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을 방어하는 문제에서 발생한 논쟁

0
53669980113 fccb75a18f c

칼날로 칼날을 방어하는 문제에서 발생한 논쟁(?)에 대한 저의 생각

엣지로 패리하는 것에 대한 논쟁이 벌어져서,저의 생각을 밝히고, 사과할 부분이 있는것은 사과하고, 정리하려 합니다.처음에 술탄님 블로그에서 칼날을 칼날로 막는것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저는 그 부분에서,


‘어느 나라 검술이던 칼날을 칼날로 받지 않습니다. 진검 사용시에 기본상식입니다.’


라는 단 한줄의 글을 남겼습니다.이 말에 발끈하여 Entreri님께서는

“어느 나라 검술이던…”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 산재한 다양한 무술에 대한 기본적 소양이 필요하죠. 즉, 무술 백과사전을 집필할 정도의 역량을 갖추거나 할 사람이 아니면 그런 말은 삼가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15-17세기 이탈리아 레이피어 펜싱 사료는 아마도 아예 접하신 적이 없을거라고 짐작됩니다만 레이피어에서 엣지 패리는 일반적입니다.

라고 의견을 남겼습니다.이것이 문제의 발단인데,훈수 두시는 분 들이 ‘불치하문도 못한다’라거나, ‘그렇게 무댓보로 나가면 정말 꼰대된다’라고 말하기 시작했고,Entreri은 트랙백을 걸어, 이 부분을 반박하였습니다.이 부분에 대해서 저의 의견을 말하겠습니다.저의 의견을 말하기에 앞서서, 저는 이런 논쟁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음을 미리 밝혀두고 싶고요,타인의 의견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히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자유이니,Entreri도 전혀 잘못하신게 아닙니다.

이건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의 권리라고 생각해요.그러니 서로 감정 갖을 필요없고, 자신의 생각만 말하면 될 것 같습니다.그리고 檀下님이 댓글에 써놓은, 불치하문도 못한다는 말은 정말 잘못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는 술탄님에 대하여 전문가로써의 존경심을 갖고 있고,(아마 제가 나이가 좀 더 많을 것입니다만) 따라서 평소에도 뭔가 배운다는자세로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있습니다.지금까지 무례한 언사를 한 적도 없었다고 기억합니다.이런 경우에는 불치하문이 분명히 맞겠지만, ‘네가 알긴 뭘 안다고 나서느냐’라는 식의 댓글앞에서는 불치하문을 할 필요가 없는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우선 칼날을 칼날로 막는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를 설명하면,나머지 이야기는 부수적인 것 이고,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저절로 소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용어 정의를 먼저 확인해야 겠습니다.Entreri님이 표현한 ‘엣지를 패리하면 안된다’는 표현은 ‘칼날을 칼날로 방어하지 않는다’라고 이해하면 맞겠습니까?

이것이 같은 의미라고 정의해 놓고 쓰겠습니다.Entreri도 레이피어검술에서 라고 분명히 써 놓으셨군요.우선 칼의 역사부터 보겠습니다.고래로부터 검의 제작과 사용에 있어서 당면 과제는 ‘부러지지 않는 칼’ 이었습니다.옛날에 청동기 칼이 철기 칼과 만나서 부러진 이래, 전투시에 부러지지 않는 칼이야말로 명검이었기 때문이죠.그래서 검을 만들때 그런 고민이 많았습니다.

