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검술과 스포츠 검술의 전술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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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검술과 스포츠 검술의 전술적 차이

1. 진검을 든 실전과 스포츠 검술 경기의 차이

 

검술은 오랜 역사 동안 생존과 전투의 기술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엄격한 규칙 아래 진행되는 스포츠로 분화되었다. 진검을 든 실전(Real Combat)과 스포츠 검술 경기(Sport Fencing/Kendo)사이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치명성(Lethality)’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상격(Simultaneous Hits)’의 해석에 있다.

1) 상격(Simultaneous Hits)의 발생과 결과

경기는 상격(동시타격)이 일어나도 승패가 주어지지만, 실전에서는 상격(동시타격)이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 검술의 전술적 목표는 상대를 타격하면서도 자신은 타격당하지 않는 것이지만, 실제 전투는 상호 간의 빠른 움직임과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이 이상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2) 진검 실전에서 상격의 빈도와 결과

진검 실전에서 상격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숙련된 검객이라도 공격을 시도하는 순간은 자신의 방어선에 틈이 생기기 마련이고, 상대 역시 그 순간을 노려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큰 동작으로 몸통이나 머리를 노리는 공격은 자세 복귀에 시간이 오래 걸려 상대에게 치명적인 반격 기회를 제공할 위험이 높다.

진검 실전에서 상격이 일어나면, 두 사람 모두 치명적인 상해를 입거나 즉사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전은 토너먼트의 점수 싸움이 아니며, 한 번의 치명타는 전투의 종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설령 자신이 상대를 먼저 무력화시키더라도, 동시에 입은 치명상이 생존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실전에서는 상격 자체를 극도로 회피하는 전술이 필수적이다.

상대의 목을 찌르는 동시에 자신의 복부가 관통당한다면, 그것은 ‘비겼다’가 아닌 ‘둘 다 죽었다’는 결말이 된다. 따라서 실전 검술의 최우선 목표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댓가를 치르더라도 상격을 피해야 한다.

3) 스포츠 검술 경기에서의 상격 인정 이유

스포츠 펜싱(플뢰레, 에페, 사브르)이나 검도 같은 현대 검술 경기에서는 상격(동시타격)이 인정되거나, ‘우선권(Right of Way)’ 등의 규칙을 통해 한쪽에 승리를 부여한다.

  • 안전과 규칙의 진화 : 스포츠 경기는 참가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검날이 아닌 버튼이나 안전한 죽도/호구를 사용함으로써 치명성을 제거하고, 오직 정확도와 속도만을 겨루도록 규칙을 설계했다.

  • 우선권(Right of Way) : 플뢰레와 사브르 펜싱에서는 우선권이라는 규칙을 적용하여, 동시에 타격이 들어왔을 때도 ‘먼저 공격을 시작하고 적절하게 방어한 쪽’에 점수를 준다. 이는 비록 동시 타격이 발생했더라도 전술적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었는지를 평가하기 위함이다.

  • 에페와 동시타 : 에페 펜싱에서는 우선권이 없고, 상호 간의 동시 타격이 0.3초 이내로 발생하면 양쪽 모두에게 점수가 주어진다(단, 결승점 상황에서는 재경기). 이는 에페가 실전 검술의 거리 싸움을 가장 유사하게 반영하려 했기 때문이다. 즉, 동시 타격은 곧 양쪽의 위험을 의미하며, 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을 전술적 미덕으로 본다.

사브르는 락아웃 시간이 170ms 인데, 에페는 300ms, 플러레는 300ms 이다. 따라서 에페에서는 상격이 흔하지만, 사브르에서는 사실상 거의 보기 어렵다.

에페 경기에서는 생각보다도 상격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난다. 심지어 지도하는 코치와 배우는 학생 사이에서도 상격은 빈번하다. 아무래도 코치의 실력이 훨씬 더 우월하기 때문에, 코치가 찌르는 것이 더 빠르지만, 거의 비슷한 동시간에 학생이 상격으로 찌르는 경우가 흔하다. 에페의 락아웃 타임이 0.3초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인간이 서로 동시에 찌르는 것이 얼마나 쉽고 흔한 일 인가를 새삼 깨달을 수 있다.

그전에 에페 펜싱을 훈련할 때, 절반 이상의 유효타격은 상격으로 일어났다. 나에게 최단거리는 상대에게도 똑같은 거리이기 때문이다.

