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 수련을 위한 적절한 웨이트트레이닝 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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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수련에 있어서 중량을 사용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적절한가 아닌가를 놓고 오랫동안 찬반 논의가 있어왔다.

기(氣)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쪽 에서는, 고중량 웨이트트레이닝은 무술의 힘쓰기와 다른 졸력을 사용한다며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반대로 중량운동은 현대무술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도 있었다.

마치 김용 무협소설의 소오강호에서 화산파의 내분이 났던 원인과 비슷해 보인다. 화산파는 기파와 검파로 나뉘어 대립하였고, 이 대립이 피바람을 불러온다는 것이 소오강호의 시작이다.

무술인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필요 없다는 쪽의 이유는?
필요하다는 쪽의 이유는?
각각을 알아보고, 사실관계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무술은 인간과 인간이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성인 남성이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기운을 쓸 때, 그 힘을 제어할 수 있어야만 이길 수 있다.
땅에 쓰러진 드럼통을 세우는것과 성인 남성이 필사적으로 힘을 쓰는 것을 제압하는 것, 이 두가지 중에서 어느것이 더 쉽겠는가?
무조건 드럼통을 일으켜 세우는것이 쉽다.

기름이 가득한 드럼통 1개의 무게는, 휘발유의 비중이 0.75이므로 200리터 드럼통은 약 150kg정도가 된다. 일으켜 세울때 통의 한쪽이 땅에 지지되어 있으므로, 온전히 150킬로를 들어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다각도의 힘을 내는 성인남성은 드럼통보다 제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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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은 휘발유 드럼통을 군생활 중에 옮겨 보았을 것이다. 군대 유류고에 가서 수백개의 드럼통을 이동시키고 정렬하여 쌓고 나면, 웬만한 장정들도 탈진하기 일쑤다.

저항하지 않는 드럼통도 이렇게 힘든데, 저항하는 사람을 제압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중국무술 내가권에서 말하는 기의 사용과 정경의 확립은 매우 훌륭한 이론이고, 수련 여부에 따라서 강한 힘을 낼 수도 있는것 이지만, 드럼통을 옮길때와 같은 상황에서는 내경보다는 뚝심 즉 졸력이 더 필요하다.

실제 격투에서 나의 신체 중심선을 정렬하고 구조를 확립한 후에 상대를 공격하기는 매우 어렵다. 훈련된 격투가라면 내가 신체 중심선을 확립한 채 놔두지 않는다. 쉴새없이 나를 건드리고 흔들며, 내가 중심선을 세우지 못하도록 할 것이 분명하다.

유도의 잡기 싸움이 바로 이런것이다. 상대를 잡고 흔들어서 중심을 깬 후에, 나의 마음대로 상대를 메쳐버린다. 무술에서 시범은 멋있는 것 이지만, 실제 격투나 시합은 시범처럼 되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에는 아주 세련된 태극권 고수도, 잘 훈련된 유도가를 만나면 맥을 못 추고 당하는 경우가 많다. 태극권 추수시합과 유도 대련은 목적과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태극권 추수를 멋지게 잘 해내는 사람이 실전에서는 허망하게 패하는 적이 많았다.

특정 무술 유파 안에서는 자기네 끼리의 경기룰 이 있고, 경기 규칙에서 벗어나면 반칙이라고 제재되기 때문에, 규칙대로 싸우게 마련이다. 하지만 다른 무술과 만나면 규칙이 달라지므로 평소에 쓰던 기술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무규칙 격투라는 MMA지만, MMA조차도 없는 듯 하면서 사실은 규칙이 있다.

현실세계에서 무규칙 실전 격투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규칙 실전은 경찰과 군대에서 접하는 상황에서만 존재한다. 일반인이 무규칙 격투에 노출된다면, 그것은 결투에 해당하므로 치안부재의 상태라는 방증이다.

규칙이 다른 무술과 만나거나, 혹은 범죄상황에 가까운 실전이라면, 무술의 경기규칙보다는 비신사적인 싸움기술과 졸력이 우선시된다. 그래서 오래전에 일본 아이키도의 창시자 우에지바 모리헤이는 ‘졸렬한 타격이 세련된 잡기보다 낫다’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면, 무술에서 중요한 1차적인 것은 힘 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체 중심선 구조를 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우선시된다. 이런 힘은 그라운드에서도 쓸 수 있고, 심지어 물속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이런 힘이 없는 상태에서의 무술 기술 수련은 공허해 진다.

태극권의 추수를 잘 하는 사람이 물속에서도 그렇게 격투가 가능하겠는가? 내경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땅바닥에 누워 레슬링같은 그라운드 상황에서도 내경을 쓸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공 혹은 내경이라고 말해지는 힘은, 발바닥이 땅에 닿아있을때 나오는 지면반발력이 없으면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격투에 필요한 기초적인 힘은 어느정도 수준이 필요할까?

