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술
유술(柔術, Jujutsu)은 일본에서 발생한 다양한 형태의 무술을 아우르는 총칭이다. 이는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거나 관절기, 던지기, 조르기, 타격 등 맨손 기술과 때로는 작은 무기를 사용하여 제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술은 단순히 신체적 힘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술과 전략, 그리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중시하는 특징을 가지며, 상대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유(柔)’의 정신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고무도(古武道)의 한 갈래로 볼 수 있으나, 고무도가 더 광범위하게 검술, 창술 등 다양한 무기 기술을 포함하는 반면, 유술은 주로 비무장 상태에서의 전투 기술, 또는 단병(短兵)을 이용한 근접 전투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
1. 기원 및 발전
일본 유술의 기원은 고대 일본의 전장에서 찾을 수 있다. 야마토 시대부터 전국 시대에 이르기까지, 전장에서 사무라이들은 갑옷을 입은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효과적인 근접 전투 기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무기가 손상되거나 분실되었을 때, 또는 상대를 죽이지 않고 붙잡아 포로로 잡아야 할 때, 맨손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관절을 제어하는 기술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초기 유술은 특정 유파로 체계화되기보다는, 각 번이나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는 실용적인 전투 노하우의 형태로 존재했다. 이러한 기술들은 씨름(相撲, sumo)과 같은 전통적인 격투기와도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로마치 시대에 접어들면서 유술은 보다 체계적인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당시 전장에서는 갑옷을 입은 사무라이들이 근접전에서 서로를 제압하기 위한 기술이 필수적이었고, 이러한 요구에 따라 던지기, 조르기, 꺾기, 굳히기 등 다양한 유술 기술들이 발전했다. 특히, 구미우치(組打, kumiuchi)라고 불리는 갑옷을 입은 상태에서의 근접 전투 기술은 유술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갑옷의 틈새를 공략하거나 상대방을 넘어뜨려 제압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구미우치는 상대를 땅에 묶어두는 굳히기 기술과,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관절기 등이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에는 아직 ‘유술’이라는 통일된 명칭보다는 각 지역이나 유파에 따라 소박(小拍, kobaku), 견수(拳手, kenshu), 수술(手術, shujutsu)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에도 시대(1603-1868)에 들어서면서 일본은 장기간의 평화기를 맞이한다. 이 시기는 무술이 실전에서의 효용성보다는 정신 수양과 신체 단련의 목적으로 더욱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전장의 기술이었던 유술은 도장에서 가르쳐지는 체계적인 무술로 변모했으며, 다양한 유파들이 독자적인 기술과 철학을 발전시켰다. 이 시기에 많은 유술 유파들이 탄생하고 번성했으며, 각 유파는 고유의 기술 체계와 수련 방식을 확립했다. 유술의 ‘유(柔)’는 ‘부드러움’ 또는 ‘유연함’을 의미하며, 이는 단순히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움직임과 힘을 역이용하여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는 유술의 핵심 원리를 담고 있다.
