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권 太祖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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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권 太祖拳

태조권(太祖拳)은 송태조 조광윤(趙匡胤)이 창시했다는 전설로 계보를 만들었다. 척계광(戚繼光)의 《기효신서•권경첩요(紀效新書•拳經捷要)》에는 “송태조가 32세 장권을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당순지(唐順之)의 《무편•권(武編•拳)》에는 “조태조 장권은 다리를 많이 사용한다. 산동에서는 이 기술을 전문적으로 수련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서진(徐震)의 《국기론략(國技論略)》에는 장권을 태조문(太祖門)이라고도 하며, 장권과 유사한 태조권이 주로 산동, 하북, 하남, 산서 등지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그 외에도 복건, 대만 등지에서 남권 계열의 또 다른 태조권이 전해진다. 이 권술은 상체를 많이 사용하며, 권법 자세가 강맹하고, 구조가 간결하며, 발걸음이 산처럼 안정되어 있고, 초식이 짧다. 단단하게 치고 강하게 들어가며, 손바닥을 휘두르는 동작이 많고, 빠르고 용맹한 스타일을 특징으로 한다.

개요

태조권(太祖拳)은 중국의 전통적인 권법 중 하나로, 송나라(宋)의 개국 황제인 태조 조광윤(趙匡胤)이 창시했다는 전설을 가진 무술이다. 이로 인해 ‘송태조 장권(宋太祖 長拳)’ 또는 ‘태조장권’이라는 명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 역사적 연원과 독특한 기법으로 인해 중국 무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태조권은 실전 격투를 중시하며, 엄격한 체계와 강맹하면서도 유연한 움직임, 그리고 강력한 폭발력을 특징으로 한다.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지역과 문파로 전승되면서 북파와 남파로 나뉘는 등 분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역사적 연원 및 발전

태조권의 기원에 대해서는 송 태조 조광윤이 창시했다는 설이 가장 널리 퍼져있다. 조광윤은 황제가 되기 전 무장으로서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그가 군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32가지 자세의 장권(三十二勢 長拳)이 태조권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황위에 오른 후, 과거 그에게 훈련받았던 병사들이나 후대 사람들이 그 권법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송태조 32세 장권’이라 명명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러나 조광윤은 정치가이자 군사 전략가였을 뿐 전문적인 무술가는 아니었기에, 그가 직접 권법을 창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역사적 증거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조권’ 또는 ‘송태조 장권’이라는 이름의 권법이 최소한 명나라(明) 시대 이전부터 이미 상당한 명성을 누리며 존재했다는 것은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된다.

명나라의 저명한 군사 전략가이자 무술가였던 척계광(戚繼光)은 그의 저서 《기효신서(紀效新書)》의 ‘권경첩요편(拳經捷要篇)’에서 “옛날과 오늘날의 권법가들 중 송 태조에게는 32세(勢)가 있으며, 또한 6보권(六步拳), 후권(猴拳) 등이 있는데, 각 자세는 서로 다르지만 실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기록하여 명나라 시대 이전에 이미 태조권이 유행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명나라의 무술가 정충두(程沖斗)는 《소림곤법천종(少林棍法闡宗)》에서 “옛사람이 기예를 만들 때는 반드시 뜻을 세웠으니… 오직 양가창(楊家槍), 태조장권(太祖長拳), 면장단타(綿張短打), 손가양수곤(孫家陽手棍), 소림겸창대봉(少林兼槍帶棒) 이 다섯 가지는 비전(不傳)의 기예이다. 만약 능숙하게 익혀 그 핵심을 터득한다면 나머지는 가히 버릴 만하다”라고 언급하며 당시 태조장권의 높은 명성을 증언한다. 당순지(唐順之)의 《무편(武編)》 ‘권(拳)’ 항목에서도 “조태조의 장권은 다리를 많이 사용하며, 산동(山東) 지방에서는 이 기술을 전문적으로 수련한다”는 기록이 있어, 특정 지역에서의 전승과 기술적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태조권의 형성에 있어 소림사(少林寺)와의 관련성도 주목할 만하다. 송나라 초기에 소림사 주지였던 복거선사(福居禪師)가 소림 무술을 진흥시키기 위해 당시 전국 18개 문파의 고수들을 초빙하여 기예를 교류하고 연구했는데, 이때 태조권도 18개 문파 중 하나로 포함되었다고 한다. 이후 복거선사가 여러 문파의 장점을 종합하여 《소림권보(少林拳譜)》를 편찬했으며, 이것이 후대 소림권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청나라(淸) 시대에 이르러 무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다양한 문파가 생겨났고, 태조권 역시 여러 갈래로 나뉘어 전승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적 특성과 다른 권법의 영향을 받아 북파와 남파로 크게 구분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한편, ‘태조권’이라는 명칭은 명나라 태조 주원장(朱元璋)과 관련된 ‘태조홍권(太祖洪拳)’과 혼동되기도 한다. 주원장의 연호가 홍무(洪武)였기 때문에 그가 창시했다고 전해지는 대홍권(大洪拳), 소홍권(小洪拳) 등을 후대의 반청복명(反淸復明) 운동가들이 ‘태조홍권’이라 부른 것이다. 송 태조의 태조권과는 기원과 기술 체계가 다른 별개의 권법이다.

