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

실력을 내공으로 쓰고 있는 한국어, 과연 내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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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무술에서 호흡으로 횡격막을 통제하고 신체 내부의 장기 압축과 이완을 통한 움직임으로 외부로 힘을 낼 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내공 수련법이라고 한다.

횡격막
횡격막의 모습. 신체에서 가장 강력한 근육중 하나이다. 횡격막의 뒷부분은 윗 그림처럼 요추에 붙어 있다. 따라서 근육인 횡경막의 가동범위 확대와 유연성은 내공수련법에서 아주 중요하다.

내공이란?

내공은 신조어이며 무술 전문용어이다. 그 이전에는 내공을 기공, 토납, 도인법, 내단공 등으로 불렀다. 내공법의 원리는 호흡의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본 아이키도의 호흡력이라는 용어가 이 구조를 더 잘 설명하고 있다.

내공은 말 그대로 신체 내부를 위한 훈련법이며 횡격막 이하-골반기저부 이상의 신체 코어 부위와 내장을 단련하는 방법이다.

호흡하여 숨을 들이마시면 폐가 용적이 늘어나 부풀고 횡격막이 하강한다. 숨을 내쉬면 폐의 용적이 줄어들고 횡격막이 상승한다. 횡격막이 하강하며 내장의 아래로 내려갔을 때 내장이 밑으로 빠지지 않는 이유는 골반기저부의 근육이 막아주기 때문이다.

골반기저부
횡격막과 골반기저부는 연동한다. 골반기저부의 근육이 없었다면 장기는 다 밑으로 빠졌을 것이다.

횡격막이 하강하면서 골반기저부의 근육들로 아래로 움직인다. 횡격막이 올라가면 골반기저부의 근육도 상승한다.

단전호흡에서 흔히 말하는, 호흡을 단전으로 내려보낸다는 말은 비유적이다. 숨이 실제로 단전까지 내려간다면 폐와 횡격막에 구멍이 난 것이라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 숨은 온전히 폐로 들어가는데, 횡격막이 하강하면서 장이 압축되는 느낌을 호흡이 단전까지 미친다는 비유를 한 것이다.

들숨과 날숨
1번 숨을 들어 마시면 흉곽이 커지면서 횡격이 하강하고 2번 숨을 내쉬면 횡격막이 상승한다. 3번은 숨을 마셔 폐가 확장하고 횡격막이 하강했을 때, 4번은 숨을 내쉬면서 폐가 줄어들고 횡격막이 상승했을 때.

횡격막의 상승과 하강이 내공의 핵심

횡격막 이하, 골반 위에 있는 내장들은 횡격막의 움직임에 따라 아래 위로 움직인다. 숨을 들이마시면 흉골도 팽창을 한다. 내공단련법의 첫 번째는 횡격막과 흉골을 스트레칭하는 것이다. 이미 필라테스에서 많은 시도를 하고 있지만 필라테스와 무술의 다른 점은 필라테스는 힘을 외부로 발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숨쉬기 운동만 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숨쉬기가 제일 좋은 운동이며 제일 어렵다. 호흡을 통해 횡격막을 최대한 아래로 움직였다면 숨을 완전히 내뱉어 횡격막을 최대한 위로 올리는 것이 횡격막 운동의 기본이다.

횡격막은 해파리 같은 막이 아니라 근육덩어리이며 크기도 클뿐더러 힘이 센 근육으로 볼 수 있다. 횡격막이 굳어 있으면 호흡이 힘들고 내공을 통한 힘을 낼 수도 없을 것이다.

단순한 격투기였던 무술이 기공과 결합하는 것이 19세기 중후반 중국의 분위기였다. 이 모든 흐름은 『내공사경(內功四經)』이라는 책에서 시작한다.

내공사경의 출현

청말 형의권의 대가 송세영(宋世榮, 1849~1927)이 중요시한 『내공사경(內功四經)』과 왕조원(王祖源, 1822~1886)이 출간한 『내공도설(內功圖說)』에서 ‘내공(內功)’이라는 글자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다.

『내공사경(內功四經)』은 짧은 문서이지만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으며 『흘러간무림』에 번역본이 들어 있다. 내용은 우리가 아는 호흡훈련이나 내가권의 기초이론과 차이가 나지 않지만 무술에 내공이 포함되고 내가권을 성립케 한 중요한 문서이다. 내공의 핵심을 잘 추려놓아서 지금의 관점으로 보아도 군더더기나 신비한 내용이 없다.