실전이라면 상격으로 둘 다 죽었을 것이지만, 전기장치를 붙인 안전 장비와 경기 규칙 때문에 승패가 일어났을 뿐이다. 실전이었다면 한쪽이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둘다 죽었기 때문에 둘다 패자가 된다.

실제 칼싸움에서 상대가 나를 찔렀을 때, 칼을 맞은 순간에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인체의 피부에 있는 통점이 통증을 느끼기 전에 이미 칼이 피부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의 침술이다. 침이 빠르게 천피(피부통과)하면, 따끔함을 느끼지 않는다. 침을 천천히 놓을 경우에 통증이 있는 것이며, 침을 잘 놓는다고 소문난 한의사들은 대개 빠르게 놓는다.

마찬가지로 검이 피부를 빠르게 베었을 순간에는 통증을 못 느낀다. 이것은 실제로 베어봤거나 베임을 당해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베어지고 2-3초 지난후에야 통증이 온다는 것이다.

피부에는 A-델타 섬유(A-delta fibers)라고 불리는 신경 섬유가 존재하는데, 이는 날카롭고 급성적인 통증(first pain)을 비교적 빠르게 뇌로 전달한다. 그래서 칼날이 피부를 절단하는 순간 이 섬유들이 자극을 받으면 매우 빠르게 통증 신호가 전달된다.

그러나 실제로 날카로운 칼로 매우 빠르게 베였을 경우, 또는 상황이 긴급하여 주의가 분산되었을 경우(예: 싸움, 사고 등)에는 통증을 즉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A-델타 섬유에 의해 전달되는 날카로운 첫 통증은 거의 즉각적으로 느껴지게 마련이지만, 긴급한 싸움 상황에서는 처음에 통증을 인지하지 못했다가 몇 초 후에 통증이 전달되어 느껴진다. 그 후에 신체 말단에서는 마비가 일어난다.

에페 칼의 락아웃 타임이 0.3초라는 것을 기억하자. 칼의 전기적 반응속도인 0.3초안에 동시에 찌르면 상격이 되는데도 상격이 매우 빈번하게 잘 일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실전이라면 내가 찔린후에도 상대를 찌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존재한다. 내가 먼저 부상을 당했더라도 1-2초안에 적을 충분히 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스포츠 검술에서 상격이 인정되거나 승리가 주어지는 것은 안전이라는 전제 하에 순수한 공격적 효율성전술적 주도권을 평가하기 위한 규칙의 산물이며, 치명적인 결과를 회피해야 하는 실전의 상황과는 그 목적과 의미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2. 실전에서 가장 많이 노리는 곳은 손목이다

진검 실전 검술에서 가장 주요한 공격 목표는 상대의 손목(Wrist)이다. 이는 단순히 표적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검술의 치명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술적 선택의 결과이다.

1) 왜 손목인가?

손목을 가장 많이 노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가장 빠르고 가까운 목표 : 손목은 검을 조종하는 핵심 부위이며, 공격 시 상대의 검 끝에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어 공격 거리가 짧고 빠르며 민첩하게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② 최소한의 노출 : 손목 공격은 작고 빠른 움직임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공격자가 상대에게 크게 노출될 위험이 낮다. 이는 실전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③ 치명적인 효과 (전투 불능) : 손목이나 팔뚝에 상해를 입으면, 검을 쥐고 휘두르는 능력을 즉시 상실하거나 크게 저하된다. 즉, 상대를 즉시 무력화시키고 전투를 끝낼 수 있는 ‘준-치명적’ 효과를 가져오며, 이는 곧 상대의 무력을 제거하는 것과 같다.

2) 왜 몸통과 머리 공격을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가?

몸통과 머리는 가장 치명적인 타격 목표이지만, 실전에서는 쉽게 노릴 수 없다.

① 높은 위험성 (카운터 공격) : 상대방 역시 몸통과 머리를 가장 철저하게 방어한다. 이 부분을 노리는 큰 공격을 시도하는 순간, 숙련된 검객은 그 방어의 틈을 놓치지 않고 강력한 카운터 공격(Counter Attack)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② 긴 복귀 시간 : 몸통이나 머리를 목표로 한 큰 베기 공격은 검을 크게 휘둘러야 하므로, 빗나가거나 막혔을 경우 자세 복귀에 시간이 오래 걸려 치명적인 반격에 취약하다.