에도 시대의 유술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발전했다. 하나는 실전적인 성격이 강한 유파로, 호신술이나 경찰 무술의 성격을 띠며 치한이나 강도를 제압하는 데 효과적인 기술들을 발전시켰다. 다른 하나는 정신 수양과 신체 단련을 강조하는 유파로, 기술적인 측면 외에 예절과 정신력을 강조하며 무도(武道)로서의 가치를 추구했다. 이 시기에는 각 유파가 고유의 비전(秘傳) 기술과 오의(奥義)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전수하는 방식 또한 매우 엄격했다. 문서화된 기술 전수보다는 스승과 제자 간의 직접적인 가르침을 통해 비법이 계승되었으며, 이는 유파의 정체성과 순수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방법이었다. 이러한 엄격한 전수 방식은 각 유파가 고유한 특색을 유지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2. 역사 및 현황
메이지 유신(1868) 이후 일본은 급격한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많은 전통 무술들이 존폐의 위기에 처한다. 사무라이 계급의 해체와 서양 문물의 유입으로 인해 전통 무술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기도 했으며, 일부 유파는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유술은 그 실용적인 가치와 정신 수양적 측면이 재조명되며 명맥을 이어갔다. 특히 유술을 근대 스포츠로 발전시킨 가노 지고로(嘉納治五郎)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가노 지고로는 젊은 시절부터 여러 유술 유파, 특히 기토류(起倒流)와 덴진신요류(天神真楊流)에서 유술을 수련했다. 그는 당시 유술이 지나치게 실전적이고 위험한 기술들을 포함하고 있어 대중화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그는 다양한 유술 유파의 기술을 연구하고 통합하여, 위험한 기술들을 배제하고 스포츠적인 요소를 강화한 새로운 무도를 창시하기로 결심했다. 1882년, 가노 지고로는 자신의 도장인 고도칸(講道館, Kodokan)을 설립하고 유도(柔道, Judo)를 창시했다. 유도는 기존 유술의 던지기, 굳히기, 조르기, 관절기 등을 체계화하고, 안전 규칙을 도입하여 누구나 수련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시켰다. 유도는 급속도로 대중화되었고,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유도의 성공은 유술의 기술들이 현대적으로 계승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동시에 ‘유술’이라는 용어가 ‘유도’에 흡수되는 경향을 낳기도 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유술과 유도를 동일시하는 오해를 갖게 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전통 무술은 다시 한번 변화를 겪는다. 연합군 점령기에는 무술 수련이 일시적으로 금지되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부활하여 전통 문화 보존의 측면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현대에 들어서 유술은 단순히 옛 무술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자기방어, 건강 증진, 그리고 정신 수양을 위한 활동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전통 유술 유파들은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며 고유의 기술과 철학을 전수하고 있으며, 일본 각지의 도장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유파의 기술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수련되고 있다.
또한, 유술의 원리를 응용한 현대적인 실전 무술들이나 호신술들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리언 주짓수(Brazilian Jiu-Jitsu)는 일본 유술의 일파인 강도관 유도의 기술을 기반으로 브라질에서 발전한 무술로, 그라운드 파이팅과 서브미션 기술에 특화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일본 유술이 현대 사회에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새로운 형태로 파생되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술은 종합격투기(MMA)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현대 자기방어 시스템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3. 유파
일본 유술은 수많은 유파(流派, Ryūha)를 가지고 있으며, 각 유파는 독자적인 역사, 기술 체계, 그리고 철학을 가진다. 이들 유파는 크게 에도 시대 이전에 성립된 고류 유술(古流柔術)과 메이지 유신 이후에 성립되거나 변형된 현대 유술로 나눌 수 있다. 고류 유술은 실전적인 기술과 전통적인 수련 방식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현대 유술은 스포츠화되거나 자기방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주요 유파들은 다음과 같다.