내공사경内功四经

이렇게 무술과 기공의 결합으로 생겨난 내공이라는 신조어는 그 말의 매력때문인지 청나라 말기의 무협소설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협정충전전(奇俠精忠全傳)』, 『청성십구협(青城十九俠)』, 『촉산검협전(蜀山劍俠傳)』 등의 소설에는 내공이나 강기(罡氣)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내공은 호흡을 사용해 횡격막을 통제하고 횡격막의 상하 운동으로 내장을 압축하고 이완하면서 발생하는 힘을 외부로 발출하는 방법이다. 내공은 영어로 internal power라고 하는데 내공의 직역이다. 내공과 internal power라는 말에는 신비한 내용이 없고 스쿼트나 데드리프트처럼 현상에 대한 기술이다.

내공이 몸 안에 있는 신비한 에너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협소설의 설정때문이다. 해리 포터를 보고 마법을 연습하지 않듯이 무협소설의 설정을 현실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내공은 설명과 합리적인 이해가 가능한 생리학적 현상이다.

날숨
날숨으로 횡격막이 올라가고 내장이 이완한 상태
들숨
들숨으로 횡격막이 하강하고 내장이 압축된 상태. 이때 꼬리뼈를 살짝 응축해 골반기저부의 움직임을 도와야 한다.

풍선을 누르면 압축되었다가 펴지면서 튕기는 힘이 생긴다. 축구공도 마찬가지다. 풍선을 눌러 압축한 힘은 횡격막이 하강하면서 내장을 압축하는 것과 같고 그것이 펴질 때 반탄력이 생기며 그 반탄력을 타격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들숨과 날숨을 이용해 횡격막을 제어한다.

풍선과 비슷한 원리지만 주사기를 생각해보면 주사기 앞의 구멍을 막고 피스톤을 누르면 주사기 안에는 강한 압력이 생긴다. 이것이 횡격막의 하강으로 장을 압축한 상태이다. 반대로 횡격막이 올라가고 내장도 올라가면 압축한 힘이 외부로 발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폭발의 구조와 비슷해서 폭발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고관절과 견관절의 역할이다. 압축을 위해서는 용적이 제한돼야 한다. 주사기 속에서 공기가 압축되는 이유는 사방이 막혀있기 때문이다. 사방이 뚫려 있다면 압축력은 생기지 않는다.

신체에서 사방을 막아 압축력을 만들어주는 것은 고관절과 견관절이다. 풍선을 사방에서 누른다고 생각해보자. 용적이 제한되야 압축력이 최대가 될 것이다. 즉 횡격막이 하강할 때 고관절과 견관절을 같이 조여주어 압축력이 분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무술 기본 용어 중에 십지조지(十趾抓地, 중국에서는 오지조지(五趾抓地)라는 말을 많이 씀)라는 말이 있는데 서 있을 때 발가락으로 땅을 강하게 움켜쥐라는 것이다. 발가락 힘을 단련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발가락으로 땅을 움켜쥐면 발의 족궁이 올라가면서 종아리와 무릎이 외회전하게 되어 내전근에 강한 자극을 느끼게 되고 고관절을 안쪽으로 조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강하게 움켜잡을 수록 고관절은 더 잘 조여진다. 고관절을 조여 아래를 막았다면 이번에는 견관절을 조일 차례다.

손가락으로도 비슷한 일을 하면 팔이 안쪽으로 돌고 견관절이 조여지게 된다. (이 부분은 직관적이지 않아 좀 어려움) 전통시대 설명으로 발바닥의 용천혈과 손의 노궁혈에서 기를 빨고 내보낸다고 하지만 이것은 손바닥과 발바닥을 조여 고관절과 견관절을 통제하고 관절을 개합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공은 호흡을 통해 횡격막을 통제하는 방법이라 호흡수련법을 통해 횡격막의 움직임을 이해해야 한다. 횡격막이 유연하고 힘이 있으면 가동범위가 넓어질 것은 당연하다.견갑골은 횡격막 위에 얹혀있는 형태고 횡격막이 하강하면 내려가고 올라가면 같이 올라간다. 이 미묘한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강화해야 한다. (참장을 설 때 그냥 서있지 말고 십지조지를 하고 호흡에 따른 횡격막의 승강과 견갑골과 팔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횡격막을 단련하기 위한 단전탄두공이라는 방법이 있다. 배꼽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튕기는 것인데, 사람을 올려놓고 연습하는 극단적 경우도 있다. 보통 동전이나 사과를 올려놓고 연습한다. 아래 영상의 중량을 이용한 방식은 소탐대실이라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기때문에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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