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에서 검과 검이 부딪히는 순간은 매우 중요한 전투의 전환점이 된다. 이 순간에 발생하는 힘의 충돌은 단순히 물리적인 충격에 그치지 않으며, 검술에서의 기술적 결정적인 순간을 의미한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 충돌을 처리하고, 상대방의 힘을 어떻게 받아내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전환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관절과 천골을 활용한 기술은 단순한 팔의 힘을 넘어서, 더 깊고 강력한 기술적 원리를 담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검과 검이 부딪힌 순간, 고관절과 천골을 이용한 힘의 방향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그 중요성, 그리고 이 기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자세히 다룰것이다.
찰나(刹那)는 불교에서 극히 짧은 시간을 가리키는 용어인데, 산스크리트어에서 ‘순간’이라는 뜻을 가진 ‘크샤나’(산스크리트어: क्षण, kṣaṇa)를 음역한 것이다. 그래서 ‘찰나의 순간’ 이라는 말은 잘못되었다.검과 검이 부딪힐때는 ‘찰나’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할 것 같다.
검술에서 두 검이 부딪히는 순간, 발생하는 힘은 매우 크고 빠르다. 이 힘은 기본적으로 두 검이 상호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압력으로, 어느 한쪽이 힘을 충분히 받아내지 못하면 그 힘은 상대에게 전달되어 버린다. 즉, 검과 검이 부딪힌 순간, 충돌하는 힘이 전방위로 퍼져나가며,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검의 힘의 방향을 어떻게 제어하느냐는 것이다. 단순히 검을 빼는 동작이나 상대의 힘을 막는 것으로는 충분히 그 힘을 받아낼 수 없다. 검이 부딪힐 때, 양쪽 모두 엄청난 힘을 내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손목이나 팔의 힘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울 수 있으며, 따라서 이 힘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한팔로 체중을 실어 벽을 밀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인간은 벽에서 손을 뗄 수 없다.
손을 떼는 순간에 앞으로 넘어져 버릴테니까 말이다.
2. 고관절과 천골의 역할
검이 부딪히는 순간, 이를 처리하는 핵심 기술은 바로 고관절과 천골을 활용하는 것이다. 고관절은 인체의 중심을 이루는 중요한 관절로, 하체와 상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관절을 통해 전달되는 힘은 단순히 팔꿈치나 어깨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힘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효율적이다. 천골은 하체와 상체를 연결하는 또 다른 중요한 부위로, 고관절과 함께 작용하며 더 큰 힘을 전달한다.
고관절과 천골을 이용하는 이유는, 이들 부위가 우리 몸에서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힘의 전달 경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검과 검이 충돌했을 때, 고관절을 돌리고 천골을 움직여 그 흐름을 타고 상체가 따라가며, 상대의 검을 밀거나 반격하는 방향으로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팔이나 어깨로만 이루어지는 단순한 힘의 대립과는 차원이 다르다. 몸의 중심축을 활용함으로써, 검술에서의 힘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관절은 몸의 하부와 상부를 연결하는 관절로, 힘을 지면에서 무기와 상체로 전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① 힘의 축적과 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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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에서의 힘 생성: 지면에서 발생한 힘은 발목과 무릎을 거쳐 고관절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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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 운동: 고관절은 회전과 유연성을 통해 상체와 팔의 움직임에 필요한 방향성을 제공한다.
예) 장검을 휘두르기 직전에 고관절을 회전시켜 회전 관성을 최대화 한다.
② 균형과 안정성
장검이 부딪히는 순간의 충격을 흡수하고, 몸의 중심을 안정화하여 무게중심을 유지한다.
③힘의 분배
고관절은 하체에서 발생한 힘을 상체로 균형 있게 분배하여 검에 전달되도록 돕는다.
2) 천골의 역할
천골은 척추의 하부와 골반의 중앙부를 연결하며, 신체 중심의 안정성과 힘의 전달을 담당한다.