이 질문은 이미 오래전에 선조들이 정답을 마련해 놓았다. 중국 당송원명청 왕조를 거치며 실시된 무거(武擧)시험에서 체력기준이 있으며, 조선시대에 군인을 선발하는 무과에서도 체력심사 기준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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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의 석쇄공 훈련

무거(武擧)는 중국의 옛날 무과시험으로써, 당나라 측천무후대인 702년(장안 2)에 처음으로 무관을 선발한 제도의 명칭이다. 무술과 말타기 이외에도, 체력시험이 포함되어 있었다. 체력시험의 과목으로는 석단공과 석쇄공이 있었는데, 이것은 현대의 바벨 역도와 케틀벨에 해당한다.

석단공

이런 무과시험 기준의 수준을 이해해보자면, 상대 인간을 제압할 수 있는 물리적인 힘을 의미한다. 자신의 체중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의 힘 이라면, 상대도 넘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지금처럼 자동차나 기중기 같은 기계의 힘을 사용하지 못했으므로, 모든것은 인간의 노동력을 통해 일을 했다. 조선시대에 북한산성 성벽을 쌓을때도 사람이 하나씩 돌멩이를 지고 날랐으며, 쌀집에 쌀 한가마를 주문하면 사람이 수레나 자전거에 실어 날랐다. 수레나 자전거에 쌀가마를 싣고 내리는 것은 온전히 쌀집 일꾼의 힘 이었다. 지금은 대형마트에 쌀포대가 10킬로나 5킬로 단위까지 나오지만, 40여년전만 해도 쌀은 80킬로 한포대가 일반적이 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수십년전만 해도 쌀 한가마를 들지 못하면 한사람의 일꾼 대접을 받지 못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 독일에 파견했던 서독 광부들은 체력시험으로 선발했는데, 50킬로 모래포대를 직접 들어서 어깨에 지고, 운동장 건너편까지 왕복하는 것으로 시험을 치렀다. 50킬로 포대를 지고 걸을 수 없으면 서독 광부 시험에서 낙방하였다.

이 정도 힘은 성인 남성의 기본이자 필수적인 힘의 수준이었다. 이런 힘이 있는 사람들은 주먹으로 상대를 때리고 관절을 꺾는것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지만, 현대 MZ세대의 젊은이들 중에 이런 힘을 가진 사람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불과 2세대만에 인류 남성은 격투에 필요한 힘을 상실하였다. 우리의 조부 세대는 인터넷으로 해킹을 하고, 통피로 유동IP를 만들어 댓글을 다는 것은 할 줄 몰랐지만, 평균적인 힘 만은 현대 세대보다 우월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하루종일 피씨방에 앉아서 LoL을 하는 능력은 없었지만, 등 지게에 쌀 한가마를 지고 하루종일 걸을 수 있었다.

무술은 2세대 전의 인류 체력수준에 맞춰서 만들어진 기술이다. 70-80킬로 체중의 성인남자를 제어할 힘이 없다면, 무술의 수많은 기술은 무용지물이 된다.

최근 여자경찰관 선발 체력검정시험에서는 무릎을 땅에 대고 푸쉬업을 시켰었다. 이것도 힘들어서 못하는 여성이 거의 대부분 이었다. 사무실에서는 20킬로 생수통이 무거워서 생수통 교체를 못하는 여성이 많다.

하지만 6.25 이후의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40킬로가 넘는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지고 몇시간을 걷기도 했었다. 그런 사람들이 시장에서 장사를 했고, 공장과 농촌에서 일을 했다. 그 당시 여성들은 무술을 수련하면 격투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 여경과 여성소방관은 남성 직원들의 짐만 된다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듯 인류는 2세대만에 신체 능력을 급격히 상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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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가는 여인

무술의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힘이 필수적이다. 그 기본적 힘은 자신의 체중 무게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요없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80킬로 바벨로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를 10회이상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정도 힘이 있으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쌀 한가마를 번쩍 들고 트럭 짐칸에 실을 수 있다면, 웨이트 훈련이 필요치 않다.

무술 격투를 위해서 ‘3대 500’ 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이 수준은 파워리프팅의 영역이다. 무술에서 요구하는 힘은 그저 체중 정도를 쉽게 들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이다. 이런 최소한의 힘이 없는 사람이 무술에 웨이트 트레이닝은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이다.

이 수준의 힘이 없다면, 반드시 힘을 키워야만 한다. 이런 수준의 힘이 있는 사람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힘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무술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은 이원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힘이 없는 사람은 체력훈련을 해야하고, 힘이 남아도는 사람은 그 시간에 기술훈련과 대련에 치중하는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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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레슬러인 알렉산더 카렐린은 192cm, 134kg의 거구이지만 체지방률이 늘 10% 이하여서 다들 이상해 했다고 한다. 약물복용을 의심했지만 수많은 검사에서 한번도 혐의를 찾은 적이 없다고.

