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무예인 택견은 참 특이한 무술이다.
발차기를 많이 하니까, 타격계 무술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특이하게도 택견은 타격기가 아니고, ‘유술’이다.
타격은 때리는 것이고, 유술은 상대의 중심을 허무는것을 제1목표로 삼는다.
택견의 발차기는 발로 때리는것이 아니라, 발로 ‘미는것’이다.
그래서 택견의 본질은 ‘유술’이다.
간단히 말하면, 발로 하는 합기유술이고, 발로 하는 추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택견의 구조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택견이 택견답기 위해서 존재하는 품밟기에는 동양무예의 정수가 들어있다.
택견꾼들조차 품밟기의 진정한 가치를 잘 모르는 지, 수련을 많이 하는것 같지 않다.
품밟기에는 동양무예, 그것도 상승무예의 최고 정수가 숨어있는것을 모르는 것 같다.
태극권의 무공은 내전과 외전을 통한 장요근의 이완과 강화에서 생겨난다.
이것을 고관절의 송 이라고 하는데, 이 힘이 전사경과 함께 되어 태극권 특유의 힘을 쓴다.
택견은 이런 일련의 내공단련 과정을, 독특한 ‘품밟기’라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품밟기만 하루에 1시간씩 하면, 세상에 다른 기공이나 요가를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다른 내공단련 안해도 된다. 그 자체가 내공단련법이기 때문이다.
품밟기의 원리와 비밀을 궤뚫어 볼 수 있다면,
어떤 품밟기가 정석이고, 어떤것이 잘못된 품밟기 인가를 알 수 있다.
아랫배 내밀면서 히프 흔들면서 하는 품밟기는 잘못된 것이다.
이런 품밟기는 평생 해도 내공이 쌓이지 않는다.
품밟기를 할때, 척추는 바로 서 있어야 하고, 엉덩이를 좌우 혹은 전후로 많이 흔들어서는 안된다.
유술기는 북방 몽골루트에서 내려오고, 타격기는 남방에서 올라오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데,
한반도는 북방 유술기와 남방 타격기가 마주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했다.
택견의 기술만으로, 택견의 유전자를 역추적 해 보면,
택견은 북방의 유술기가 내려오면서, 한반도 근처에서 유희화 된 무예로 볼 수 있다.
그래서 택견의 숨겨진 유전자 안에는 북방무술의 흔적이 보이고, 유술기들의 흔적이 보인다.
택견은 타격기 무술이 아니다.
택견을 태권도나 가라테등의 타격기 무술의 일종으로 본다면,
택견의 본질을 모르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무술평론을 할 능력이 없는 사람 인 셈이다.
나는 택견의 품밟기가 특화 발전하면, 지극히 한국적인 기공체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품밟기는 형의권의 참장, 팔괘장의 주권, 심의육합권의 계행보등과 함께,
내가권의 대표적인 내공단련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품밟기를 하는 무술은 전세계에서 택견이 유일하다.
그리고 그 가치는 주권이나 참장과 동급이며, 더 좋은 장점도 가지고 있다.
나는 나중에 아들이 무술을 하고 싶어 한다면,
유아기나 초중학교 시절에는 무술의 기초로 택견을 배우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팔괘장이나 형의권, 권투 등등은 20살이 넘어서 배워도 충분하다.
앞으로도 정확한 택견, 좋은 택견이 계속 발전하고 보급되면 좋겠다.
이 말은, 나쁜 택견과 정확하지 못한 잘못된 택견은 없어져야 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사족) 내가 택견꾼이 아니어서 잘 모르지만, 택견의 초기형태나 내부적 가르침에는
아마도 품밟기를 매우 극히 천천히 하는것이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만약 실제로 그런 초저속의 품밟기가 있었다면, 한번 구경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