경도가 높으면 칼날이 단단하지만, 칼날이 깨져 나가는 단점이 있고,경도가 낮으면 칼날이 깨지지는 않지만, 뭉개지거나 휘어진다는 단점이 생깁니다.이런 두가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한 것이 일본도였습니다.일본도는 무른쇠와 단단한 쇠를 겹쳐서 검신을 만들기 때문에,단단한 칼날이 깨져도, 검신이 부러지지는 않았습니다.실제로 진검을 써 보면, 경도 8.5가 되는 칼날은 쉽게 깨지곤 했어요.일본 박물관에 있는 명검들은 칼날 경도가 5.5-  6.5 사이가 많습니다.의외지요. 칼날이 무르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전투시에 칼날이 깨지는 것 보다는, 칼날이 뭉개지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었습니다.칼날이 깨져서 크랙이 발생하면, 다음번 공방시에는 칼날이 부러지기 쉽습니다.그래서 무사가 살기 위해서는 부러지는 칼 보다는 칼날이 뭉개지는 칼이 생존성이 더 높은겁니다.칼날은 뭉개져도 일단 계속 싸울 수는 있으니까요.이렇게 부러지지 않는 칼을 위한 연구는 두가지로 진행됩니다.

하나는 일본도처럼 검의 구조에서의 접근이고,또 하나는 검술에서의 접근입니다.칼날이 깨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방어는 칼날과 칼날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상대의 칼날을 나의 검신으로 막고, 설령 칼날로 막더라도 금방 날을 비틀어 흘려서 비껴막는겁니다.술탄님이 블로그에 칼날을 막을때에 관해서 써 놓으신 글은 매우 정확한 얘깁니다.술탄님이 이렇게 써 놨죠.

실험 결과, 실제 방어-반격을 수행하게 되면, 칼날끼리 접촉하는 시간은 극도로 짧다. 0.2초 정도의 짧은 시간만 접촉하게 된다. 그 다음에는 자동적으로 칼날의 방향이 변한다. 반격을 위해 다음 베기 모션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자연히 변하며, 극도로 짧은 칼날vs칼날 접촉 시점이 지나면 칼날vs날면으로 접촉하게 된다. 느낌으로는, 0.2초에 불과한 짧은 시점에서 상대 칼의 운동에너지는 거의 상쇄된다. 그리고 그 상쇄된 운동에너지가 칼날을 파고들어오기 전에 재빠르게 측면으로 방향이 변하므로, 실제 운동에너지는 칼날 측면을 타고 엉뚱하게 흐르는 것이다.

이 말은 아주 정확해요.원래 그림에는 어디나 칼날을 칼날로 막는 것으로 그립니다. 어느 책을 봐도 그렇게 나와요.그런데 실제 운용시에는 칼날을 칼날이 아닌 검배 부분으로 막거나, 받아서 흘리는 것이 상식이라는 겁니다.이런 상식은 마치 ‘칼로 사람의 살을 베면 피가 나옵니다’라는 당연한 이야기에 가깝습니다.모든 검술에서는 칼날을 받을때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데,이건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여서 어쩌면 의문을 갖지 않았을 정도예요.연구할 때 ‘Sollen‘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당위’라고 번역하는데,너무나 당연한 사실은 연구를 더이상 하지 않고, 연구를 중지한다는 뜻 입니다.논문심사때 ‘당위’에 걸리면, 그 논문은 못 쓰게 되는것이 일반적입니다.

사람은 죽는다. 이런 당위는 연구대상이 되지 않는것 처럼 말입니다.마찬가지로, 칼날을 칼날로 받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모든 검술의 상식이었습니다.일본검술의 水流 같은 기술, 중국검술의 挂劍(괘검), 撩劍(료검), 云劍(운검), 截劍(절검), 提劍(제검), 剪腕花(전완화), 撩腕花(료완화) 같은 기술에서칼날을 칼날로 막지 않기 위해서 받아 흘리고, 비트는 기술들을 공부하게 됩니다.

칼날을 칼날로 막지 않는다는 것은 인도의 칼라리파야투에서도 발견할 수 있고,동남아 검술에서도 충분히 많이 보았던 사실입니다.아프리카나 중동은… 많이 다녔지만 현지에서는 검술다운 검술을 본 적이 없고,유럽에서는 몇번 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그러면 여기서 이야기를 정리하겠습니다.