주요 특징 및 원리

태조권은 실전성을 극도로 중시하는 권법이다. 그 기법은 공방(攻防)이 일체화되어 있으며, 움직임은 “바람처럼 일어나 번개처럼 친다(起如風, 擊如電)”고 묘사될 만큼 신속하고 직접적이다. 앞 손이 이끌고 뒷 손이 따르며(前手領, 後手追), 양손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상대를 몰아붙이는(兩手互換一氣摧) 연환 공격을 중시한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투로의 엄정함과 동작의 확장성: 태조권의 투로(套路, 품새)는 구조가 엄격하고 논리적이며, 동작 하나하나가 크고 시원스럽게 펼쳐진다(動作舒展).

  2. 선명한 초식과 민첩한 보법: 각 초식(招式)의 목적과 형태가 분명하며, 보법(步法)은 안정적이면서도 매우 민첩하고 유연하여(步法靈活) 공수 전환이 빠르다.

  3. 강유상제와 허실겸비: 외적으로는 강맹하고 힘찬 모습을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부드러움과 강함이 조화를 이루며(剛柔相濟), 공격과 방어, 실제 공격과 속임 동작이 끊임없이 변화한다(虛實并兼).

  4. 장타단고와 폭발력: 긴 거리에서의 공격(長打)과 짧은 거리에서의 접근전(短靠)을 모두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폭발력(爆發力)이 뛰어나다.

  5. 다양한 경력(勁力) 활용: 힘의 운용은 주로 지탱하기(撐), 가로막기(攔), 베기(斬), 누르기(卡), 들어올리기(撩), 무너뜨리기(崩), 틀어막기(塞) 등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6. 형상적 묘사: 태조권의 움직임은 “몸을 웅크릴 때는 고양이와 같고, 몸을 떨칠 때는 호랑이와 같으며, 움직일 때는 용이 노니는 듯하고, 동작은 번개와 같다(囚身似貓, 抖身如虎, 行似游龍, 動如閃電)”고 비유될 정도로, 은밀함, 위맹함, 유려함, 신속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태조권 수련의 기본은 ‘삼형(三型)’과 ‘오공(五功)’으로 요약된다. ‘삼형’은 머리(頭), 손(手), 보법(步)의 올바른 자세와 운용을 의미하며, ‘오공’은 팔(臂), 다리(腿), 허리(腰), 하체 단련(樁), 기(氣)의 다섯 가지 방면에서의 단련을 강조한다.

주요 계파: 북파와 남파

태조권은 오랜 전승 과정에서 지역적 특성과 교류한 문파의 영향으로 크게 북파(北派)와 남파(南派)로 나뉘어 발전하였다.

  • 북파 태조권 (北派 太祖拳)

    • 전승 지역: 주로 산동(山東), 하북(河北), 하남(河南), 산서(山西) 등 중국 북방 지역에서 널리 전승되었다.

    • 특징: 비교적 태조장권의 초기 형태와 고유한 풍격을 잘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동작이 크고 시원스러우며(長拳大架), 보법의 이동 범위가 넓고 발차기 기술(腿法)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 주요 문파 및 계보:

      • 소림 태조문(少林 太祖門): 북파 태조권 중 가장 유명하며, 숭산 소림사(嵩山 少林寺)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소림사 내에서도 강가(江家), 공가(孔家), 유가(俞家) 등으로 나뉘며, 특히 유가 소림 계열 아래에는 이랑(二郎), 방타(邦它), 나한(羅漢), 대성(大聖), 금강(金剛), 태조(太祖) 등 다양한 분파가 존재한다.

      • 장요정(張耀庭) 계열: 비종권(秘宗拳)의 명사였던 장요정이 전수한 계통으로, 유운초(劉雲樵)에게 전해져 대만과 미국 등지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 유홍인(劉洪仁) 계열: 흑룡강성(黑龍江省) 무술관 교련이었던 유홍인이 가전(家傳)으로 전수한 소림 태조문 무술이다. 이승상(李承祥), 유지화(劉志華) 등이 주요 전인이며, 이승상은 《소림권법(少林拳法)》이라는 저서를 통해 이 계통 태조권의 일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 창주 태조문(滄州 太祖門): 하북성 창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태조권 계파이나, 상세한 전승 계보는 불명확하다.

      • 유산 진씨 태극(乳山 陳氏 太極) 계열: 우랑곤(牛郎棍) 장문인 소명괴(肖明魁)가 제자 종옥순(鐘玉順)에게 전수한 태조장권으로, ‘소홍염(小洪焰)’이라는 별칭을 가지며 하나의 투로로 전해진다.

