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검술, 태극검과 펜싱의 유사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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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검술은 기술 초식의 숫자가 20-30여가지나 되어 매우 복잡하고 다변하다. 이 많은 기술을 과연 어떻게 수련하고 구사할 것인가 의문이 생길 정도다.

그래서 중국검술의 기술들은 화려하기만 할 뿐, 실전에서 사용하기 어렵다고 폄훼하는 일부 의견들도 있다.

이제 중국검술과 서양펜싱기술의 유사성과 동일한 기술들을 살펴보면서, 중국검술의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도모해 보기로 한다.

태극검은 ‘찰검(扎劍)’이라는 특징적인 기술로 대표된다.

[ 정만청 노사의 찰검 지도 ]

찰검은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사실 익히기 힘든 기술이다. 태극권의 추수를 검을 들고 하는 셈 인데, 칼을 들고 하기 때문에 손으로 하는 추수보다도 난이도가 높다.

찰검을 하는 이유는 검을 들고 실전을 할 수 없고, 호구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한국의 대표 전통무예인 택견은 호구를 입지 않으며 타격발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타격을 하지 않고 밀어내는 방식으로 발질을 하고 넘어뜨리기 때문에, 호구를 입지 않았어도 큰 부상없이 연습을 할 수 있고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있는 훌륭한 경기방식이라 하겠다.

호구가 필요없으니 언제 어디서나 쉽게 연습을 하고 대련을 할 수 있는 것이 택견이다.]

[ 서양 무술인들의 찰검 훈련 ]

마찬가지로 태극권의 추수나 찰검도 유사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중국검술의 초식을 나열하면 문파마다 종류가 다르고 명칭도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평비교를 하기는 어려우나, 초식들을 모두 모아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형태에 귀결된다.

크게 나누면 약 8가지 기술이 중국검술의 기본을 이룬다.

1. 자검(刺剑)
2. 벽검(劈剑)
3. 괘검(挂剑)
4. 료검(撩剑)
5. 점검(点剑)
6. 절검(截剑)
7. 붕검(崩剑)
8. 교검(絞劍)

이 기술들을 뿌리로 하여, 아래와 같은 기술로 발전한다.

천검(穿劍), 참검(斬劍), 전완화(剪腕花), 삼면화(三面花), 배검(背劍), 운검(云劍), 가검(架劍), 료완화(撩腕花), 말검(抹劍), 압검(壓劍), 포검(抱劍), 대검(帶劍), 도검(挑劍), 소검(掃劍), 제검(提劍)

그밖에 이사신(李士信)선생의 분류에 의하면 측제검(側提劍), 획검(划劍), 찰검(扎劍)으로 더 세분화 할 수 있다. 이중에 찰검(扎劍)은 태극검술 공방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써, 태극권 수련자라면 매우 오랜시간 공부하여야 할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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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의 칼 동작 부분을 보면, 칼의 접촉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크게 2가지의 기술로 나뉘지만, 여기서 논의가 될 수 있는 ‘칼날의 접촉이 있는 기술’만을 놓고 본다면, 이것도 2가지로 분류 될 수 있다.

아따끄 오 페르(Attaque au fer) / 프리즈 드 페르(Prise de fer)

이 두가지는 칼날 접촉 시간의 장단(長短)에 따라 분류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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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기술과 중국검술 기술간의 비교 조견표

53235293119 1526631d6f c d펜싱기술이 프랑스어로 되어 있는데다가 평소에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힘든 단어들이어서 이해하기 어렵지만,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면 이런 기술들이다.

무당검술과 팔괘검술은 1,2번을 다 사용하는 기술이 많고, 태극검은 2번 기술 프리즈 드 페르(Prise de fer)에 특화된 검술이다.

물론 태극검술이 절검과 압검 말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태극권의 특성상 검술 연습시에 추수와 비슷한 훈련을 하게 되면서 찰검이 주요한 훈련법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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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검술의 찰검 훈련방법과 표현이 다소 비실전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일본검술이나 펜싱에서도 흔하게 사용되는 기술이며, 실전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현대 펜싱은 직선으로 전후진을 하면서 겨루는 스포츠가 되었으므로, 원형으로 돌거나 치고 빠지는 중국검술, 일본검도와는 다른 형태로 발전하였다.

펜싱경기가 1.5미터 폭의 피스트 위에서 전후이동만이 있게 된 이유는, 우습게도 TV중계시에 관객의 관람을 용이하게 위해서라고 한다. 전후 이동을 하는 펜서를 측면에서 촬영하면, 경기관람이 훨씬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질된 펜싱경기속에서, 펜싱의 프리즈 드 페르(Prise de fer) 역시 직선상에서 전후 이동만이 존재하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기술로 전락했다.

하지만 실전이라면 이런 형태는 있을 수 없는 상태이며, 사람은 빙빙 돌거나 좌우로 빠지면서 싸우게 된다. 이런 보법과 신법을 구사할 때는 프리즈 드 페르(Prise de fer)도 중국검술의 찰검 형태처럼 될 수 밖에 없다.

중국검술 태극검의 찰검은 검의 실전 상황을 상정하여 만들어진 매우 고차원적이며 효율적인 훈련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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