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멸조(欺師滅祖)는 학력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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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중에서 ‘기사멸조(欺師滅祖)’라는 것이 있다. 

스승을 기만하고, 사문을 망신스럽게 한 죄

자신이 소속한 문파의 스승과 시조를 속이거나 모욕한 것을 기사멸조라고 하며, 모든 문파에서 최고의 중죄이다. 문파에 대한 반역죄, 다른 문파와 내통한 내통죄보다 더 악질로 친다. 기사멸조를 저지른 자는 단근참맥 형을 내리고 병신을 만들어 내쫒는것이 일반적이다.

무협에서 등장하니 마치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죄 인 듯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현실 무술계에서 너무나 비일비재하고 흔하게 볼 수 있는 사기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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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멸조는 너무나 흔하기 때문에, 이것이 죄 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자주 목격된다. 마치 건널목 무단횡단, 공공 도로에서의 흡연처럼, 분명히 경범죄에 해당하지만 너무 흔하기 때문에 죄 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사멸조(欺師滅祖)는 건널목 무단횡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중범죄 임에 틀림없으나, 현행법으로는 형사처벌 하기 어려운 것 이어서, 범죄행위로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일종의 무술계 윤리 위반이지만, 현행 사법체계에서는 처벌할 근거가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면서도 위법이라 여기지 않는다.

기사멸조(欺師滅祖)는 스승을 속이고, 스승과 제자간의 전승 계보를 속이고, 계보를 위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런 일이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결론만 말하자면 현실에서 아주 흔하다.

기사멸조는 한마디로 학력위조 이다.

입학 스펙을 속이고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한다. 이런 유사한 사례로 비난받거나 처벌받은 많은 사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게임에서 롤대리는 사기로 치부된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게임을 하거나, 레벨을 올리는 행위는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주짓수를 며칠 배운 후에 블랙벨트라고 행세하고 다니는 주지떼로가 용서받을 수 있겠는가? 브라질에 일주일 여행가서 유명 주짓수짐에서 사진 좀 찍고 와서는 ‘누구누구의 제자’라고 한다면, 용납될 수 있겠는가?

웨이트 바닥에서 유행하던 ‘3대 500’이 있다. 실제로 합계 500kg를 들지 못하면서, 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니면 어떻게 될까? 이 문제 때문에 시끄러웠던 유명 유튜버도 있었다.

기사멸조는 이런 것이다.

무술의 문파는 일종의 학교 인 셈이고, 정규 입학을 해서 정규과정을 마치지 않은 사람이 자격이 있다고 하면 위법이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적이 없는데도 서울대 출신으로 행세하거나, 박사학위가 없는데도 명함에 박사라고 쓰고 다니고, 페이스북 프로필에 ‘박사’라고 떡 하니 박아놓으면 명백한 사기다.

배우지 않았는데 배웠다고 하고, 자격이 없는데 있다고 하는 것이 사기이듯이, 기사멸조는 이런것과 동일한 사기다.

1. 첫 번째 기사멸조의 유형

1) 지금도 자칭 한국전통검술을 주장하는 모 검술협회에서는 자신들의 스승이 ‘곤륜산 스승(가칭)’ 이라고 말해왔다. 알고보면 100% 거짓말 이었다.

뿌리없는 나무가 없듯이 그들에게도 검술의 기본을 가르쳐 준 스승이 존재할테니, 이것은 기사멸조가 분명했다.

2) 예전에 어떤 무술도장에는 흰수염의 노인 초상화가 걸려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노인은 바로 일본 아이키도의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 였었다.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왜 거기 걸려 있었는가는 지금도 의문이다. 물론 그 관장과 일본 아이키도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

3) 하루 2시간짜리 세미나에 참석해서 강연자와 사진 찍고는, 자신의 스승이라 주장하는 사범들이 의외로 많다. 2시간 특강 듣고서 사제관계가 된다면, 방한하신 교황님과 악수한 사람은 그날로 추기경 행세해도 되는것이겠다.

4) 태극권 저명 인사가 한국에 오면, 그 분의 하루짜리 세미나에 참석하고 사진 찍은후에 제자라고 간판 거는 관장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 세미나에 가보면, 관장들은 이구동성으로 ‘나를 여기서 만났다는 말을 어디가서 하지 말아달라’며 부탁하곤 했다.

