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검법(月光劍法) 이라는 검술이 있다.
이 단어를 들은자는 수없이 많으나, 직접 본 자는 거의 없다.
한국에서 월광검법처럼 수많은 만화와 무협에서 뜬소문처럼 거론되어온 검술은 흔치 않을것이다. 달밤에 달빛과 검객이라는 설정은 무협 특유의 로망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달과 검객의 이미지를 차용한 콘텐츠는 너무나 많다. 몇년전 아이유가 주연한 드라마의 제목도 ‘호텔 델루나’ 였었는데, Del luna가 달 이며, 검객이었던 아이유의 이름은 ‘장만월’ 이었다. 호텔 델루나의 검술씬을 보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월광검법을 상상했을 것이다.
북한산을 북쪽에서 본 사람과 남쪽이나 동쪽에서 본 사람은 각각 다른 산으로 보게 된다. 사진을 찍어놓으면, 문외한은 이것이 같은 산 인것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백운대 정상에 여러번 올라보고, 주능선을 걸어 본 사람이라면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북한산 인 것을 알기 마련이다.
검술도 마찬가지다. 일부만 보았거나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본 모습만으로 묘사를 할 수밖에 없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인 셈이다.
월광검법에 대해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의 방향에서 본 북한산 봉우리를 말하고 있을 뿐 이었다. 그 이유는 월광검법은 고정된 형태와 투로가 없기 때문이다.
1. 월광검법을 둘러싼 헛소문과 허위사실들에 대하여
나무위키 곳곳에 쓰여진 내용들은 대부분 거짓이며 허위사실이다. 금강산 월궁 선녀 , 황해도 유래설, 삼성궁 아리랑 검술 등등과 관계 없다.
월광검법이라는 이름은 누구나 들어보았을 텐데, 그 정보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부분 무협지 였다.
조선시대와 일제시대에, 정부 몰래 집단으로 모여서 무술을 연마하는것이 가능했겠는가? 이왕 소설을 쓰시려면 개연성이 좀 있게 써주면 고맙겠다.
지금까지 월광검법에 대해서 안다고 했던 사람은 약 4명 정도를 만난적이 있으나, 월광의 극히 일부분만을 알고 있을 뿐 이었고, 풀버전을 배운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일제시대에 민간차원에서 조선총독부 모르게 집단으로 무술을 연마한 단체나 장소는 없었다.
2. 월광검법은 과연 어떤것인가?
매우 독특한 검술이다. 기존 검술과는 패러다임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
세상에 있는 월광검법은 한가지 버전이 아니다. 본 사람마다 다른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수많은 월광검술의 하위 파생 버전이 생겼다. 특징적 동작인 달빛자르기는 여기저기 퍼져 나간듯 한데, 연무할 때 디테일을 보면 진품인지 가품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고대검술로 생각되지는 않으며, 한국 전통검술 이라는 증거도 없다. 백화점식으로 상황대처 기술들이 다양한 것으로 보아, 근현대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전수맥은 아무도 알지 못하며, 밝혀진 바 없다.
전설상으로는 임경업 장군이 월광검법을 했다는 말이 있는데, 임경업의 충렬사가 있는 동네 이름이 단월동(丹月洞), 달천동(達川洞)이고, 달과 관련이 있어 보이기는 한다. 이로 미루어보아, 후대에 임경업과 연관지어 전설을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있다.
박물관에 있는 임경업 장군이 사용했다는 추련도는 월광검법용 검이 아니다. 임경업은 두개의 검이 있었다고 했는데, 추련도는 평소 호신용이었고, 실제 사용한 검은 용천검 이라고 했다. 용천검은 일제시대에 자취를 감추었다.
선대에서는 가르칠 때 평생 3명에게 가르쳤고, 가르칠때는 항상 한 명씩 가르쳤다는 말은 있었다. 복수로 지도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를 이어가며 전해온 오래된 검술이 아니라, 특정 천재에 의해서 한두세대만에 만들어 질 수도 있다고 본다. 20세기에 어떤 개인, 혹은 여러명에 의해 만들어 졌을 가능성이 있다.
3. 월광검법의 원리와 구조
고정된 투로가 없는, 상황기반 검술로 보아야 한다.
투로가 있거나 매번 똑같은 연무를 한다면, 월광검법으로 여기지 않는다.
투로가 없지만 혼자서 검법 연무가 가능하다. 외부인들은 월광의 검술 연무를 투로로 볼 수도 있다.
시연할때마다 보여지는 형태가 항상 다르다. 형태가 같다면 월광검법을 익혔다고 하지 않는다. 블루스 음악이 블루노트를 이용하여 애드립을 하듯이,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검법이다. 따라서 교육이 몹시 어렵다.
12가지 세부 검법이 있는데, 각각의 명칭이 순 한국어 서술식 표현이다. 검법이지만 검무(劍舞)라고도 불렸다.
대표기술인 ‘월광’은 창술의 란나찰의 원리와 상당히 유사하며, 일종의 창술의 공방원리를 검술로 변용한 스타일인데, 회전하며 사방을 공격하고 방어하는 기술에 해당한다.
