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그 유명한 동정춘(洞庭春)을 어제 천보채에서 개봉했습니다.
이게 동양술의 전설, 동정춘(洞庭春) 입니다.한번 마셔보면 그 향과 맛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겁니다.동정춘은 입구가 넓은 잔에 마시는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작은 소주잔으로는 동정춘의 향기를 담지 못해서, 술맛이 반감됩니다.가장 좋은건 브르고뉴 와인잔인데, 산채이다보니 브르고뉴 와인잔이 준비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큰 잔으로 대용했습니다.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 문답’에서 평양 감홍로(甘紅露), 전주 이강고(梨薑膏)와 함께 죽력고(竹瀝膏)를 우리나라 3대 명주로 꼽았는데,이 3가지 술 보다 동정춘은 한끗발 위의 술 입니다.마치 중국 황산은 오악(五岳)에 들지 못하지만,오악 위에 있다는 표현처럼 말입니다.안주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발대사님이 엄청나게 맛있는 치즈케익을 사오셨습니다.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치즈케익은 첨 먹어봤습니다.참 신묘한 맛 이데요…
그래서 어제는 동정춘으로 시작해서방문주, 과하주가 나왔고,막판에는 백아산 탁주 10L가 사라졌습니다.술이란 술 맛으로 먹어야 하는 것인데,최근에는 술맛이 아니라 안주맛으로 먹는 풍조가 번져서 아쉽습니다.진로소주, 장수막걸리, OB맥주… 어느 한가지도 술맛이 좋아서 마실 술은 안 보이네요.그래서 시내에서 술 마시려면 참 많은 고민이 생깁니다.술이 맛있으면 안주가 필요없죠.오히려 안주는 술맛을 저해하니까요.술이 맛있는 술집, 맛있는 술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대한민국은 술이 맛있는 나라가 아니라서 몹시 아쉽군요.
천보채(天寶寨)에서 열린 동정춘(洞庭春) 파티
어제는 천보채(天寶寨)에서 조촐한 파티가 있었습니다.술맛을 안다고 인정받은 소수정예가 모여 한잔 했지요.어제 나오신 귀한 술은 동정춘(洞庭春)이었습니다.판다렌 브루어리에서 6개월간 숙성해서 특별히 주조한 것인데,이건 정말 동양의 술 중에서도 최고라고 할 만한 술 입니다.오죽하면 동양의 샤토디캠이라고 불리겠습니까.샤토디캠은 보르도 소테른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인데,빈티지 한병에 2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와인입니다.그런데 동정춘(洞庭春)은 샤토디캠에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으며,샤토디캠의 가격만큼 주고도 사 마시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입니다.소동파 (蘇東坡)의 시에서도 동정춘에 대한 감상은 단연 돋보입니다.
지난 해에 마셨던 동정춘(洞庭春)의 향내가 아직도 손에서 난다금년의 동정춘은 옥빛처럼 술이 아닌 것만 같네병 속의 향기는 방에 가득하고 술잔의 빛은 문창에 비친다좋은 이름을 붙이고 싶을 뿐 술의 양은 묻고 싶지 않네시를 낚는 갈고리라고도 하겠고 시름을 쓸어버리는 비라고도 하겠네그대여!그 잔에 넘실넘실하게 부어 나의 친구도 마시게 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