① 중심의 안정성
천골은 신체의 핵심적인 균형점으로 작용한다. 장검의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 천골은 중심을 유지하여 상체의 흔들림을 최소화 한다.
② 힘의 연계성
고관절에서 생성된 회전력은 천골을 중심으로 척추를 통해 상체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천골은 회전과 힘의 방향성을 조정하는 축 역할을 한다.
③ 충격 흡수와 재활용
검이 부딪히는 순간의 반작용 힘을 천골이 흡수하고, 이를 다시 다음 동작으로 전환한다. 이는 연속적인 움직임의 효율성을 극대화 한다.
3. 고관절과 천골을 통한 힘의 전달
고관절과 천골을 사용하는 기술에서 중요한 점은, 이 동작이 단순히 팔이나 어깨의 움직임으로 대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 동작이 마치 한쪽 고관절이나 어깨를 ‘빼는’ 동작처럼 보인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동작은 어깨나 팔꿈치에서 나오는 힘이 아닌, 고관절과 천골을 움직여서 발생하는 힘이다.
즉, 고관절과 천골을 사용하면, 힘이 몸의 중심에서부터 시작되어 상체로 전달되고, 그 힘이 자연스럽게 검에 반영되도록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가 강력한 힘으로 검을 휘두르면, 고관절을 비틀어 회전시키고 천골을 움직여 몸의 중심을 이동시켜 상대의 칼날이 나의 검을 빗겨서 지나가게 만들 수 있다. 이때 상체의 움직임은 부드럽게 따라가며, 팔이나 어깨의 힘이 아닌, 몸 전체의 움직임에 의해 검의 방향이 전환되는 것이다.
4. 어깨와 고관절, 천골의 차이
어깨는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힘은 제한적이다. 어깨는 팔꿈치와 손목을 이어주는 부위로, 팔의 움직임을 주도하지만, 팔의 힘만으로는 대체로 검술에서 상대의 힘을 제어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관절과 천골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는 부위이기 때문에, 이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상대의 공격을 훨씬 더 쉽게 처리할 수 있다.
고관절은 하체의 중심을 담당하며, 우리가 이동하고 방향을 바꿀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고관절을 통해 발생하는 힘은 단순히 다리의 움직임에 그치지 않고, 상체와 팔의 움직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골 역시 하체와 상체를 연결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이를 통해 발생하는 힘은 몸 전체를 통해 전달되어 강력한 충격을 만들 수 있다.
중단전 상체의 어깨 & 견갑대, 하단전 코어의 고관절 & 천골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동되며 ‘송(鬆)’ 되어야 한다. 태극권의 방송(放鬆)이 바로 이것이다. 방송되지 않은 관절들과 근육들은 힘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하고, 힘을 내지도 못한다. 한군데라도 막혀 있다면 힘은 전달되지 못한다.
따라서, 검술에서 상대의 검과 나의 검이 충돌했을 때, 어깨를 기울이거나 어깨의 힘을 빼는 듯한 동작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전술이지만, 사실상 어깨는 그 역할을 보조하는 부분에 불과하다. 이 동작은 고관절과 천골을 이용하여 더 큰 힘을 전달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5. 고관절과 천골을 이용한 힘의 전환
고관절과 천골을 활용하는 기술은 그 자체로 매우 정교한 기술이다. 단순히 상체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동작을 통해 상대의 힘을 받아내고, 그 흐름을 타고 자신의 검을 유리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검이 부딪힌 순간, 고관절을 회전시키고 천골을 조절하면서 몸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상대의 칼날의 힘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고관절과 천골이 아닌 팔꿈치나 어깨가 아니라, 몸의 중심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 기술은 또한 검술에서의 수비와 공격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면서도, 그 힘을 흘려보내지 않고 반격의 기회로 연결시킬 수 있다. 고관절과 천골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상대는 자신이 공격한 검의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음을 느끼게 되며, 이는 곧 그들의 공격을 무효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검이 부딪히는 순간, 고관절과 천골의 힘 전환 과정을 단계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발에서 힘 생성
지면을 밟으며 발바닥에서 추진력을 생성하고, 무릎과 고관절을 통해 위쪽으로 힘을 전달한다.