5) 최근 주짓수 판 에서는 단기연수 받았거나 브라질에 잠시 여행다녀와서는 주짓수 블랙이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사기다.

무술에서 관계는

‘만나본 사이 – 입문자 학생 – 제자 – 적전제자 – 전인’ 순서로 이어진다.

만나본 사이이거나 며칠 입문한 수준인데도 적전제자 이거나 전인으로 행세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것이 바로 기사멸조 이다.

인천 팔괘장의 안철균 관장님은 북경에 비석을 세웠고, 그 공로로 이자명 노사의 제자로 입문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는 평생을 팔괘장과 각종 무술을 했던 정통 무도인이므로, 이렇게 입문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 비석에는 인천 팔괘장의 족보를 명확하게 새겨서, 전후 사정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안철균 관장의 훌륭한 업적으로 앞으로도 높게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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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노수전 선생은 5대가 아니라 4대 인 것으로 밝혀져서, 나중에 정정되었으므로, 여기 비석에서 1대씩 올리는 것이 타당하다.

안철균 관장님이 비석을 세운 이유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돌비석에 족보를 새겨버리면 나중에 거짓말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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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팔괘장 동공묘에도 역대 전인들의 이름을 비석 뒤편에 정확하게 새겨놓았다. 이자명 노사님의 묘비 뒤편은 4대 제자들 이름으로 가득차 있다. 이 비석에 이름이 없으면 제자가 아니며, 나중에 주장하는 것도 인정받지 못한다. 비석은 유족이 관리하므로, 한밤중에 가서 몰래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는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유족이 가끔 와서 일일이 확인하기 때문이다.

2. 두번째 기사멸조의 유형

두 번째 기사멸조는 족보를 왜곡하는 1번보다 더욱 흔하고 교묘하다. 두 번째 기사멸조는 스승에게서 배우지 않은 것을, 스승에게서 직접 전수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무술의 사승관계에서는 주고 받은 것이 명확해야 하고, 배운 것은 배웠다 말하고, 자신이 만든 것은 만들었다고 말해야만 한다. 이 전승관계가 왜곡되는 것도 기사멸조에 해당한다. 무술은 육체의 유전자를 전해주는 부모자식 관계가 아니며, 유전자 대신에 무술의 기법과 정신을 계승시키는 관계다. 따라서 전해주고받는 무술 기술 자체가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 무술의 기술들은 부모가 나에게 전해준 혈통의 유전자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데, 그래서 이것을 왜곡한다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외국의 저명 무술인을 만나서 두어번 지도를 받았다고 하자. 중2가 하루에 한두시간씩 5일쯤 배웠다고 해도, 얼마나 많이 배웠겠는가? 무술 무경험자가 며칠 지도받으면 그 무술을 다 전수받고 다 배운것인가? 그것도 겨우 중학생 나이에? 그런데 이 사람은 후일 여기저기서 귀동냥으로 배운것과 책보고 혼자 연습한 것을, 그 저명 무술인에게서 배웠노라 말하면서 행세를 한다.

누군가에게서 5%를 배웠고, 부족한 95%를 다른곳에서 빌려와 벌충했을 때, 과연 5%를 가르친 사람의 정식 제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일이 의외로 많다. 유명 무술인은 대개 나이가 많으며, 오래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제 부활해서 사실관계를 정정할 리 없으니, 예전에 자신과 잠시 만났을 때 기념 사진 찍어둔 것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제자로 행세한다.

스승으로 여기느냐 아니냐는 철저히 개인 내면의 문제여서, 하루를 배웠어도 스승으로 생각할 수는 있다.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웠는데 배우지 않았다고 하거나, 배우지 못했는데 혼자 창작해서 만들어 놓고는 스승에게서 전수받은 것이라고 억지 주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되었다. 이것은 무술계에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

대부분 이런 사기꾼들은 스승이 돌아가셨을때 장례식에는 오지 않는다. 안오는지 못오는지는 그들만이 알 것이다. 자식이 부모 장례를 치러야 하듯이, 무술의 제자라면 장례에 참석하는것이 의무가 분명하다. 스승 장례식에 오지 않으면서, 스승 사후에는 자기가 수제자라며 행세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흔하다. 그래서 무술인의 장례식 기록사진을 보면 그 집안의 족보를 대충 알 수 있기 마련이다.