다케노우치류(竹内流, Takenouchi-ryū):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유술 유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1532년 다케노우치 히사모리(竹内久盛)에 의해 창시되었다. 이 유파는 던지기, 조르기, 관절기 등 다양한 기술을 포함하며, 칼이나 봉 같은 작은 무기를 이용한 기술도 가르친다. 다케노우치류는 유술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고 평가받으며, 일본 문화청 지정 무형문화재로도 등록되어 있다. 그 기술 체계는 매우 방대하고 복잡하며, 갑옷을 입은 상태에서의 전투를 상정한 기술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요신류(楊心流, Yōshin-ryū): 17세기에 아키야마 시로베 요시토키(秋山四郎兵衛義時)에 의해 창시되었다고 전해진다. ‘버드나무의 마음’이라는 뜻으로, 겨울에도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휘는 버드나무처럼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하는 유술의 원리를 강조한다. 이는 후대의 유도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몸의 중심 이동과 균형을 이용한 기술이 발달했다. 요신류는 다양한 형태의 던지기, 관절기, 타격기를 포함하며, 부드러운 움직임 속에서도 강력한 제압력을 발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토류(起倒流, Kitō-ryū): 17세기에 후쿠노 시치로에몬(福野七郎右衛門)에 의해 창시되었다. 던지기 기술이 특히 발달했으며, 유도 창시자인 가노 지고로가 이 유파의 기술을 깊이 연구하여 유도 기술 체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기토’는 ‘쓰러뜨리고 일으킨다’는 의미로, 상대를 넘어뜨려 제압하는 것을 중시한다. 기토류는 유도의 기본적인 던지기 기술인 메치기(投げ技)의 원형을 많이 제공했으며, 유술의 교육 체계와 수련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덴진신요류(天神真楊流, Tenjin Shin’yō-ryū): 19세기에 이소 마타에몬 요시노리(磯又右衛門義則)가 요신류와 신노신도류(真神道流)를 통합하여 창시했다. 이 유파는 던지기, 조르기, 관절기, 타격기 등 광범위한 기술을 포함하며, 특히 아테미(当身, Atemi)라고 불리는 급소 가격 기술이 발달했다. 유도 창시자인 가노 지고로가 유도 창안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유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유도의 굳히기(固め技)와 조르기(絞め技) 기술의 많은 부분이 덴진신요류에서 유래했다. 덴진신요류는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수련과 예절을 중요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동류합기유술(大東流合気柔術, Daitō-ryū Aiki-jūjutsu): 미나모토(源) 가문에서 전해 내려왔다고 주장되는 유파로, 19세기 말 사이고 쓰구미치(西郷頼母)와 다케다 소카쿠(武田惣角)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아이키도(合気道, Aikido)의 기원이 되는 유파로 유명하며, 상대의 힘을 흘려보내거나 역이용하는 ‘아이키(合気)’ 개념을 강조한다. 대동류합기유술은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관절을 제어하는 기술에 특화되어 있으며, 최소한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기술들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며, 숙련된 수련을 통해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
겐신류(源真流, Genshin-ryū): 에도 시대에 창시된 유파로, 주로 아이즈 번(会津藩)에서 전수되었다. 이 유파는 실전적인 기술과 정신력을 중시하며, 고류 유술의 특징인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응 기술을 포함한다. 특히 갑옷을 입은 상태에서의 전투와 맨손 전투 기술을 모두 다룬다.
쇼신류(正心流, Shōshin-ryū): 역시 에도 시대에 발전한 유파로, 던지기, 조르기, 관절기 외에 다양한 형태의 제압 기술을 포함한다. 이 유파는 상대의 공격을 흘려보내고 역으로 제압하는 유연한 기술 운용을 강조한다.
이 외에도 각 번이나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는 수많은 유술 유파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전통을 계승하고 고유의 기술을 연마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 유파는 단순한 무술 기술의 전수를 넘어, 일본의 전통 문화와 철학을 담고 있는 중요한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에 와서는 이들 고류 유술 유파들이 외국인 수련생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면서, 일본 유술의 전통과 기술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일부 유파는 국제적인 연맹을 결성하여 전 세계적으로 수련자를 늘려나가고 있으며, 이는 일본 유술이 과거의 유산이 아닌 살아 숨 쉬는 무술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4. 기술 및 수련
일본 유술의 기술은 크게 몇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던지기(投げ技, Nage-waza): 상대방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땅에 던져 제압하는 기술이다. 유도에서 발전한 다양한 던지기 기술의 원형이 유술에 포함되어 있다. 상대의 중심을 파악하고 자신의 체중과 움직임을 이용하여 힘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허리 던지기, 어깨 던지기, 발 기술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굳히기(固め技, Katame-waza): 상대방을 땅에 고정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다. 여기에는 누르기(抑え込み技, Osaekomi-waza), 조르기(絞め技, Shime-waza), 관절기(関節技, Kansetsu-waza) 등이 포함된다. 누르기는 상대를 바닥에 밀착시켜 제압하는 기술이며, 조르기는 목의 경동맥이나 기도를 압박하여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기술이다. 관절기는 팔꿈치, 무릎, 어깨 등 관절을 꺾거나 비틀어 고통을 주거나 탈골시키는 기술이다. 이들 기술은 상대방의 신체 구조와 약점을 정확히 이해해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테미(当身, Atemi): 타격 기술을 의미한다. 주먹, 발, 팔꿈치, 무릎 등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급소나 취약한 부위를 공격하여 충격을 주거나 균형을 무너뜨리는 기술이다. 유도에서는 아테미가 제한적으로 사용되지만, 많은 고류 유술 유파에서는 아테미가 중요한 기술 체계의 일부를 이룬다. 이는 상대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거나 다음 기술로 이어지는 연결 동작으로 활용된다.