② 고관절에서 회전 생성
고관절을 축으로 하여 몸을 회전시키는데, 이때 고관절의 움직임이 상체와 팔의 회전으로 연결된다.
③ 천골을 통한 안정성 확보
천골은 회전 운동의 중심을 유지하며 균형을 제공하며, 척추를 통해 힘을 상체로 전달한다.
④상체와 팔의 동작
천골과 고관절에서 발생한 힘이 어깨와 팔을 통해 검으로 전달된다. 검이 상대방의 검과 접촉하면서 충격을 전달받아 다시 천골과 고관절로 반작용을 전달한다.
6. 고관절과 천골의 훈련
고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인대는 질기고 단단하지만, 훈련에 따라서 약 2mm 정도는 늘어날 수 있다. 훈련에 따라서 인대가 늘어나는 방향성도 생긴다. 흉곽의 확장이 극상근과 극하근을 늘리면서 쇄골을 벌어지게 하여 큰 힘을 내듯이, 고관절과 천골도 그러하다.
이 힘을 이용하는 것을 일본에서 합기라고 한다. 합기의 투명한 힘을 내는 검술이 대표적으로 신음류 계열이다. 이쪽 검술에서는 이런 기술들을 문파의 비전으로 말하며 제자를 엄선하여 전수하고 있다.
중국무술에서는 태극권, 팔괘장에서 이런 힘을 사용한다. 팔괘장의 주권 훈련을 통해 깨닫게 되는 원리와 얻어지는 힘은, 흥미롭게도 아이키도의 힘의 원리와 극히 흡사하다.
이 과정에서의 힘 전환을 훈련하려면 다음 방법들이 유용하다.
① 하체 중심 훈련
스쿼트, 런지와 같은 운동으로 고관절의 안정성과 힘을 키우고, 회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허리와 고관절의 유연성을 높이는 스트레칭을 병행한다.
② 중심 안정성 훈련
플랭크, 버드독 등 코어 안정성 운동을 통해 천골과 척추를 안정화 한다.
여기까지는 서양 체육훈련에도 이미 다 있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훈련 이후이다.
③ 각 문파의 비전 훈련
이 부분이 유튜브에도 없고 온라인에 자료공개도 안되어 있는 부분이다. 어떻게 훈련할 것인가는 각 문파의 비전이며, 해당 무술의 명인을 찾아가서 직접 배우는 수 밖에 없다.
천재적인 눈썰미가 있거나, 혼자서 이미 이런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한눈에 척 보고서도 기술의 비결을 쉽게 간파할 수 있겠지만, 이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지 못한 사람들은 석달 열흘간 강의를 들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옛말에, ‘비결은 눈썹과 같아서, 보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진정으로 비결을 깨달은 사람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기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머리가 깨달으면 몸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유튜브 영상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거나 모든 내용이 책으로 출판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사람을 찾아가서 정보를 구하지 않고, 편안하게 앉아서 온라인에서 자료를 구하려는 사람들은 도달할 수 없을것이다.
④ 격검 연습
실제 장검을 사용한 대련에서 고관절과 천골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반복적으로 연습한다. 이때 움직임과 중심을 느끼고 조정하는 데 초점을 둔다.
무당파의 실전8식은 이런 부분을 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검술에서 고관절과 천골을 활용하는 기술은 단순한 힘의 싸움이 아니라, 몸 전체의 움직임을 통해 상대의 힘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검이 부딪히는 순간, 힘의 방향을 바꾸거나 검을 떼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고관절과 천골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그 힘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히 팔이나 어깨의 힘이 아닌, 몸의 중심을 이용한 강력하고 효율적인 힘의 전달로, 검술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적 원리를 제공한다.
검과 검이 부딪힌 순간, 이를 처리하는 능력이 바로 검술에서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