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과 도의 구조적 차이
검과 도는 상상의 환타지 세계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양대무기로써 이어져 왔다. 인류가 제일 먼저 사용한 무기는 짱돌 이었다고 하며, 그 후에 봉을 사용했고, 돌멩이를 이용한 메이스를 사용하였는데, 그 후에 ‘공학기술’이 들어가는 무기로 등장한 것이 칼이다.
칼에 와서야 비로소 무기다운 무기라고 할 수 있고, 석기시대부터 청동기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단계별로 발전해 왔다.
신석기 시대에 마제석검이 있었고, 비파형 청동검이 있었으며, 그 후에 철제 무기들이 등장한다. 삼국시대에 사용했던 환두대도는 대표적인 무기이다.
그런데 수많은 무협과 영화에서, 검법(劍法)은 상승의 무술이고, 도법(刀法)은 그보다 하위의 기술 인 듯 묘사되어 왔다.
도가 검보다 하위무술 인 듯 인식된 것은 전적으로 무협의 잘못된 영향이다. 무협은 본래 경공술과 장풍이 존재하는 환타지 월드이므로, 그 세계관 안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지만, 현실세계에 그런 이론을 끌고 나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예도보통지에 보면 후대에는 검과 도가 혼용되었다고 적혀 있으며, 일본 검도의 경우에는 분명히 쌍수도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술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도를 사용하면서 검술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기의 구조를 보며 간단하게 구분하자면, 검(劍)은 칼날이 두 개이고 도(刀)는 하나이다. 검(劍)과 도(刀)를 구분하는 기준은 칼날이 하나인가 두 개인가 하는 부분이다.
칼이 두 개이며 좁고 길다란 것이 검(劍) 이고, 칼날이 하나이며 칼등이 두꺼운 것이 도(刀) 이다.
검(劍)은 칼날이 두 개이다 보니, 검신을 몸통에 붙이며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검을 사용하는 지검례(持劍禮)는 검신을 몸에 붙이지 않으며, 바깥에 댄다. 검법을 시작할 때도 대개 배검(背劍)을 하기 마련이다.
검과 도를 연무할 때 예의
도(刀)를 사용하는 포도례(抱刀禮)는 칼등에 날이 없으므로, 칼을 몸 안쪽으로 안고 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렇듯 지검례(持劍禮)와 포도례(抱刀禮)는 무기의 칼날이 두 개인가 한 개인가를 고려하여 기능적으로 만들어 졌다. 그렇다면 검과 도는 실제로 사용할 때도 이런 구분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도법과 검법의 기술 차이는?
중국의 검법과 도법을 관찰해 보면, 이 구분에 충실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검법은 칼날을 몸통에 붙인 상태에서 사용하는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검은 대개 몸통과 일정 간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사용한다. 서양의 펜싱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따라서 검술 격검은 통상 중거리에서 이루어지며, 상대와 몸이 완전히 붙은 초근접 상태를 선호하지 않는다.
반대로 도법은 초근접 상태에서 상대에게 칼날을 붙여놓고, 몸을 이용하여 사용하는 기술들도 많다. 유도 할 때처럼 바짝 붙어서 긋듯이 사용하는 기법들은 검으로는 할 수 없는 기술들이다. 칼날을 상대의 몸에 붙여놓고 상호간의 몸통이 붙은 상태이므로, 팔을 휘둘러서 기술을 사용할 수 없고, 따라서 허리를 강하게 비틀어서 쓰는 기법들이 등장하게 된다.
팔괘장에서는 종합무술유파가 그렇듯 도술과 검술이 모두 존재한다. 팔괘대도는 무척 크기가 커서 독특한 운용법이 필요하다. 팔괘대도는 팔괘장의 힘과 기술을 대표하는 무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