원래 사건의 발단은 술탄님이 쓴 포스팅 <세이버는 정말로 칼날로 칼날을 받아내는가>에서 시작됐고,세이버는 전투용 칼 이라서 상대의 칼날을 칼날로 맞받아 막지 않는다고 보는것이 옳습니다.위에 녹색으로 표시한 술탄님의 생각처럼 하는것이 옳다는 것 입니다.그래서 나도 이에 동의하는지라,

어느 나라 검술이던 칼날을 칼날로 받지 않습니다. 진검 사용시에 기본상식입니다.
라고썼는데,


Entreri님은

무술 백과사전을 집필할 정도의 역량을 갖추거나 할 사람이 아니면 그런 말은 삼가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15-17세기 이탈리아 레이피어 펜싱 사료는 아마도 아예 접하신 적이 없을거라고 짐작됩니다만 레이피어에서 엣지 패리는 일반적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의 정확한 뜻은 ‘네가 그걸 다 알리가 있느냐, 모르면 입을 다물어라, 15세기 레이피어 검술자료도 못  본 주제에’라는 속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이런 의미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겠지요.세이버 얘기하는데, 레이피어검술은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한 것입니다.여기서 레이피어 검술은 좀 특이한 것이라는 것을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레이피어검은 전투용 칼이 아니고, 서양에서 중세 이후에 나타난 귀족간의 결투용 칼이라고 봐야 합니다.한마디로…실전용 칼이 아니예요.

레이피어검 (위키백과)

레이피어(Rapier)의 어원은 프랑스어의 Epee Rapiere, 여기서 Epee는 검, Rapiere는 찌르기를 의미하는거죠.그래서 찌르기에 특화되었으며, 전쟁용으로는 적합하지 못했고, 1대1 대결에서 주로 이용되었고, 현대 펜싱검의 원형이 되었습니다.이 검이 사용되던 시기에는 Plate Armor가 퇴조한 이후여서, 흔히 중세 유럽귀족의 결투에서 보이는 싸움을 목적으로 사용되었고,그런 이유로 레이피어는 매우 화려함이 강조된 경우가 많았으며, 17세기로 넘어가서는 Dress Sword로 발전하는 예식전용 검이었던 거죠.레이피어 검술은 롱소드검술에서 나왔으니,물론 레이피어검술을 잘 하면, 다른 전쟁용 칼도 잘 쓸 것입니다만,일단 레이피어검은 결투용 칼 이라서, 칼날이 깨지던 부러지던 신경을 덜 쓰는 칼 이라고요.

칼날이 부러지면 결투 끝인데다가, 칼날에 신경을 써서 만든 검도 아니었죠.그러니 칼날을 칼날로 받아도 뭐 문제 없겠지만,레이피어검은 인류의 전쟁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칼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말해야 합니다.일반적인 검술이 아니라고요.세이버 얘기하는데 와서, Entreri님이 레이피어에는 다른 사례가 있다고 하니,또 다른 사람들은 연구자세가 아니네, 자료를 제시해야 하네, 하고 훈수를 두셨습니다.다들 본질에는 관심없고 그저 싸움을 붙이려는 고약한 심뽀가 보이네요.

저는 Entreri님의 중세검술의 지식을 존중합니다.저는 술탄님을 비롯해서 Entreri님 같은 분 들의 중세검술의 지식만큼 알고 있지 못합니다.그래서 댓글에도

중세 검술자료들은 2000년 이전부터 외국에서 원서로 받아다 보았습니다. 레이피어 검술은 20년전부터 유럽 현장에서도 보고 배우기도 했지요. 그러나 Entreri님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앞으로는 삼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말하면 안되는 분야라는 생각이 지금 드는군요.

