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소룡과 성룡 영화 한 편이면 동네 아이들이 너도나도 ‘아뵤!’를 외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중국 무술, 쿵푸는 그야말로 ‘힙’함 그 자체였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필라테스나 크로스핏 인증샷은 넘쳐나지만, 쿵푸 도장에서 땀 흘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건강과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 왜 중국 무술은 젊은 세대의 레이더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이대로 중국 무술의 시대가 저무는 걸까요? 어쩌면 지금이 바로 반전의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바보나 쓴다’던 라이다 기술이 가격 파괴와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듯, 중국 무술도 낡은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면 말이죠. 본고는 한국에서 중국 무술을 둘러싼 복잡한 현실과 젊은 세대의 외면 현상을 심층 분석하고, 나아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잊혀진 줄 알았던 쿵푸의 부활, 과연 가능할까요? 함께 딥다이브 해보시죠.
1장: 한때는 ‘금단의 무술’, 지금은 ‘틈새시장’… 한국 쿵푸의 현주소
지금이야 유튜브만 켜도 온갖 무술 강좌가 쏟아지지만, 한국에서 중국 무술을 배운다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무술이 한국 땅에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주로 한국 화교 사회를 통해서였죠. 초기 화교들은 중국 무술이 심신 수련의 본질을 잃고 공격적인 투기로 변질될까 우려해 한국인들에게 쉽게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국화교무술총회’라는 간판 아래 화교들만의 전용 도장이 운영될 정도였으니, 그 폐쇄성을 짐작할 만합니다.
빗장이 풀리다: 1960년대, 쿵푸의 서막
분위기가 바뀐 건 1960년대. 이덕강, 소신당 같은 선구적인 화교 무술가들이 한국인 제자들을 받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한국 쿵푸계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특히 1967년 강용일 사부가 영등포에 한국인 최초의 중국 무술 도장을 연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었죠. 소림권, 당랑권, 팔괘장 등 영화에서나 보던 신묘한 무술들이 한국 땅에 상륙한 겁니다. 그리고 197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이소룡 열풍은 한국 쿵푸계에 그야말로 ‘빅뱅’을 일으킵니다. 너도나도 이소룡처럼 되고 싶어 도장으로 몰려들었고, 이때 쿵푸에 입문한 이들이 현재 한국 중국 무술계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 한국에선 어떤 쿵푸가 ‘인싸’일까?
그렇다면 현재 한국에서는 어떤 중국 무술이 인기 있을까요? 과거의 전통 권법부터 현대적인 스포츠 우슈까지, 그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우선, 영화나 무협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팔괘장 같은 전통 쿵푸는 꾸준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팔괘장은 인천을 중심으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죠.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건 뭐니 뭐니 해도 ‘태극권’입니다. 느리고 부드러운 동작 때문에 ‘노인들의 체조’라는 오해도 받지만, 알고 보면 건강 증진과 명상 효과가 뛰어나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만 해도 수많은 태극권 클럽이 성업 중이고, 개인의 필요에 맞춘 프로그램까지 제공하며 수련생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스포츠로서의 중국 무술, ‘우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슈는 크게 정해진 동작을 연무하는 ‘표연’과 일대일 대련인 ‘산타(겨루기)’로 나뉘는데, 특히 장권은 화려하고 시원스러운 동작 덕분에 청소년과 입문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1990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죠. 한때 전통 쿵푸 수련자들 사이에서 “저건 진짜 쿵푸가 아니야!”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이제는 중국 무술을 대표하는 또 다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4년 기준 서울에만 14곳, 경기도에 18곳의 우슈 체육관이 등록되어 있을 정도니, 수도권을 중심으로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소룡이 수련했던 것으로 유명한 영춘권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주로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수련 인구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처럼 중국 무술은 서울, 인천, 부산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로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정보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장: 누가, 왜 쿵푸에 빠졌을까? 수련생들의 속마음 엿보기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중국 무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걸까요? 자료를 통해 드러난 수련생들의 면면과 그들의 동기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지점들이 발견됩니다.
