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자극적인 질문임에 틀림없다.
위의 질문은 중국검술 뿐 아니라, ‘중국무술이 MMA를 이기려면’ 이라는 질문과도 일맥상통하며, 결론도 유사하다.
현존하는 검술중에는 일본검도와 펜싱이 가장 실전에 가깝다는데에는 누구나 동의 한다. 이 두가지가 그나마 실전에 가깝다는 판단은, 이 두가지는 항상 격검을 하기 때문이다.
대개 표연 위주의 무술들은 대련이 없기 때문에 약해지고, 약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대련을 회피한다. 특정 무술이 강한 것이 아니라, 대련을 많이 하는 무술이 실전적 이라는 의미이다.
‘중국검술이 일본검도를 이기려면?’ 이라는 질문은, 중국검술이 갖고 있는 형 위주 수련체계에 대한 비판이다. 이 질문은 결국 다음 질문과도 본질은 같다고 볼 수 있다.
‘해동검도가 일본검도를 이기려면?’
‘합기도 검술이 일본검도를 이기려면?’
위에서 일본검도라고 지칭한 것은 20세기에 스포츠화 된 쌍수도 죽도격검을 의미하고 있다. 사실상 일본도 쌍수도를 편수검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그리 현명한 생각은 아니다. 대부분의 중국검은 양날 편수검이어서 쌍수도를 막기에는 적당한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블로그의 앞에서도 서술한 바 있듯이, 검과 도는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한 무기가 아니며, 실전성은 오히려 도가 더 크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중국검술의 현주소는 어디이며, 현 상태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중국검술이 미래에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대가식과 소가식에 대한 이해
1) 대가식(大架式)
태극권에서 대가식(大架式)은 양로선(楊露禪)이 전한 것 으로써, 기술을 부드럽게 다듬어서 전수하였다. 진가 태극권이 전사경이나 십자경을 중시하는 것이 비해서, 양가 대가식은 기운을 위 아래로 올리고 내리는 상하경(上下勁)에 치중하므로, 붕(崩)과 안(按)에 더욱 집중한다. 그래서 붕경(崩勁)이 많다.
2) 소가식(小架式)
무식 태극권의 창시자인 무우양(武禹襄)은 양로선(楊露禪)의 아들 양반후(楊班侯)를 제자로 받았다. 양반후가 무식 태극권을 배운 후에, 양식 태극권과 융합하여 만든 것이 양식 소가식이다. 양식의 소가식(小架式)에서 오가(吳家)태극권이 갈라져 나왔다.
3) 무식, 오식, 손식의 시작
그후 진식과 양식은 양쪽 모두 대가식과 소가식이 생겼고, 무식 오식 손식은 이런 관점하에서 각각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무식이나 손식은 동작이 작아서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실전을 위해 탄생한 태극권 이기도 하다. 영춘권이 동작이 작지만, 오히려 접근전에서는 북파소림보다 실전성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2. 각 무술의 대가식과 소가식 분류
1) 태극권이 소가식이 되면 마치 형의권처럼 보인다
태극권이 소가식이 될 경우, 그 형태는 마치 형의권처럼 보일수도 있다. 타 무술의 사람이 얼핏 잘못 볼 경우, 형의권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2) 태권도는 대가식
태권도는 대표적인 대가식만이 존재하는 무술이다. 태권도 품새를 보면 과장될 만큼 큰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날막기, 하늘로 수직옆차기 등등을 보고 있자면, 선수들의 운동능력에는 경의를 표하게 되지만, 실용성은 전혀 없다. 등 뒤에서 양팔을 가져와서 막는 동작에 순순히 당해줄 무술인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권도 품새와 겨루기는 완전히 다른 무술처럼 보인다. 품새의 기술들을 겨루기에서는 거의 쓸 수 없으며, 겨루기용 발차기와 신법, 겨루기 스텝이 사용된다.
특이한 태권도도 있다. 태권도의 여러 관 중에서 실전에 집중하여 극단적인 소가식으로 발전한 것이 ‘문무빈 태권도’이다. 빈태권도는 그 형태만 보면 마치 영춘권이나 무식태극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접근전과 실전 손기술을 위해 연구되어 탄생하였다.
3. 중국검술의 소가식
1) 현재 우슈검술은 대가식
현재 중국검술은 격검 대련이 없다. 우슈에는 표연, 산타 종목이 나뉘어져 있고, 중국무술의 대련시합이 산타이지만, 검술은 오직 표연 부문만 있을 뿐, 자유격검 시합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검술은 검을 들고 체조처럼 보여주는 검술 투로만 있으며, 이 표연의 아름다움과 규정에 맞는가를 놓고 점수를 부여하는 시합만이 시행되고 있다.
우슈 표연용 검술은 대표적인 대가식이다. 실전에서는 전혀 쓸 수 없는 큰 기술들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이 주목적이며, 격검에 대한 고민이나 개념은 없다.
2) 우슈검술과 전통검술의 차이
우슈 표연검술은 무협영화에서 나오는 검술에 가깝다. 관객에게 보여지고 신체능력을 평가받아야 하므로 아크로바틱하고 크고 빠른 동작들이 선호되지만, 실제 칼싸움에는 쓸 수 없는 기술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중국검술의 실전은 펜싱의 에뻬 혹은 사브르와 유사하다.
3) 소가 초식들의 특징
검술의 소가식이라는 별칭은 현재까지는 무술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는 아니다. 다만 여기서 이해를 돕기위해 검술 소가식이라고 칭하고 있을 뿐이다.
검술 소가식이라 표현한 기술들은 검끝이 신체 몸통부위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즉 검끝이 상대를 겨눈 상태에서 칼끝과 검신이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형태는 현대 펜싱과 거의 비슷하다.