      • 소림사 전승 태조권: 소림사 내에서 독자적으로 전승되는 태조권으로, ‘소림장권(少林長拳)’ 또는 ‘소림 32수 단타(少林三十二手短打)’라고도 불린다. 양이전(梁以全)의 선조가 청나라 도광 연간에 소림 승려 담덕(湛德)에게서 배웠다고 전해지며, 투로는 비교적 짧고 근접 타격(短打) 위주의 소가식(小架式) 형태를 띤다.

  • 남파 태조권 (南派 太祖拳)

    • 전승 지역: 주로 복건성(福建省) 남부(민남 閩南 지역, 특히 천주 泉州)와 대만(臺灣) 등 남방 지역에서 널리 유행하였다.

    • 특징: 남권(南拳)의 영향을 받아 북파 태조권과는 다른 독특한 스타일을 형성했다. 상체 기술과 손 기술(手法)의 활용이 두드러지며, 자세는 강맹하고 견고하다(拳法姿勢剛猛). 투로의 구조는 비교적 간결하며(結構簡練), 보법은 안정성을 중시하여 산처럼 흔들림이 없다(步法穩健如山). 초식은 짧고 직접적이며(招式短小), 특히 손바닥을 이용한 공격(掌法)이 많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빠르고 용맹하며(快捷勇猛), 근접전에서의 공방 능력이 뛰어나다.

    • 주요 문파 및 계보: 복건성 천주 지역에서는 설화일 뿐인, 남소림(南少林) 권법 중 가장 널리 퍼진 권종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청나라 후기에 객가인(客家人) 유청룡(游靑龍)이 복건성 장주(漳州)에 ‘등룡당’이라는 무관을 세우고 태조권을 전수한 기록도 있다.

주요 투로(套路) 및 기법

태조권은 계파별로 다양한 투로와 기법 체계를 가지고 있다.

  • 소림 매화문(少林梅花門) 계열: 태조권은 총 3절(節) 4단(段)으로 구성되며, 전체 32세(勢) 108초(招)로 이루어진 매우 긴 투로이다. 상절(上節)은 지반권(地盤拳), 중절(中節)은 인반권(人盤拳), 하절(下節)은 천반권(天盤拳)이라 불리며, 각 절의 마지막 자세가 다음 절의 시작 자세로 이어져 끊임없이 순환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 문파에서는 태조권을 입문 필수이자 공력 단련의 핵심으로 삼으며, 이 외에도 흑호권(黑虎拳), 매화권(梅花拳), 대홍권(大洪拳) 등 다양한 권법과 도검곤봉 등의 기계(器械) 투로를 함께 수련한다.

  • 유홍인(劉洪仁) 계열: 18절 장권(十八節長拳), 태조 32세(太祖三十二勢) 등의 권법 투로와 매화도(梅花刀), 팔방도(八方刀), 용천검(龍泉劍), 쌍도(雙刀), 매화창(梅花槍), 제미곤(齊眉棍), 춘추대도(春秋大刀), 칠절편(七節鞭) 등 다양한 기계 투로를 전수한다.

  • 소림사 전승 태조권 (양이전 계열): 해저로사(海底撈沙), 영면반수(迎面扳手), 요음절파추(撩陰截把捶), 탱방(撐膀), 합신(合身), 제지경천(提地擎天), 호박(虎撲), 십자틈보전후충권(十字闖步前後衝拳), 연자취수(燕子取水) 등 32가지 주요 동작으로 구성된 투로가 전해진다.

  • 기타: 일로 태조권, 이로 태조권, 십팔당 나한권(十八趟羅漢拳), 유퇴가(遛腿架), 유각식(遛腳式), 팔타 이십식(八打二十式), 태조장권, 행보권(行步拳), 십이당 탄퇴(十二趟彈腿) 등 다양한 명칭의 태조권 관련 투로들이 존재한다.

  • 기계(器械): 태조곤(太祖棍), 삼절곤(三節棍), 소림곤(少林棍), 십이연창(十二連槍), 매화창(梅花槍), 사문대도(四門大刀), 방편산(方便鏟), 쌍수대(雙手帶), 매화도(梅花刀), 매화쌍구(梅花雙鉤), 만승도(萬勝刀), 응전도(應戰刀), 청룡검(靑龍劍), 이랑검(二朗劍), 쌍월(雙鉞) 등 다양한 병기술이 태조권과 함께 전승된다.

  • 대련(對練): 대타 태조곤(對打太祖棍), 삼절곤 진창(三節棍進槍), 단도 진창(單刀進槍), 대도 진창(大刀進槍), 자모추 대타(子母錘對打) 등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한 약속 대련 투로도 존재한다.

현대적 의의

모든 현대무술이 그렇듯이 고문헌에서 근거를 찾아 자신의 무술에 정체성을 더하는 것이라, 태조권의 역사에 대해서를 신뢰성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태조권이란 이름으로 이름이 없던 지역무술들이 목록화되는 과정은 살펴볼만 하다. 북파와 남파로 나뉘어 각기 다른 특색을 발전시켜 온 과정은 중국 무술의 지역적 다양성과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오늘날에도 태조권은 중국 본토는 물론 대만, 그리고 세계 각지의 화교 커뮤니티와 무술 애호가들을 통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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