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형 검술 VS 유술형 검술

칼싸움을 씨름처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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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찌르고 베는 무기라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유술형 검술이라는 표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함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의 검술을 기능적 관점에서 2가지로 분류한다면, 이렇게 분류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검술을 지역으로 분류하여 크게 서양 검술과 동양 검술로 나누고 있다. 서양 검술은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독일, 영국 등 국가별로 제각각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도 여러 계열이 들어온 상태다.

동양 검술은 크게는 중국 검술과 일본 검술로 나뉘고, 세분화하면 각 국가별로 조금씩 다른 특색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의 칼라리파야투도 검술이 있고,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도 각자의 전통 무기술이 있으며, 한국은 조선의 무예도보통지를 현대에 복원한 검술이 존재한다.

이런 동서양의 검술들을 다시 기능적 형태로 분류하면, 타격형 검술과 유술형 검술로 나눌 수 있다. 유술형 검술은 영어로 바인딩 검술이라고도 하고, 타격형 검술은 다른 말로는 타돌형 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표준 용어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타격형 검술과 유술형 검술은 어떤 것인가?

타격형 검술은 현재 일본 죽도 경기 검도가 대표적이다. 죽도로 경기를 해야 하므로, 심판 판정의 용이성 때문에 베고 자르는 기술이 사라지고 타격하는 방식만이 살아남았다. 호구를 착용하는 격검 경기에서 베고 자르는 것을 심판 판정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넓게는 베고 자르고 찌르는 기술도 타격형 검술의 일부분이다. 현대 죽도 경기 검도는 북진일도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며, 북진일도류 검술 자체가 타격형 검술로 보아도 과히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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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술형 검술은 중국의 태극 검법, 독일의 리히테나워 같은 롱소드검술 등이 대표적이다.

검술이 이렇게 두 가지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은 현대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고대에는 이 두 가지가 분리되지 않고 혼재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우슈의 병기술이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된 것은 우슈가 성립한 현대의 일이다. 고대에는 검술에도 봉술, 창술이 섞여 있었는데, 우슈에서 도검곤창을 제각각 별개의 기술로 분류하면서, 각각의 고유 기술들을 선별하여 새롭게 그루핑 했기 때문이다. 실제 전투에서는 이것이 검술인지 도법인지, 창술인지 봉술인지 구분해 가며 싸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고대의 칼싸움은 원거리에는 타격을 이용하고, 중거리 단거리에서는 유술기를 상정하여 칼을 붙이고, 완전히 몸이 붙으면 권법 기술을 이용하여 자빠뜨리거나 테이크다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술들을 경기에서 모두 사용할 수도 없었고, 사용한다 하더라도 심판 판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경기에 적합한 기술과 보여주기 좋은 기술들 만이 살아남았다.

100여 년 전에 성립한 일본의 죽도 경기 검도는 전 세계 검술 격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유술 기법이 배제된 경기 검도는 칼싸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옛날 일본 검술에는 유술 기법들이 상당히 많았으며, 1960년대까지 죽도 검도에서도 붙으면 넘어뜨리는 기술들을 썼었다고 증언하는 노인들이 있다. 물론 현재에는 모두 반칙이므로 사라진 기술들이다.

1) 타격형 검술
검을 상대의 검신에 자주 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치고 베고 자르고 찌르는 기본기에 매우 충실하다. 일본 죽도 경기 검도가 바로 이 형태이고, 거의 대부분의 검술 영화나 시범에서 보이는 기술들이 여기에 속한다.

검도에서도 코등이 싸움이라 해서 죽도를 붙여 마주 대고 밀고 당기는 교착상태가 있는데, 이 상황은 유리한 포인트를 선점한 후에 퇴격을 하면서 공격을 하기 위한 것이지, 이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경기 검도에서 코등이싸움을 할 때, 죽도가 닿은 상태에서는 상대를 치거나 베어도 점수로 인정되지 않는다. 고로 현대 경기 검도에서는 이런 기술들은 모두 사장되었다. 하지만 일본의 고류 검술에서는 붙은 상태에서 공방하는 기술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런 기형적인 상황은 경기라는 특수한 상태에서 심판 판정의 용이함을 위해 만들어진 것 일뿐이다. 실전이라면 붙어서 베는 것이 무효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일부 사람들은 일본 죽도 경기가 비실전적이라며 폄훼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경기라는 게임의 룰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하여 생기는 의견이다. 경기화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채택하고 혹은 삭제하는 기술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며, 이런 과정 없이 경기를 구성하고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 검도 경기는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 고도화된 경기 스포츠인 것이지, 이것이 비실전적이라며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바람의 검심의 주인공 히무라켄신이나 미야모토 무사시가 현대 죽도 경기에 나온다 해도, 결국 이 룰에 잘 적응한 검도선수들을 이기기는 어렵다. 무사시나 켄신이 검도호구입고 죽도 들고 경기한다면, 현재의 검도 선수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실전과 경기는 분명히 다른 것이지만, 경기화를 한다는 것은 일정 부분 실전성과 기술들을 희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유술형 검술
타격형 검술은 어떤 것인지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유술형 검술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태극검법의 찰검(擦劍)이 바로 유술형 검술의 전형이다. 태극 검법의 찰검 훈련을 보며 ‘우습다’, ‘비실전적이다’, ‘쓸모없겠다’라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태극 검법의 기술들과 매우 유사한 기법들을 구사하는 서양의 롱소드 검술이 일본 검술과 붙어서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두 가지 검술은 원리가 유사하다.