나이와 성별은 숫자일 뿐! 다양한 수련생들
중국 무술은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관심을 받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슈의 장권은 어린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고, 태극권은 청소년부터 중장년, 노년층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태극권 커뮤니티에는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성별에 따른 편중도 크지 않아 보입니다. 우슈의 경우 여학생들은 검과 창을, 남학생들은 곤과 도를 주로 수련하는 경향이 나타나 남녀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여성을 위한 맞춤형 태극권 프로그램이 별도로 운영되는 곳도 있으니, 여성들의 관심 또한 상당하다고 볼 수 있겠죠. 단순히 취미를 넘어 중국 본토의 소림사나 무당산에서 직접 무술을 전수받거나, 북경체육대학 같은 전문 학교에서 유학하는 길을 택하는 열정적인 수련생들도 있습니다.
쿵푸를 배우는 진짜 이유: 건강, 로망, 그리고 ‘실전’
한국인들이 중국 무술 도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현재까지 유효한 동기는 바로 ‘심신 수련’과 ‘건강 증진’입니다. 특히 태극권은 스트레스 해소, 명상 효과, 그리고 전반적인 건강 개선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한 수련생은 “태극권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실전을 위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죠. 무술의 수련이 반드시 길거리 싸움이 될 이유가 없습니다. 격투기의 목적은 경기이듯이, 전통무술의 제1목적인 ‘심신 수련’과 ‘건강 증진’입니다.
필자는 오랜 시간 중국무술을 수련하고 여러 체육관과 사부들을 겪었지만 ‘내가 하는 무술이 최강’, ‘이건 비전이니 절대 못 가르쳐 줘’ 이런 말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항상 사부들은 더 못가르쳐 줘서 안달인 뿐이었죠.
1970년대 이소룡 신드롬에서 알 수 있듯,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같은 ‘대중 문화의 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무협지를 탐독했거나, 쿵푸 영화의 주인공을 동경했던 이들에게 중국 무술은 여전히 매력적인 ‘로망’으로 남아있는 셈이죠. 최근에는 ‘쿵푸 팬더’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쿵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젊은 층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기 방어’ 능력 향상에 대한 기대감도 중요한 동기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우슈 수련자가 위급 상황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해 자신을 보호했다는 사례는, 중국 무술이 단순한 체조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건강, 문화적 관심, 자기 방어, 그리고 대중문화의 영향 등 복합적인 이유들이 사람들을 중국 무술의 세계로 이끌고 있습니다.
태권도 천하 속 ‘틈새 공략’, 쿵푸의 생존법
하지만 한국 무술 시장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단연 수련인구로는 ‘태권도’가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죠. 전 세계적인 수련 인구나 해외 도장 수를 봐도 태권도의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특히 유소년층 사이에서 태권도는 거의 ‘필수 과목’처럼 여겨집니다. 그 뒤를 합기도와 검도가 잇고 있지만, 최근 성인들 사이에서는 브라질리언 주짓수(BJJ)나 종합격투기(MMA) 같은 실전성을 강조하는 무술의 인기도 심상치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무술은 태권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태극권이나 영춘권처럼 특정 스타일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존재하고, 스포츠로서의 우슈 역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입니다. 이 웹사이트나 88운동과학연구소 블로그 등 그리고 각종 온라인 동호회와 단톡방은 정보 공유와 수련생 간의 교류를 촉진하며 중국 무술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3장: “쿵푸? 그거 아재들이나 하는 거 아님?” MZ세대의 싸늘한 시선, 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 무술은 나름의 역사와 팬덤을 가지고 한국 사회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젊은 세대’, 특히 MZ세대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합니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쿵푸는 어쩌다 젊은이들에게 ‘고리타분한 옛날 무술’ 혹은 ‘아재들의 취미’ 정도로 인식되게 된 걸까요? 그 이유를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전에서 쓸 수 있나요?” 현실의 벽에 부딪힌 로망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중국 무술의 ‘실전성’에 대한 의문입니다. TV나 영화 속 현란한 동작은 멋있어 보이지만, “저걸 실제 싸움에서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는 거죠. 심지어 중국 본토에서조차 전통 무술이 실전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젊은 수련생이 줄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정해진 틀에 맞춰 연무하는 투로(품새)는 때로는 형식적으로 보이고, “저렇게 해서 언제 싸움 기술을 익히나?” 하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 딜레마, 문화적 편견도 한몫
안타깝게도 중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일부 젊은 세대의 부정적인 인식 또한 중국 무술에 대한 관심 저하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중국 노년층이 공원에서 수련하는 태극권의 이미지는 젊은 세대에게는 느리고 지루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 무술을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실전성 없이 과장된 동작만 있는, 발전 없는 무술로 폄하하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다른 나라의 무술에 대해서는 이토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곱씹어볼 문제입니다.