이런 칼 쓰임은 의외로 실전에서 유용하다 : 사브르 검술에서도 유사한 기술들이 나온다 . 서양검술의 택티컬휠의 개념과 비슷한 것이 있다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에 대해 각각 다르게 대처하는 감각통합훈련과 유사한 감수성 훈련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과정에서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힘들 수 있다. 변성의식 상태를 의지대로 통제하는 훈련인데, 스트레스가 심하다. 본래 달밤에 물가와 숲속에서 혼자 검술하고 있으면, 접신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에, 가끔 신비한 경험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목적은 아니다.
참장과 비슷한 부분, 신체의 구조를 정렬하기 위한 훈련, 그라운드 기술, 대창 기술, 일대다 기술, 여러가지 상황과 기술들이 혼재한다
3단계 훈련이 존재한다. 태극권의 5층공부처럼, 3층 공부 인 셈이다. 3단계 훈련은 각각 ‘소,멸,공(燒滅空)’ 이었다. 다른 표현으로는 ‘잔,파,멸(剗破滅)’ 이라고도 했다. 월광 달빛자르기는 보름달, 초승달, 그믐달로 나뉜다.
첫단계에서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월광검법의 기술과 구조를 가르치는데, 이 과정에서 다음 단계를 할 수 있는가 아닌가 여부를 알 수 있다. 2단계에서는 심법(心法)을 심는데, 월광검법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1단계에서 끝난 사람은 자신이 월광검법을 다 배웠다고 생각하게 되며,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2단계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다.
2단계인 심법 과정은 전혀 신비한 것이 아니며, 상황대처의 구체적 방법론과 전세 판단, 전술 전략, 응용기법, 의식의 통제, 각각의 기법에 대한 방대한 훈련 방법이다. 자세한 내용은 악의적 세력에 의해 왜곡의 여지가 있으므로, 이만 생략한다.
8분의 6박자의 리듬이 있고, 각 리듬에 맞춰서 하는 특이한 호흡법이 있다. 호흡법이 중요한데, 크게 나누면 정호흡과 역호흡이 있다. 호흡이 꼬이면 심한 두통과 스트레스가 온다. 단전호흡을 해 본 사람들은 무슨 얘기인지 알 것이다.
월광검법은 중요 동작마다 각각의 고유한 소리가 있다. 소리로는 몸의 진동을 일으킨다. 소리와 호흡이 월광검법의 핵심이다. 월광검법 교습 후에 제일 마지막에 가르치는 것이 소리인데, 이 소리를 모르면 제대로 된 월광검법이 아니다. 월광을 다 배웠어도, 마지막에 소리를 배우지 못했다면, 이것은 자동차를 받았는데, 차키가 없는것과 같다. 결국 시동을 걸지 못한다.
4. 월광검법은 한국검술일까?
현재는 아무도 알 지 못한다.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의견도 있으며(故박성권 사범), 한국검술이라는 주장도 있다(이모 사범). 아무도 알지 못하므로, 모든 가설은 가능할 수 있다. 한국검술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학자적 양심에 비추어, 이것이 무조건 한국전통검술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20세기 남한에서 아마도 최고의 검술 덕후였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故박성권 선생님은, 월광검법이 어쩌면 일본에서 흘러들어 온 검술 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생전에 남겼다. 한국땅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무예를 견식하고 접했던 故박성권 선생은, 월광검법의 존재를 알고 계셨으며, 말년에 마지막 소원이 월광검법을 실제로 보는 것 이었지만, 보지 못하고 1992년에 돌아가셨다. 월광을 못 보신 사연이 복잡해서, 가신지 삼십년이 넘은 지금 온라인에 쓸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박성권 선생이 평생 모으고 배운 무술을 전부 물려받고 배운 유일한 제자이지만, 그분에게 월광은 보여드릴 수가 없었다. 나의 메인 스승인 이모사범이 결사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병석에 누워 계실때, 죽기전에 한번이라도 보고싶다고 간청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밟힌다.
나 역시도 월광검법이 한국의 오래된 전통무술 이었기를 간절히 바랐던 사람이지만, 그렇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으며, 6.25 이전의 정확한 역사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국검술이 아니라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 월광의 역사규명은 할 수 없이 나의 제자들에게 미래의 숙제로 떠 넘기기로 한다.
한국땅에 있는 수많은 ‘자칭’ 전통무예들은 그 역사왜곡과 거짓사실 유포로 점철되어 있다. 유명한 것만 들어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태권도는 지금까지도 신라화랑이 해온 전통무술이라고 가르치고 있고, 최근의 사범자격 필기시험문제에도 그렇게 나온다. 해동검도는 장백산 스승이 전해준 고구려 무예라고 주장하고 있고, 기천문은 백두산 기원과 원혜상인 전수를 내세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합기도의 도장에서는 산에서 내려온 도인이 전수해 주었다며, 우에시바 모리헤이의 수염기른 사진 액자를 도장에 붙여 놓기도 했었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현대의 젊은이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일 들이 당시에는 버젓하게 벌어졌었다.
