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1시에 방영된 SBS 스페셜 ‘무림고수’는 함량미달이었다.출연한 무술인들이 (일부 빼고) 정상급의 보기드문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방송국측의 기획은 70년대 시각에 머물러 있었다.
제목부터… ‘무림고수는 있는가?’ 였다. 이게 말이 되냐.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PD가 세상에 던지는 화두’라고 공식홈페이지에 적혀있다.기껏 던진 화두가 ‘무림고수는 있는가?’ 이냐?
외주제작사는 에스엔케이프로 이던데, 주로 뭘 하던 곳인지… PD의 공부 부족을 지적해야겠지.방송판의 PD들이 보는 무술이란 결국 나이트클럽 차력쇼인가.
SBS 스페셜 ‘무림고수’의 구성은 ‘생활의 달인’의 또다른 모습밖에 안됐다.부침개 잘 뒤집으시는군요, 그러면 검증 들어갑니다, 100원짜리 동전을 공중에서 젓가락으로 잡아보세요~커텐 주름 잘 잡으시는군요. 그러면 검증 들어갑니다, 이것도 접어보세요.무술 잘 하시는군요, 그러면 검증 들어갑니다, 이거 깨보세요.
간단히 표현하자면, 이 프로그램을 NGC나 디스커버리 채널에 팔 수 있겠느냐 이 말이다.이건 수준 이하다. 그동안 양산된 무술다큐중에서도 최악의 기획이었다.
곽태용 교수는 작년 연말에 국기원 망년회(?)에서 오랫만에 만났었는데,무도수련으로 만들어진 기품이 느껴지는, 아주 멋있는 사람이다.십년전에 토요일날마다 이화여대 체육관에 모여서 태권도하는 스티븐 케이프너 교수의 클럽에서 처음 만났었다.
어제 방영에서 곽태용 교수의 명품 하체가 나오던데, 인상깊었다.무술은 역시 체(體)가 만들어진 이후에 용(用)을 들어가는게 맞지 싶다.내 생각으로, 한국 태권도계에서 ‘저 사람은 나중에 큰일을 하겠군’하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한명이다.장태식군은…아니 이제 일가를 이루었으니 氏라고 부르는게 맞겠지.
장태식씨는 어제 패션을 보니 도기현 회장님의 패션지도가 있었지 싶었다.어제 입고나온 두루마기는 도회장님이 자주 입으시는 파란색 두루마기와 모습이 같던데.장태식씨는 볼 때마다 괜히 입가에 웃음이 나오는 좋은 사람이다.
이 사람을 보면 괜히 즐겁다.내가 꼽은 한국 무술계의 후기지수중의 한명.최배달 선생님의 영상을 보면서,왜 우리나라는 大鵬이 깃들 수 없는 곳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최배달도, 역도산도, 최근에는 추성훈까지도 이 나라에서 둥지를 틀 수 없었다.
튀어나온 말뚝은 어떻게 해서라도 때려박고, 이 사회는 공정하지 않은 사회니까.자신의 무술을 세계적으로 보급하고 싶다면, 한국을 버리고 떠나는것이 현명하다는 것을,지난 60년의 현대사가 우리에게 증명하고 있다.간만에 아는 사람들, 친한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서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