식 햄이 아니라 육포에 가깝죠.)

양주볶음밥의 특징

삼향쇄금의 양주볶음밥은 10여가지 재료들이 잘 어울려 맛의 중립을 이뤄냈어요. 맛 자체가 없어요. 밥도 한가지 재료일 뿐 밥맛이 나지 않아요. 그러나가 봉피양의 냉면국물처럼 스멀스멀 속에서 부터 맛이 풀려나기 시작하더니 식사를 마친 후에는 머리가 상쾌해지고 고양된 기분마저 드는 겁니다.

밥과 같이 나온 국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우아한 맛이었습니다.
(분식점에서 이런 수준 요리 만들면 반칙아닌가요?)

양주의 특산요리인 사자두. 만두속 같은 것을 뭉쳐 국에 끓인 것인데 이것도 무척 그윽한 요리였습니다.
양주의 볶음밥이 다 이 정도일까 궁금해 다른 곳에 가서 시켜봤는데 평범한 볶음밥이었습니다. 양주가서 이런 걸 먹고오니 다 똑같다는 말이 나오죠.

삼향쇄금 양주볶음밥이 볶음밥이면 다른 곳의 볶음밥은 기름섞음밥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계란야채기름섞음밥.

삼향쇄금 양주볶음밥 체인점은 2002년인가 04년인가 양주볶음밥의 진리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양주에서 이곳은 확실히 양주볶음밥의 진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죠. 역시 음식에는 정통과 노하우가 있어요.

중국에서 먹어본 수 많은 음식, 북경오리, 동파육, 불도장(다 본점가서 먹었죠..) 중에 이곳 분식점의 양주볶음밥은 단연코 최고였습니다. 다 맛있기는 했습니다만, 다른 곳은 비싸고 맛있꺼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갔습니다.

삼향쇄금 양주볶음밥집은 한갓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평범한 볶음밥을 이런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것이 충격입니다.흔히 미식블로거들은 ‘볶음밥은 불 맛이다’고 하고 요리수준을 알기 위해, 불 맛을 보기 위해 볶음밥을 시켰다는 이야기를 자주합니다.

삼향쇄금 양주볶음밥에서 알게 된 것은, 볶음밥은 불 맛이 아닙니다. 여기는 불맛이 나지도 않고, 볶음밥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기름기가 없어요. 불 맛을 추구하는 것은 수 많은 재료가 어우러지는 볶음밥의 요소중 한가지만을 추구한다는 말이죠.

불 맛을 볶음밥의 최고기술인양 보는 것은 조미료 많이 넣은 음식은 맛있어라고 하는 것처럼 자극을 찾는 것입니다. 불 맛이 나는 볶음밥도 2류에요.

볶음밥의 성지, 양주

모든 재료들이 어울어져 오버하지 않고 자신의 경계를 지키고, 그것이 입과 뱃속에서 다시 또 다른 맛을 만들어내는 맛이야말로 수많은 재료들을 조화시켜야 하는 볶음밥의 진리겠죠. 아니면 단순히 섞음밥이죠.

여기 못가볼 많은 사람들에게 한 예시를 든다면, (봉피양 냉면과 우래옥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삼향쇄금 양주볶음밥은 봉피양 냉면 이나 우래옥 냉면보다 나으면 나았지 전혀 못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분식점에서 싸게 파는 음식이 말이죠.

재미있는 것은 중국 현지인중에서도 이 집 맛없다는 사람 많습니다. 우래옥 냉면 먹고 욕하는 한국사람들 많은 것과 똑같죠. 10여전부터 중국본토의 음식들이 맛없어져 갔습니다.

그 이유는 재료의 공장식 생산-예전에는 물만두도 다 각자 집에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공장제품쓰는 집 많아졌습니다. 또 하나는 주방 한켠에 넌지시 놓여져 있는 커다란 봉투에서 나오는 하얀가루, 엄마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그 하얀가루-조미료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이런 집들이 간간히 있어 중국요리의 명성을 지켜나가는 것 같습니다.

양주는 전통있는 양반도시 맞아요. 상해처럼 뿌리 없는 도시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분식점에서 호텔급 요리가 나오고 호텔급 식당에서 분식점만도 못한 요리가 나오는 것은 중국스러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전 기사베어워킹, 올바른 웅보 돌기
다음 기사KTA, 고양시와 태권도장 교육산업박람회 공동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