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발제 발표했던 허건식 선생의 발표는 매우 훌륭했다.
이 발표는 논문이나 연구라기 보다는, 법제도에 대한 제언 성격의 것 이었다.
구구절절히 맞는 얘기만 있었고, ‘전통무예 인증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말에서
사이비 전통무예를 걱정하는 그의 고민이 느껴졌다.
토론자로 나선 임동규 선생은 건강이 매우 좋지 않으신 듯 했다.
무인이 건강을 해치면, 제아무리 자신의 무술을 선전해봐야 말짱 도루묵이다.
무공보다 중요한건 건강이고, 건강해야 무공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장수옥 영감님은 아직도 꼿꼿하시고, 젠틀했다.
인물없는 한국 무술계에서 내가 참 좋아하는 분 이다.
(영감님이라 했다고, 나중에 한대 때릴지도 모르겠다만. 이런분에게 꿀밤 한번 맞는것도 영광일 수 있겠다)
이시종 국회의원은 무술올림픽을 자신이 처음 제안한 것으로 얘기하는것 같던데,
그건 그렇지 않다.
북한이 남한보다 십수년 먼저 제안하고 추진했었지만, 최홍희 장군의 사망과 경제력 부족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북한이 이걸 추진하는것을 남한 정부에서 감지하고, 뒤늦게 허겁지겁 시작한게 태권도 공원과 무술올림픽 맞불작전이었다.
내가 한국정부에 최초로 이 사실과 내용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이시종 의원이 무술계를 위해 많은 긍정적인 일을 하고 있는건 사실이고,
이시종 의원이 앞으로도 많은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다.
나는 이시종 의원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무예진흥법은 사이비무술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정부지원금을 받게 해 주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면 별 문제가 없다. 전통무예인증제가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면, 오히려 환영할 만한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국궁과 씨름을 무술로 생각하지 않는 현재 무술판의 정서에 비추어 본다면,
전통무예로 딱지를 붙여줄 수 있는것은 택견 하나 뿐이다.
참… 골치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 발표한 나영일교수와 허건식박사의 발표내용도 이런 고민들이 들어있었다.
허건식 박사는 전통무예산업을 SWOT 분석을 해서 도표를 만들어 발표했는데, (체육계 사람들은 신선하게 본 것 같긴 하지만)
경영학 전공자로써 말해둔다면, 전통무예는 SWOT분석 자체가 불가능한 분야다.
경영학에서 사용하는 고전적인 분석방법의 하나인 SWOT분석을 기계적으로 전통무예에 적용한것은 억지다.
전통무예산업의 SWOT분석을 빼 버리고, 나머지 부분만으로도 꽤 괜찮은 발전전략논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SWOT분석을 하고 싶거들랑, 전통무예群의 스펙트럼을 정의하고, 평균을 잡는 작업이 선행되었어야 하고,
선행작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한국 전자제품 전반에 대한 SWOT분석’등의 연구가 무의미 한 것과 같은거다.
한국 전자제품도 핸드폰처럼 경쟁력있는 것이 있는 반면에, 카메라처럼 뒤쳐진것도 있다.
이런 우열이 다 섞여있는 제품군에 어디다가 기준을 두고 SWOT 분석을 한다는 말인가.
일반 경영학회 같았으면, 초장에 벌써 박살났을 문제인데,
하지만 나는 어제 토론시간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혼자 고군분투하는 허건식 선생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 였다.
(혼자 고생하지말고, 가끔 나한테도 구원병요청을 하면 능력껏 도와는 줄텐데.)
체육학과쪽의 스포츠 경영 연구는, 현재 경영학계의 연구성과보다 약 50년쯤 뒤져 있다.
가끔씩은 진짜 경영전공자를 모셔다가 조인트 학회나 통합연구를 하는것도 좋은 방법일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