카렐린은 머신보다는 자연속에서 훈련하는 것이 좋다며 통나무를 들고 설원에서 달린다거나 하며 훈련했다는데, 난생 처음 한 벤치프레스 측정에서 320파운드(약 145kg)를 기록하였다.

카렐린 처럼 선천적으로 기운이 센 사람은 굳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사람들이 ‘무술에서 웨이트는 필요없다’고 말했다고 해서,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그 말을 믿고 따라하면 안된다.

왜 인간 체중 정도의 웨이트를 해야 하는가?

중량을 들어올릴때, 자신의 체중 이하일 경우에는 좌우의 균형이 조금 흔들려도 큰 부상까지는 입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의 체중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좌우 고관절은 정확하게 50:50의 균형을 잡게 된다.
좌우 밸런스가 51:49로 조금만 틀어져도 큰 부상이 올 수 있다.
중량이 늘어날 수록 고관절과 하체는 좌우 무게 배분을 정확하게 반반씩 하게 되는데, 이때 고관절과 하체는 극도로 경직되며 지면에 단단히 고정되게 된다.

건물을 건설할때 예를 들어보자.
기초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물은 고층을 올릴 수 없다. 기초 공사가 튼튼할 수록 건물은 단단하고 지진에도 견딜 수 있으며 내구성이 좋다.

고중량을 들어올리는 인체도 마찬가지다. 고중량을 머리위로 들어올리기 위해서 우선 하체를 지면에 단단히 고정하게 된다. 이때 고관절은 좌우 밸런스를 맞추어서 정확하게 무게를 배분한다.

무게가 좌우로 반반씩 배분되지 않을 경우, 들어올린 웨이트는 한쪽으로 회전하게 되며 균형을 잃은 바벨은 떨어지게 되고 사람은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고관절이 좌우로 균형있게 고정된다는 것은 관절이 고정된다는 의미인데, 관절이 고정되면 인체는 움직이지 않는다. 흔들림과 진동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인데, 관절의 이런 상태는 민첩성이 아예 없는것과 같다.

역도에서는 몸의 이런 상태가 필요하지만, 계속 움직이면서 싸워야 하는 무술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민첩성은 고관절을 중심으로, 무게중심의 좌우 이동의 빈도수를 말한다.
무게중심의 이동이 빠를 수록 민첩하다고 평가한다.
또한 민첩성은 빠른 이동속도와 빠른 정지속도 두가지 모두를 요구한다. 민첩성 측정 연구들은 대부분 이 두가지를 측정하기 마련이다.

고관절은 외전 상태일때 신체가 민첩해지며, 고관절이 내전되어 Lock이 되면 민첩성은 감소하지만 하체를 고정하여 지면반발력과 몸통의 회전력(전사)를 사용하기에 용이해진다.

역도를 하는 사람은 고관절의 좌우 균등한 안정성이 필요하지만, 무술인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무술인에게 필요한 것은 민첩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팔괘장과 무술인에게 필요한 웨이트 트레이닝의 수준은, 자기 체중을 콘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며, 체중의 2배 3배를 들어올리는 역도선수의 힘 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체중의 2-3배를 들어올리는 상황에서는, 고관절의 균등한 안정성이 필요해 지므로, 체중이동의 속도가 극히 느려지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 체중의 두배를 들어올리면서도 민첩성이 감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은 1천명에 1명을 발견하기도 힘들 것인데, 만약 이런 사람이 무술을 수련한다면 당대의 고수 반열에 오를것이다.

공자는 중용 제13장 도불원인장(道不遠人章)에서,

‘詩云 伐柯伐柯여 其則不遠이라하니 執柯以伐柯하되 睨而視之하고
猶以爲遠하나니 故로 君子는 以人治人하다가 改而止하니라’ 라고 했다.

이 부분을 해석하자면,  도끼자루를 만들려면 남의 것을 컨닝하지 말고, 자기가 가지고 있고 쓰고 있는 도끼자루처럼 만들면 된다는 뜻이다.

웨이트의 수준은 자기의 신체조건에 맞게 스스로 판단하면 된다. 정해진 기준은 없는데, 중량을 올려도 민첩성이 감소하지 않는다면 중량을 올릴 수도 있다.

옛날의 무술은 평균적인 사람이 평균수준의 노동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형성된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쌀 한가마, 자기 체중 정도를 들어올릴 수 있고 이동시킬 수 있는 힘을 기본으로 한다.

이런 힘이 없는 사람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서 힘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고, 이 정도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기술적인 훈련들을 하는것이 효과적이다.

인류가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힘도 없으면서, 기(氣)를 말하고 내력을 말하는 자는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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