유술형 검술들의 전략은 상대의 검을 때리거나 제치는 것이 1차 목적이 아니며, 나의 검신을 상대의 검신에 먼저 붙이는 것이 목표이다. 마치 유도나 레슬링과 비슷한 전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검을 붙이는 과정에서 강하게 때리고 제치는 기술들이 사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유도는 타격기가 아닌 유술기여서, 일단 상대를 잡은 후에야 기술이 시작된다. 레슬링과 주짓수도 마찬가지다. 일본 죽도 경기 검도는 죽도끼리 닿아 있는 상태에서는 타격이 무효이므로, 붙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유술형 검술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그래서 중세 서양 검술과 일본 검술이 붙으면, 일본 검술이 고전을 하게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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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테나워 롱소드검술의 Pflug(플루크) 자세

타격계 무술들이 UFC와 MMA에서 고전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그래플링에 대한 방어와 전술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잡힌 후에는 타격을 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며, 테이크다운이라도 당한다면 타격계 무술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창이 강하냐 방패가 강하냐 같은 무의미한 논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잡히지 않으려는 사람과 잡으려는 사람의 싸움은 대개 잡으려는 사람의 승리로 끝나기 쉽다. 그래서 그라운드 기술을 허용하는 MMA 경기에서는 유술계 무술을 베이스로 타격을 익힌 사람이 조금은 더 유리할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검술 대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검으로 때리고 빠지려는 사람보다는, 검과 검을 붙이고 서로 몸을 근접시키려는 사람이 조금 더 우세했던 경우를 우리는 최근에 보아왔다.

태극 검법에서의 찰검(擦劍)은 상대의 검에 최대한 신속하게 검신을 붙이면서 시작된다. 검을 붙이는 기술은 유도에서는 ‘잡기’, 주짓수에서는 ‘테이크다운’에 해당하는 기술이다. 중국권법에서는 이것을 ‘탑수’라고 한다. ‘탑수’는 상대의 손목에 나의 손을 갖다 대는 행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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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에서 ‘잡기’는 상당히 어렵고 오랜 훈련이 필요한 고난도의 기술이며, 유도 대결시에 상대를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뇌내 망상이다. 상대는 잡히지 않으려고 온갖 노력을 할 것이며, 자신은 잡히지 않으면서 오히려 나를 잡으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손가락을 많이 다치게 되며,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난다. 유리한 위치에서 상대를 제대로 잡게 되면, 유도 기술을 거는 것은 쉬워진다.

이런 공방이 검술에서도 일어나는데, 이것이 바로 태극 검법의 찰검(擦劍)의 시작이다. 검을 대주지 않으려는 적에게, 상대의 모든 회피기동을 극복하고 상대의 검신에 나의 칼을 대는 것은 절대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내 칼을 갖다 대는 것이 쉽겠는가, 피하는 게 쉽겠는가? 이 과정에서 온갖 검술 기술, 신법, 보법, 페이크, 전술 등이 필요하게 된다.

칼을 붙이는 이유는, 상대의 신법과 보법을 제한된 범위 안으로 고정시키기 위함이다. 유도에서 상대를 잡는 이유도 나의 공방 거리 안에서 통제하는 것이 목적이듯이, 내 칼을 상대의 칼에 붙이는 이유도 목적이 같다.

칼을 붙이고 나면, 칼이 붙은 포인트를 중심으로 팽팽한 중립이 형성된다. 이 점을 중심으로 상대를 밀고 당기고 제치고 찌르는 것이 보다 용이해진다.

맨손으로 적을 가격할 때도 거리 측정이 안된 상태에서 타격하는 것보다는, 상대를 잡고 치는 것이 훨씬 더 쉽고 강한 것이듯이, 검술도 마찬가지이다. 칼을 대고 적의 중심을 밀고 당길 수 있게 되면, 결국 싸움의 주도권을 가져오게 된다.

태극권의 추수, 태극 검법의 찰검, 서양 리히테나워 롱소드 검술의 공통점은 유술기가 기반이라는 것이며, 손목이던 칼이던 상대에게 일단 대고 나서 상황의 주도권을 나에게 가져온다는 점이 특징이다. 칼을 붙이는 것은 이것이 목적이다.

칼을 붙인 후에 콘트롤 하는 훈련 장면으로 유명한 것은 대만 정가태극권의 창시자 정만청 노사의 태극 검술 영상이다. 이는 검을 붙인 후에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데, 그 동작이 마치 춤처럼 아름답다. 이 영상은 제자들에게 웃으면서 즐겁게 가르치는 검술 지도 영상이며, 심각한 대결이나 결투가 아니므로 이를 감안하여 보는 것이 좋다.

동양 검술에서의 이러한 훈련법들은 문파마다 있는데, 태극권에서는 ‘태극대검(太極對劍)’, 무당파에서는 ‘무당대검(武當對劍)’이라고 칭한다. 동서양의 유술계 검술들에 대한 연구는 아직 깊이 진행되지 않았으며, 매우 흥미로운 연구영역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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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88운동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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