③ 방어의 용이성 : 몸통과 머리는 검의 가드(Guard)나 패리(Parry, 막기)로 보호하기 가장 쉬운 부분이다. 상대의 가드를 뚫고 유효타를 입히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한, 머리와 몸통은 공격자로부터 종심까지 거리가 멀어 위험 노출 시간이 길어진다.

3) 경기 검술과 실전 검술의 전술적 차이

머리와 몸통을 주로 노리는 검술은 대개 실전이 아닌 경기에서 발전해 왔을 가능성이 많다.

① 플러레 펜싱, 사브르 펜싱, 검도 : 이들 스포츠 검술은 안전 장비(호구, 마스크, 글러브 등)를 착용하고 진행되기에, 머리와 몸통 타격이 곧 생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특히, 현대 일본의 스포츠 검도가 머리(‘머리’치기), 손목(‘손목’치기), 허리(‘허리’치기), 찌름(‘찌름’)의 네 가지 유효 부위를 중시하는 것은, 안전이라는 전제 하에 전투 효율성과 훈련 용이성을 위한 규칙의 산물이다. 실전이라면 절대로 이 부분만 공격하지 않는다.

② 현대 검도의 이유 : 현대 검도는 일본의 고류 검술에서 유래했지만, 스포츠로 정립되면서 안전을 위한 호구를 착용하고, 제한된 부위만 유효타로 인정한다. 이는 수련자가 안전하게 최대한의 힘과 속도로 공격을 연마하도록 독려하는 목적이 크다.

4) 실전에서도 이렇게 똑같이 싸울 수 있나?

아니다.

안전 장비가 없는 진검 실전에서 검도 경기처럼 머리와 몸통 공격을 주저 없이 시도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손목 공격은 ‘낮은 위험으로 가장 높은 전술적 이득을 취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전투 방식이며, 이는 서양의 역사적 검술 매뉴얼(HEMA)에서도 중요한 원칙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손목 공격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중세때 서양검술의 마스터 였던 요아힘 마이어와 피오레 데이 리베리도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요아힘 마이어는 특정 기술을 설명하기 전에 손과 팔에 대한 공격의 중요성을 먼저 언급한다.

이탈리아 검술의 마스터인 피오레 데이 리베리(Fiore dei Liberi, 15세기 초) 또한 상대의 손과 팔을 목표로 하는 공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피오레 데이 리베리는 Flos Duellatorum, c.(1409)의 Spada a Due Mani (양손 검)의 Wide Play (원거리 기술)섹션에서, 상대의 검과 교차(Crossing)하는 상황에서 손과 팔에 대한 공격을 유효한 반격으로 제시했다.

① 손목 공격의 중요성 : 검술에서 손과 팔은 신체에서 가장 쉽게 노출되면서도 (특히 검을 쥐고 있을 때) 검의 사정거리 내에 들어오는 부분이다. 이곳을 공격하는 것은 상대의 검을 무력화시키거나(Disarm), 즉각적인 고통으로 방어를 무너뜨려(Paralyze) 더 치명적인 공격(Head, Torso)으로 이어갈 수 있는 ‘최소 위험, 최대 이득’의 전술로 간주된다.

② 기술의 실행 : 두 검이 교차하는 상황(Bind)에서, 상대의 손목이나 팔뚝이 노출되었을 때 자신의 검을 상대 검 위나 아래로 미끄러뜨리거나(Slicing Off, Abschneiden), 짧은 타격(Cut or Thrust)을 가하여 상대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

요아힘 마이어와 피오레 데이 리베리(Fiore dei Liberi)의 기술이 역사적 검술 연구에서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영상을 참고해 보면 좋다.

여기서 시연자인 Daniel Pope 라는 사람의 몸 움직임을 관찰해 볼때, 상당히 복잡한 무술경력을 갖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이 사람의 신법과 보법의 뿌리는 일본검술과 스포츠 펜싱이다. 그리고 일본 아이키도와 복싱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 임도 짐작할 수 있다. 동양무술의 단위로는 약 3단급 정도의 신체능력과 실력으로 보이며, 일본 검술에서는 스포츠 죽도검도가 아니라, 일도류 계열의 고류 검술을 배웠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3. 권투의 인파이팅 & 아웃파이팅

복싱 스타일을 양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술적 분류인 아웃복싱(Out-boxing)과 인파이팅(Infighting)은 검술의 전술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 두 스타일의 장단점과 전술을 통해 실전 검술의 방향성을 유추할 수 있다.