4)소가 초식의 원리
검의 회전축이 어깨나 손목이 아니라, 검신안에 있다. 대가식 운용법은 검을 크게 쓰기 때문에, 회전축은 대개 허리와 어깨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작게 쓰는 소가식은 엉덩이와 허리 척추회전이 많으며, 어깨보다는 팔꿈치와 손목이 주로 쓰인다.
이런 신법으로 움직이는 검법으로는 당랑권의 당랑검 13자결 기술이 있다. 당랑의 검법 13자결은 실전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는 상당히 훌륭한 검술이다.
5) 회전반경의 축소는 정경(整勁)을 필요로 한다.
회전반경이 축소되면, 필요한 힘을 얻기위해서는 강한 몸힘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몸힘을 중국무술에서는 정경(整勁)이라고 한다.
권법도 그렇지만 검술도 마찬가지다. 작은 동작으로 큰 힘을 내려면, 정경이 필요하다.
4. 중국검술의 소가식은 어떻게 운용될까?
1) 사전 예비동작이 없다
동작을 보여주기 위한 과장스러운 사전동작이 없다.
2) 검신이 몸통을 벗어나지 않는다
검끝이 상대를 지향한 상태에서, 검신은 몸통 영역안에서 움직인다. 그러니 매우 작고 소극적인 자세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해야 싸울 수 있다. 서양 펜싱도 이런 개념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3) 칼날이 붙은 교착상태가 많으며, 유술의 개념이 적용된다
야구 스트라이크 존 크기의 몸통 넓이 안에서 칼이 움직이다보니, 상대와 칼이 붙어 있는 상태가 지속된다. 그래서 유술적인 기술들이 사용될 수 밖에 없다.
4) 찌르기가 월등히 많다
검은 본래 찌르기가 주 이며, 베고 때리는 것은 두 번째 인 무기이다. 본래 주업인 찌르기를 하기 위해서 나머지 동작들은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검으로 벽검이나 참검을 주로 하겠다면, 검 보다는 차라리 도를 드는 것이 유리하다.
5) 표연용 무술과 보법 신법이 다르다
장권과 검술표연에서 사용하는 보법과 신법은 보여주기 위한 것 이어서 실제 격투에서 사용하는 방법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태권도도 품새에서 보여지는 태권도 보법과, 겨루기의 스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품새에서 겨루기 스텝을 뛰지 않듯이, 검술도 검법 표연에서 보이는 보법처럼 싸우지 않는다. 궁보, 허보 등등의 자세는 실전에서도 나오지만, 이런 자세들을 연결하기 위한 보법과 신법은 투로에는 없다. 그래서 중국무술에서는 ‘보법의 달인은 이길 수 없다’는 금언이 있을 정도이다.
실전에서 쓰는 보법과 신법은 결국 ‘간합’이 목적이다. 거리와 타이밍을 맞춰서 유효공격을 하기 위한 훈련이다.
무당 실전8식이 중국무술이어서 폄훼하려는 사람은, 무당검의 기술이 현대 펜싱에서 전부 다 똑같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 다만 무당검 기술을 실전에 쓰려면, 신법과 보법을 격검 스타일로 다시 트레이닝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보법이라는 것은 간합을 조절하기 위해 상대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이 기술은 무술에서 가장 심오하고 훈련하기 힘들다. 무술에서 기술 초식은 훔쳐보고 베낄 수 있으나, 보법은 쉽지 않다. 보법의 훈련방법과 원리는 눈썰미로 훔쳐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보여지는 결과물이 아니라 훈련방법에 있고, 훈련방법이 무술의 비전에 해당한다.
5. 중국검술이 일본검도를 이기려면?
현재 상태에서 표연용 중국검술을 하는 사람이 일본검도를 이긴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이것은 태권도 품새선수가 겨루기 선수를 대련으로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이다. 품새 훈련만 한 사람이 어떻게 겨루기 선수를 이길 수 있겠는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것인데, 그동안 중국무술인들은 이런 뇌내망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며, 그래서 쉬샤오둥에게 매번 깨져가면서 추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신승리를 하려다 보니, 중국무술은 병기술을 위한 것 이어서, 권법보다는 무기에 강하다는 황당한 주장도 인터넷에 횡행한다. 물론 이런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권법이던 병기술이던 간에, 투로 훈련을 주로 한 사람은 격검을 훈련한 사람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검술의 투로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면, 실전용 몸을 만들기 위한 기법들이 풍부하게 숨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좋은 기술들을 훈련하기 위한 훈련방법은 공개적으로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훈련방법에 문제가 있다.
중국검술은 거리, 속도, 타이밍을 조절하는 훈련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본검도와 펜싱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련한다. ‘거리, 속도, 타이밍’이 일본 무술용어로 ‘간합(間合)’인데, 이 훈련이 있으면 격검이 가능한 것이고, 하지 않으면 그냥 검술 체조에 그친다.
중국검술의 궁보자검(弓步刺劍)으로 일본검도와 상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중국검술은 실전성이 있다고 인정받을 것이다.
중국 우슈검술에는 격검시에 간격을 조절하기 위한 훈련, 상대를 찌르기 위한 최소한의 스피드가 어느정도 속도값을 가지는가, 어떻게 틈을 만들고 들어가는가에 대한 전술 전략이 없다. 겨루기 훈련은 이런 것을 해야 한다.
이 글의 결론을 정리하자면, 무술 훈련은 대가식으로 시작하여 소가식 훈련을 해야 하고, 그 후에 간합을 고려한 격검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 이다. 이 과정이 없는 오직 투로 훈련은 건강에 좋은 체조 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