대형 무술단체들도 이러한데, 한두명에게 소문없이 전해지는 소수의 무예들은 사정이 어떠하겠는가. 신비감과 폐쇄성을 무기로, 순진한(머리나쁜) 제자들을 현혹하기 마련이다.
일부 전통무술 회장님들의 청산유수 같은 거짓말 연대기를 듣고 있자면, 나중에는 말솜씨와 나름의 논리에 혹하게 되며, 그렇게 며칠 지나면 가스라이팅 당해서 분별을 잃게 된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인텔리들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듯이, 가짜 전통무예 지도자들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는 사람도 상상 이상으로 많다.
한국에서 무술지도자로 성공하려면 가스라이팅 능력이 필수다
1990년에 진주에서 만났던 마산에 거주하는 ‘ㄱ某氏’는 자신이 월광검법을 배웠으며 월광검법의 기원은 태극검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에는 오래전부터 태극도, 태극권, 태극검이 있는데, 이 중에서 검법은 불행히도 유실되었다고 하면서, 유실된 태극검이 조선시대에 한반도에 와서 월광검법으로 변했다는 것 이었다.
태극검법은 유실된 적도 없거니와, 태극검은 1920년대에 중국 북방 군벌이었던 이경림 장군이 양가태극권을 배운후에 소림 달마검법과 섞어서 창작한 것이 태극검인데…18-19세기에 태극검이 조선에 왔다니, 아이고, 두통이 엄습한다.
월광검법을 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실제 동작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고, 대부분 이런 류의 황당무계한 소설수준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런 말을 철썩같이 믿고 퍼나르는 청년들도 은근히 많다.
월광검법의 금강산 선녀, 황해도 기원설 등에 대해서 소설을 쓴 사람들을 알고 있는데, 이들은 진주, 마산, 울산, 부산, 서울에 흩어져 있다. 아주 오래전, 서울 한강아래 서남쪽 산밑에 살던 모씨는 자신이 월광검법을 할 줄 알며, 어기어검술도 한다고 했던것이 기억난다. 어기어검술 보여준대서 봤는데, 한심해서 웃음도 안 나왔다. 이 사람들의 정신세계가 이렇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과 역사적 사실은 다른것인데, 이 두가지를 같다고 말하기 시작하면 종교의 영역이 되고 정신병의 세계가 된다. 조현병은 빨리 병원에 가시라고 누누히 말해왔다.
5. 월광검법의 가치
일단 상당히 멋있다.
이론이 어렵고, 몸으로 배우기도 어렵지만, 검술의 차원을 높일 수 있다.
일대다 전투나 난전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신체 훈련효과는 우수하다.
팔괘검술, 서양 사브르 검술과 유사한 부분도 있어서, 연구대상이다.
상당한 수준의 상승검술이며, 중국의 유명 검술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월광검법을 다 배운 사람들은, 세상 다른 검술에 관심이 없어지곤 한다.
하지만 21세기 현대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검술이다. 생활체육이 되어 일반대중의 체력을 증가하고 삶의 활력소를 가져올 수 있는 운동도 아니고, 빠른 시간내에 전수가 가능해서 검술 격검대회에 나갈 수 있는 검법도 아니며, 역사적 연원이 확실해서 무형문화로 유지보존해야 할 것도 아니다.
배움에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결과물의 총량이 너무 적다. 비효율적인 검술이다. 이런것을 감수할 수 있는 골수 오타쿠만 도전이 가능할 것이다. 상업적 체육관에서 집단 교육이 가능한 검술은 아니지만, 본좌급 검술 오타쿠들에게 지적 호기심 충족과 만족감을 주는데에는 충분하다. 딱 여기까지가 월광검법의 존재가치가 아닌가 한다.
이 글은 어쩌면 월광검법에 대해서 세상에서 처음으로 밝히는 내용 일 것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는 말이 있다. 똥은 치워야 할 대상이지 피해야 할 대상은 아닌것 같다. 똥을 치우려는 이유는 더이상 피해 다닐 수 없을만큼 길바닥이 더러워져서 이다.
월광검법에 대해 이렇게 약간의 설명을 하는 것은,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너무나 많은 허위사실들과 거짓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소설처럼 거짓을 지어내면서, 그런 거짓정보의 배포를 통해 또래 그룹에서 골목대장을 하고 싶은 자 들이 있다.
부록으로 월광검법을 주제로 헌정된 노래를 올려본다. 이 곡의 1절 가사는 故박성권 선생님이 쓰신 ‘해동검명(海東劍銘)’의 일부분이며, 3절은 월광의 검결의 일부이다. 이 곡의 첫 연주는 1992년에 서울 인사동 승동교회에서 있었다. 서울대 작곡과 출신의 정지은 선생이 작곡 했으며, 첫 연주도 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주인이 있듯이, 이 곡에도 현존하는 주인이 있다. 이 악보는 정지은 선생이 직접 손으로 쓴 악보 원본이다.
이 곡을 들은 월광의 전수자 이모 사범님은, “이건 무사 진혼곡이네” 라고 말했고, 그 바람에 이 곡의 이름은 ‘월광 레퀴엠(Luna Requiem)’이 되었다.
월광검법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 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