1) 아웃복싱 (Out-boxing)

구분

전술 및 정의

장점

적합한

선수 특성

정의

상대와 거리를 두고 싸우는 스타일. 링의 중앙과 외곽을 넓게 활용.

안전성: 강타를 맞을 위험이 적음.

긴 리치, 빠른 발,

뛰어난 순발력.

전술

잽(Jab)과 스트레이트 등 긴 공격으로 거리 유지. 끊임없이 움직이는 스텝.

체력 관리: 끊임없이 움직여 상대의 체력을 소모.

침착하고 영리한

경기 운영 능력.

경기 운

정확도와 유효타 위주의 포인트 싸움.

안정적인 승리 가능.

냉철한 판단력,

높은 집중력.

단점

결정적인 KO 승이 어려움.

긴 리치를 가진 선수에게 불리할 수 있음.

대표 선

무하마드 알리,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등등

 

2) 인파이팅 (Infighting)

구분

전술 및 정의

장점

적합한 선수 특성

정의

상대에게 밀착하여 근접 거리에서 싸우는 스타일.

KO 확률: 짧고 폭발적인 연타로 KO를 만들어낼 확률이 높음.

강한 턱과 맷집, 짧고 강력한 근육.

전술

머리와 상체를 이용해 상대의 공격을 뚫고 빠르게 접근. 짧고 폭발적인 훅과 어퍼컷 등 치명적인 타격.

상대 압박: 아웃복서의 긴 리치를 무력화.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투지, 끈기와 불굴의 정신력.

경기

운영

맷집으로 버티며 쉴 틈 없는 압박. 클린치로 상대 힘을 뺌.

화끈한 KO 승리를 노림.

뛰어난 목 근육(내구력).

단점

상대의 강타에 노출될 위험이 높음. 체력 소모가 큼.

대표

선수

마이크 타이슨,

조 프레이저. 등등

3) 진검 실전은 아웃파이팅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

권투 경기 복싱에서는 아웃복싱이 안정적인 승리를, 인파이팅이 화끈한 KO 승리를 노리지만, 진검을 든 실전 싸움에서는 ‘치명성’이라는 변수 때문에 아웃복싱/거리 유지 전술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

권투의 인파이팅은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데, 칼싸움에서는 인파이팅이 훨씬 더 위험하고 특수한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4. 검술 실전에서 아웃파이팅이 주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

 

진검 실전에서 아웃복싱 전술, 즉 ‘거리 유지 및 회피’가 기본 전술이 되는 것은 생존과 무력화라는 실전의 목표와 완벽하게 부합하기 때문이다.

1) 치명성으로 인한 위험성의 극대화

칼싸움은 권투와 달리 무기의 치명성이 극도로 높다. 권투에서 인파이팅을 시도하며 잽을 허용하는 것은 점수를 내주는 정도지만, 칼싸움에서는 짧은 찌르기나 손목 타격도 전투 불능을 야기한다.

① 안전 원칙과의 부합 : 실전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 원칙은 ‘위험 회피’이다. 아웃복싱의 거리 유지(Distance Management)와 회피(Avoidance)는 이 원칙에 가장 충실한 전술이다.

② 실전 생존율의 극대화 : 아웃복싱은 상대의 치명적인 공격(머리, 몸통 베기)을 피하며 안전하게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있고, 실전 생존율이 가장 높은 전술로 평가된다.

2) 인파이팅의 제한적 적용과 위험성

진검 실전에서 인파이팅은 일반적인 전술이 아닌, 극도로 위험한 특수 기술로만 존재한다.

① 전술적 변화 : 검술 인파이팅은 권투처럼 짧은 공격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 긴 검이 휘두르기 어려운 밀착 거리에서 상대의 무기를 무력화시키고 제압하는 것을 목적. 이는 하프 소딩(Half-Swording)이나 그래플링/레슬링(Grappling/Wrestling)등 무기를 버리고 몸을 쓰는 기술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② 사용 상황 : 인파이팅은 상대가 갑옷을 입었거나(갑옷의 약점 공략), 거리가 갑자기 좁혀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클린치 해결)에만 사용되는 최후의 수단이다.