‘인싸 운동’은 따로 있다! 주짓수, MMA, 그리고 필라테스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은 무술계 내부에서도 치열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태권도는 여전히 강력한 경쟁자이며, 최근에는 MMA나 브라질리언 주짓수처럼 실전 격투 능력을 강조하는 무술이 젊은 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 내에서도 동작이 빠르고 활기찬 태권도가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뿐만 아니라, 무술이 아닌 다른 신체 활동으로 눈을 돌리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젊은 남성들은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는 축구나 풋살, 혹은 개인의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보디빌딩)에 열광합니다. 실제로 20대 남성 사이에서 보디빌딩 선호도는 38.1%에 달할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의 경우, 아름다운 몸매와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요가나 필라테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소셜 미디어에는 운동복을 갖춰 입고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는 모습이 끊임없이 올라오죠. 최근에는 ‘득근’ 열풍과 함께 크로스핏이나 클라이밍처럼 도전적인 운동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이처럼 매력적인 ‘인싸 운동’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중국 무술이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과거의 폐쇄성, 현대적 매력 발산의 걸림돌?
과거 중국 무술이 전근대적인 수련방식은 현대에 와서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대중과 소통하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매력을 어필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수련 방식이 오늘날 젊은 세대의 학습 방식이나 선호도와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에 빠진 아이들, 쿵푸는 ‘그들만의 리그’
마지막으로, PC 게임과 스마트폰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한국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주말에는 더 많은 시간을 게임에 할애한다고 합니다. 앉아서 즐기는 디지털 미디어에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체 활동이나 무술 수련에 투자할 시간과 에너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에서 얻는 즉각적인 보상과 성취감은, 오랜 시간 땀과 노력을 요구하는 무술 수련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중국무술뿐만이 아니라 모든 무술계가 겪는 공통문제입니다.
게임의 보상은 즉각적인 것에 반해 전통무술은 성취감이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아이들은 성인이 되고 군대 갔다오고 취직을 하는 바람에 무술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죠. 반면에 롤의 승급전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고 내 노력을 쉽게 반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무술은 바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형식이 되어야 합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은 롤 게임처럼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펜싱체육관에 가면 첫 날 시합을 시키고 주짓수 체육관도 이른 시기에 시합을 할 수 있습니다. 시합을 겪으면서 패배를 통해 경쟁심이 들고 수련 동기가 발전하게 됩니다. 그럼 검도는? 요즘에는 많이 단축되었지만 호구쓰고 시합하기까지 너무 많은 절차와 관문이 존재합니다. 신입회원을 잘 돌봐주지 않는 고인물 꼰대들은 어떤가요? 신입회원들에게 너무 많은 존경심과 권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요?
결국 중국 무술이 젊은 세대에게 외면받는 것은 실용성에 대한 의문, 문화적 편견, 다른 매력적인 활동과의 경쟁, 그리고 시대 변화에 대한 더딘 적응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주저앉아야 할까요? 아니면, 반전을 꾀할 방법은 없을까요?
4장: 잠자는 용을 깨워라! 쿵푸, MZ세대의 마음을 훔칠 비책은?
상황이 암울해 보이지만,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중국 무술도 젊은 세대의 니즈에 맞춰 변화하고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면 충분히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언제? 아마 중국무술은 안될거야) 잊혀 가는 쿵푸를 다시 ‘힙’하게 만들고, 나아가 검술과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까지 젊은이들을 유입시킬 구체적인 전략들을 살펴봅시다.