3. 세번째 기사멸조의 유형

세 번째 기사멸조는 무술의 근본 원리를 왜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팔괘장의 경우, 팔괘장의 원리를 36가결과 실전48가결에 모두 아로새겨 놓았다. 이 원리가 바뀌면 팔괘장이 아니라 다른 무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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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중심선에서 겨드랑이를 어느쪽으로 들어가느냐는 권법의 정체성을 논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잡기를 할 때도 유도는 겨드랑이 안쪽으로 들어가지만, 아이키도와 팔괘장은 바깥쪽으로 빠지며 들어가는 것이 기본이다.

아이키도와 팔괘장의 유사성은 이 부분에 있기 때문에, 때로는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게 되었다.

팔괘장 권사라면서 공방시에 유도처럼 신체 안쪽으로 파고든다면, 이 사람은 팔괘장이 아니라 유도나 당랑권 팔극권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것이 별것 아닌 것 같이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지난 백년간 왜 전쟁을 해 왔는가를 이해한다면, 이데올로기는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술에서의 원리는 이데올로기에 해당하는 이념이자 가치이다. 근본 이론이 바뀐다는 것은 용서받을 수도 없고, 용납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무협소설 소오강호에서 화산파의 내분이 왜 일어났는가를 떠올려보자. 그것은 기파와 검파의 대립에서 시작되었다. 여기서 기파(氣派)는 내공이 먼저라는 유파이고, 검파(劍派)는 검술이 먼저라는 유파이다. 검술을 할 때, 내공부터 연마하느냐, 검술 초식부터 연마하는게 옳으냐를 놓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 소오강호의 시작이다. 외부인의 시각으로는 황당하기 그지없겠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목숨을 걸 만한 가치였던 것이다.

티베트에서 파드마삼바바가 전한 불교와 티벳 뵌교가 왜 300여년간 교리논쟁을 했었는가? 그것은 탑돌이 회전방향에서 시작된 것 이었다. 회전방향은 우주의 회전방향을 의미하는 것이고,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은 우주 그 자체가 정반대로 뒤집히는 것이니, 수백년간 싸울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외부인이 볼 때는 그저 한심하기 그지없는 쓸데없는 행위에 불과해 보였다.

서양 펜싱을 할 때, 신체 중심이 이동해서 나간후에 검을 내미는 사람은 펜싱이 아니라 검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펜싱은 반드시 아롱지브라를 먼저 하고 나서 마르쉐나 팡트를 한다. 이 순서가 바뀌면 펜싱이 아니라 동양검술이 되는 셈이다. 만약 동양검술 스타일로 몸이 이동한 후에 검을 뻗으면서, 이것이 펜싱 에페라고 가르친다면, 이 사람이 펜싱계에서 받아들여 질 수 있겠는가? 이런 지도자는 사문난적으로 몰려 쫒겨날 것은 명약관화 하다.

아이키도나 팔괘장을 한다고 말하면서 그래플링 기술을 적용할 때, 신체 안쪽으로 파고드는 사람은 원리를 정반대로 적용시킨 것이다. 팔괘장과 아이키도는 기본적으로 바깥쪽으로 파고들어 공격을 하게 되어 있다.

무술에서 공격을 파고드는 방향은 이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 방향을 바꾼다는 것은 무술의 정체성이 근본부터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행위를 해 놓고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는 무술인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무술의 근본원리를 통째로 바꿔놓고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차 모르는 사범이라면, 사범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범을 만나서 배우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며, 바보가 되는 것은 순간이다.

이렇게 근본원리를 함부로 변경시키는 행위도 명백한 기사멸조에 해당한다.

사이비(似而非) 라는 단어는 본래 맹자(孟子) 진심장구하(盡心章句下) 편에 수록된 말로, ‘공자왈오사이비자(孔子曰惡似而非者)’에서 유래하였다. 사이비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根本的)으로는 아주 다른 것’을 의미한다.

지도자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사범의 무술 실력 뿐 아니라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여부도 살펴 보아야 한다.

어떤 사범 문하에서 십년간 무공을 닦았는데, 알고 보니 사범이 말하고 지도한 것이 전부 허위사실이고 사기였다면, 흘려보낸 세월이 아쉽지 않겠는가.

사이비는 종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무술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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