라고 분명히 써 놨고, 내가 이 부분은 말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군요.저는 칼날을 칼날로 받아서는 안된다는 명제는 검술 초보자도 아는 상식이고,지구상 어디서나 공통된 사항이라고 봤기 때문에, 감히 내가 말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고요,Entreri님은 ‘네가 전세계 검술을 다 아냐, 아는척하지 말고, 레이피어검술에는 예외가 있다’라고 말했던 것이고,그래서 나는 ‘Entreri님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앞으로는 삼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말하면 안되는 분야라는 생각이 지금 드는군요.’ 라고 답변했습니다.여기에 뭐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까?내 생각과 Entreri님의 생각은 다른 것이고, 서로 인정하라고 요구할 필요도 없고,또한 중세검술에 있어서 나는 ARMA 사람들처럼 알고 있지 못하다는것을 내가 인정하는데,뭘 어떻게 증거를 대고 논의를 하라는 것 인지 이해되지 않습니다.또한 Entreri님이 들고나온 15세기의 레이피어 검술은 전세계 검술역사 전반에서 일반적 현상이 아니니,이런것은 예외사항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고,따라서 내가 술탄님 블로그에 댓글로 써 놓은 ‘어느 나라 검술이던 칼날을 칼날로 받지 않습니다.

진검 사용시에 기본상식입니다.’ 라는 표현도 그리 틀렸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이 포스팅을 쓰고 나면, 분명히 아무것도 모른다느니, 헛소리라느니 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릴 것입니다.그런데 지금 여러분들은 얼마전에 일본영화 椿三十郞의 발도장면을 보고서, 그게 되는 검술이라며 박수치던 사람들이었어요.나의 말이 틀렸다고들 하겠지만, 그런 (명의없는 비로그인) 댓글에는 대꾸 안 하렵니다.

마지막으로…예전에 마르스 잡지에서 썼던 기사중에 중세검술 부분이 있었던 기억은 나는데,십년전 일 이라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중세검술 책을 이것저것 참고했던 기억은 납니다.

그 책중의 Medieval Swordsmanship 라는 책이 분명히 있었습니다.그 책의 뭔가 삽화를 썼던 기억이 나는데, 그 삽화를 클레멘스씨가 직접 만든 것이었던가요?나는 그게 중세때 책의 삽화를 스캔해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용했던 것 입니다.미안하지만 어떤 그림이었던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아요.그게 클레멘스씨가 직접 그린 것이었다면,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중세때 그림이라면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최근에 그린 사람이 있다면 제가 사과하는 것이 옳습니다.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혹시 언젠가 클레멘스씨를 만난다면 구두로 직접 사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통상 잡지나 신문에서는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할 때, 저작권에서 좀 자유롭습니다.그게 ‘알 권리’라는 조항때문에 그런것인데, 학술논문이나 저술에서는 출처가 문제되지만,기사에서는 조금 더 관용이 있어온게 사실입니다.통상적으로 신문기사나 잡지기사를 봐도 출처를 다 쓰지는 않으니까요.그게 논문이나 개인의 저작과 다른점이죠.그러나 제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고,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뭐 이런 저런 핑계로라도 인연이 닿는다면 클레멘스씨를 만나보고 싶군요.글이 길어진 관계로, 이해를 돕기 위해 요약정리 합니다.인터넷에서 무술 매니아들은 요약정리 안 해주면 다들 딴소리를 하더라고요.

1. 나는 일반적인 칼싸움 실전에서 칼날을 칼날로 받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명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뇌내망상 입니다.

2. 레이피어검술에서는 칼날을 칼날로 받는 경우가 있겠지만, 특수한 경우라서 검술의 일반적 대상으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
3. 나는 중세 유럽검술을 잘 알고 있지 않으며, 그 부분에서는 ARMA 사람들이 선구자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구체적으로 아는 척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4. 나의 생각, 타인의 생각은 각자 사고의 자유가 있고, 누구나 남을 욕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Entreri님이 뭐라고 말하던 나는 아무 감정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건 Entreri의 자유입니다.5. 내가 쓴 포스팅이나 댓글때문에


Entreri님이 기분이 상했다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Entreri님이 나에게 ‘네가 뭘 알아’라는 의미의 댓글을 남겼다고 해서, 내가 기분 나빠하지 않았듯이,   Entreri님도 깊이 마음에 두지 않아주시길 바랍니다.

이전 기사오수(吴殳)의 수비록(手臂录)
다음 기사장강대협 팔괘장 명인 여자검 노사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