‘꼰대 무술’은 가라! 현대적 이미지로 재무장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이미지 변신’입니다. 단순히 “옛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식의 접근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중국 무술이 가진 실질적인 자기 방어 효과와 피트니스적인 측면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부각해야 합니다. MMA나 태권도처럼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과학적인 훈련 방법론과 피트니스 원리를 도입하여 젊은 층의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하지만 누가? 언제? 역시 중국무술은 안될거야) “쿵푸를 하면 정말 몸짱이 될 수 있을까?”, “실전에서도 쓸모 있을까?”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죠. 또한, 중국 무술이 지닌 깊은 역사와 철학을 개인의 성장, 스트레스 해소, 마음챙김과 같은 현대 젊은 세대의 관심사와 연결하여 풀어내는 스토리텔링도 중요합니다.
“칼 좀 써봤니?” 검술, 쿵푸 입문의 새로운 게이트웨이
특히 ‘검술’은 젊은 세대의 숨겨진 로망을 자극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역사 드라마나 판타지 소설, 영화 속 검객의 모습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심지어 ‘스타워즈’의 광선검 역시 검술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하는 요소죠. 이러한 잠재적 관심을 활용하여 검술에 특화된 워크숍이나 체험 이벤트를 개최하고, 젊은이들이 직접 검을 잡아보는 짜릿한 경험을 제공한다면 중국 무술 입문의 새로운 통로를 열 수 있습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 넘어, ‘쿨 차이나’로! 부정적 인식 타파
중국 문화와 무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중국 무술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과 풍부한 역사, 그리고 수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부정적인 딱지를 떼고, 세련되고 깊이 있는 ‘쿨 차이나’의 이미지를 구축해야 합니다. 문화 교류 프로그램이나 체험 행사를 통해 중국 문화의 긍정적인 측면과 무술 유산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중국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늘었지만 중국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늘지 않았습니다. 구한말부터 한국에 이민온 화교들을 짱깨라는 멸칭으로 불렀고 화교들은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지만 중국음식에는 청요리라는 고급진 명칭이 부여되었으며 지금도 중국요리는 서민음식부터 고급요리까지의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중국음식은 프랑스 요리와 함께 세계 2대 요리중 하나이고 깊은 수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중국음식은 맛있으니까. 결국 중국무술이 누구도 무시못하는 자신만의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죠.
함께 땀 흘리는 즐거움, ‘힙한’ 커뮤니티 만들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중국 무술 수련이 가져다주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합니다. 체력 향상, 유연성 증진, 스트레스 해소, 집중력 강화 등 구체적인 효과를 알리고, 건강 및 웰빙 관련 단체와 협력하여 중국 무술의 장점을 젊은 세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E-스포츠나 가상현실(VR) 플랫폼과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습니다. VR 기술을 활용한 쿵푸 훈련 모듈이나 대련 게임을 개발하여,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가상 환경에서 중국 무술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비대면으로 혼자 수련할 수 있다는 점은 특히 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접근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이런 시스템은 만들지?)
대한태권도협회는 회원 증가와 사범들의 복지, 교육을 위해 열일하지만 기타 마이너 무술단체를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체육회 종목 중에 관리단체로 지정돼 몇 번이나 치욕을 겪은 단체가 어느 단체인지 맞춰 보세요. 맞습니다. 그 무술 단체들입니다. 정부보조금을 받아 자신들 자리나 보전하고 1년에 몇 번 대회가 개최하는 식의 단체 운영은 좀 지양을 해야 합니다.
결론: 쿵푸의 부활, 꿈은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한국 젊은 세대가 중국 무술을 외면하는 이유와 이를 극복하고 다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실용성 부족에 대한 인식, 부정적인 문화적 편견, 다른 인기 스포츠와의 경쟁, 그리고 PC 게임의 영향 등 중국 무술 앞에는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들이 놓여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극복 안하면 되지)
하지만 비관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국 무술의 현대화, 적극적인 미디어 활용, 검술과 같은 특화 프로그램 개발, 부정적 인식 개선 노력, 매력적인 학습 환경 조성, 건강상의 이점 홍보, 그리고 신기술과의 접목 등 제시된 전략들이 문화 단체, 무술 학교, 미디어 관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실행으로 이어진다면, 한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중국 무술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진짜 불가능하게 비관적이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중국 무술이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진화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낡은 도복을 벗고 세련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쿵푸가 젊은 세대에게 귀중한 신체적, 정신적, 문화적 혜택을 선사하는 ‘힙한’ 활동으로 재탄생하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아마 그 나라가 민주주의가 되는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