③ 위험 노출 : 인파이팅에 돌입하는 것은 전투를 짧은 시간 안에 끝내거나, 내가 죽거나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을 의미한다. 순간의 실수가 즉시 사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극도로 위험하며, 상대의 공격을 맷집으로 버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진검을 든 실전 싸움에서는 권투와 마찬가지로 거리 싸움이 핵심이지만, 그 중요성은 극도로 강조된다. 아웃복싱의 거리 유지 전술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술이며, 인파이팅은 위험을 감수하고 상황을 즉시 종료시키려는 고위험 고수익의 특수 전술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5. 중국검술이 손목을 노리는 이유

1) 무당검법과 팔괘검법의 사례

무당검법을 비롯한 대부분의 검술이 손목을 노리는 전술을 주로 사용한다. 한손으로 사용하는 양날검은 칼의 내구도가 낮아서 쌍수 일본도처럼 강한 공격을 하기 어렵다는 태생적 한계도 있지만, 손목을 노리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중국검술이 경기화의 길을 걷는다면, 아마도 펜싱이나 검도처럼 몸통과 머리공격에 높은 점수를 주어서 적극적인 공격을 유도해 내야 하겠지만, 경기로 발달하지 않은 현재는 과거 실전 상황의 유산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중국의 검술 중에서도 무당검과 팔괘검은 공통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손목 공격부터 시작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무당검법을 일명 ‘신문13검’이라고 부르기도 할 정도이다. 신문혈은 손목 아래에 있어서, 료검이나 추검으로 공격하기 딱 좋은 위치이고, 이 수법이 유명하다보니 무협지 같은 곳에서는 무당검법을 ‘신문13검’이라고 부르는 현상도 일어났다.

2) 스포츠 경기 검술의 현실

검술 스포츠에서 머리와 몸통공격을 권장하는 이유는 경기의 재미와 운동 능력의 향상 때문이다. 머리와 몸통을 잘 공격할 수 있다면, 손목 공격은 훨씬 쉬워진다. 그러나 손목만 공격하던 사람은 머리와 몸통 공격을 어려워 한다. 머리와 몸통은 종심이 깊기 때문에, 공격도 깊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검술사범들은 깊게 들어가서 머리를 칠 수 있어야 한다고 지도한다. 머리를 칠 수 있다는 것은 검술 운동능력의 향상을 가져온다.

스포츠 검술을 하는 선수들은 운동능력에서 절정 기량을 갖고 있다. 목숨을 내놓은 실전이라면, 스포츠 검술 선수들도 머리와 몸통을 노리지 않고 손목이나 다리를 노릴것이 분명하며, 평소에 검술 투로만 훈련해 왔던 사람들은 검술 선수들을 이기기 어렵다.

그러나 인간은 평소에 훈련해 온 대로 몸을 움직이기 마련이어서, 평소에 머리와 몸통을 공격하던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깊게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실전에서 이런 습관을 적절히 통제할 수 만 있다면, 평소에는 깊게 들어가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십수년전에 미국 FBI의 경고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미국에서 경찰이 범죄자를 제압하다가 부상당한 경우의 통계가 있었는데, 80% 이상은 칼에 의한 자상이었고, 총상은 5%도 되지 않았다. 총기소지가 합법화 된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폭력은 단도가 우선한다는 것 이었다.

이때 FBI는 경찰관들에게 경고하였다. 유도가 출신 경찰들은 단검을 든 상대를 만났을 때 몸통 안쪽으로 파고들지 말라는 현실적인 권고 였다. 유도하던 사람들은 평소 습관대로 겨드랑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많이 다친다는 것이다.

평소에 머리와 몸통만 공격하던 선수라면, 실전에서도 습관대로 이런 위험한 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으며, 실수는 상격에 의한 ‘양패구상(兩敗俱傷)’, ‘동귀어진(同歸於盡)’으로 이어진다. 둘 다 죽게 된다.싱처럼 하체를 공격하는 것이 매우 쓸모 있었다.

세상 모든 무술의 기술들은 이런 목숨 건 경험들의 축적이다. 고대의 선배들도 실전에서 얻은 데이터를 정리해서 후배들에게 전해주었던 것이며, 그것이 무술의 기술체계와 원리로 남았다. 과거의 무술 기술들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온고이지신 해야 할 때다.

결론을 정리하자면,
진검 실전에서는 첫수를 손목 공격으로 풀어 나가는 전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비록 그 모습이 보기에 우스워 보일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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