낙법(受身, Ukemi): 넘어지거나 던져질 때 충격을 흡수하여 몸을 보호하는 기술이다. 유술 수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이며, 부상 방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 낙법이라고도 불리며, 이를 통해 수련자는 위험한 기술들을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다.
제압술(捕手, Torite): 상대를 포박하거나 제압하여 통제하는 기술이다. 이는 특히 경찰이나 경호원들이 상대방을 안전하게 제압해야 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상대의 손목, 팔, 어깨 등을 제어하여 움직임을 봉쇄하고 통제하는 기술들이 주를 이룬다.
유술의 수련은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수양도 중요하게 다룬다. 예절(礼儀), 인내심, 겸손함, 그리고 자기 절제력은 유술 수련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간주된다. 많은 유술 유파에서는 기술 연마와 더불어 카타(形, Kata)라고 불리는 정형화된 동작들을 반복 수련한다. 카타는 특정 상황을 가정한 기술의 흐름과 원리를 익히는 데 도움을 주며, 유파의 전통과 기술을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쿠미테(組手, Kumite) 또는 자유 대련을 통해 실전 적용 능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고류 유술에서는 부상 위험 때문에 자유 대련보다는 정해진 형태의 약속 대련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 유술 수련은 각 유파의 특성과 목표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어떤 유파는 엄격한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고류 유술의 원형을 보존하는 데 집중하고, 어떤 유파는 현대적인 자기방어 기술이나 스포츠 경기 규칙에 맞춰 변형된 형태로 수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유술은 신체 단련, 정신 수양, 그리고 실전적인 자기방어 능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5. 유술의 정신과 철학
유술은 단순히 싸우는 기술을 넘어선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유술의 핵심 정신은 바로 ‘유(柔)’의 개념에 있다. ‘유능제강(柔能制剛)’, 즉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한다’는 원리는 유술의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물리적인 힘의 우위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힘과 움직임을 역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지혜로운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상대가 강한 힘으로 밀어붙일 때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 힘을 흘려보내거나 방향을 전환하여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유술의 정수이다.
유술은 또한 ‘마음을 다스리는 무술’로도 여겨진다. 수련을 통해 인내심, 겸손함, 존중, 그리고 자기 절제의 미덕을 배우게 된다. 격렬한 신체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며, 어려운 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통해 끈기와 성취감을 경험한다. 이러한 정신적인 수양은 유술 수련자가 실생활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유술의 또 다른 중요한 철학은 ‘실용성’과 ‘효율성’이다. 유술은 전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전한 무술인 만큼, 불필요한 움직임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을 중시한다. 이는 기술의 정교함과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련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고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유술은 단순히 상대를 때려눕히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를 제압하되 불필요한 상해를 입히지 않고 통제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다. 이는 현대 호신술의 원리와도 상통하는 부분이다.
오늘날 일본 유술은 전통 무술로서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현대 사회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스포츠 유도나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같은 현대 무도로 발전하여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수련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아이키도와 같은 형태로 정신 수양의 측면을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 또한, 경찰, 군인, 경호원들의 실전 훈련이나 일반인들의 호신술 교육에도 유술의 원리와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로의 발전은 유술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와 뛰어난 실용성을 증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