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당검법의 소개
무당태을현문검은 무당검법이며 도가 사상을 기반으로 합니다. ‘以柔克剛(이유극강)’, 즉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긴다는 원리를 핵심으로 삼으며, 이는 단순히 힘을 겨루는 것을 넘어 상대의 힘을 빌려 역이용하는 기술로 발전했습니다. 무당파의 창시자로 알려진 장삼봉(張三丰)은 태극권의 창시자이기도 하며, 그의 무술 철학은 음양의 조화, 유연한 흐름, 그리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데 있습니다. 무당검법 또한 이와 같은 철학을 공유하며, 직선적인 공격보다는 곡선적인 움직임과 원형의 방어를 통해 적의 공격을 무력화시킵니다. 물론 장삼봉 도사는 존재 여부 자체가 불확실 하며, 장삼봉에게서 무당무술이 나왔다고 하는 것은 전설 일 뿐입니다.
무당검법은 명나라때인 장송계를 시조로 합니다. 송유일이 출판한 무당검법책에서 무당검술의 족보는 장송계를 1대로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무당검법은 신체의 유연성과 균형을 중요시하며, 복잡한 자세와 회전을 통해 상대의 허점을 노립니다. 또한, 검을 단순히 무기가 아닌 자신의 몸과 하나가 된 도구로 인식하여, 검의 움직임이 곧 몸의 움직임이 되고, 몸의 움직임이 곧 마음의 움직임이 되는 경지를 추구합니다.
2. 무당태을현문검武當太乙玄門劍에 대한 소개
중국 현대 무당파의 대표적인 검술로는 크게 두가지를 거론합니다.
무당태을현문검법(武當太乙玄門劍法)과 칠성검법입니다.
이 검술들은 1930년 이경림 장군 사망 이후에 성립된 검술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고 정확한 판단 일 것입니다. 특히 칠성검법은 아주 최근에 만들어진 신흥 창편 검술입니다. 따라서 무당검술의 근본을 간직한 적통은 태을현문검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당태을현문검은 무당검법 중에서도 가장 정수이자 대표적인 검법으로 꼽힙니다. ‘태을(太乙)’은 도가에서 만물의 근원이자 도의 최고 경지를 의미하며, ‘현문(玄門)’은 도교를 뜻합니다. 즉, 무당태을현문검은 도교의 심오한 철학을 담은 최고 경지의 검법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현문(玄門)이라는 표현은 노자도덕경 제6장에 나오는 다음 구절과 관련이 있습니다.
谷神不死是謂玄牝
玄牝之門是爲天地根
綿綿若存用之不勤
이 검법은 총 74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태극의 원리에 따라 동작이 서로 연결되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한 동작이 끝나기 무섭게 다음 동작이 시작되며, 멈춤과 이어짐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이는 마치 강물이 굽이쳐 흐르듯, 자연의 순리대로 이어지는 물의 흐름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때로는 부드러운 춤사위 같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기세와 강력한 힘이 숨어 있습니다.
3.무당태을현문검武當太乙玄門劍의 특징
태을현문검은 독특한 도가 무술 풍격으로 인해 무림에서 빛나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 의가 검을 이끌고 기가 검을 움직인다(以意领剑,以氣運剑).
이는 태을현문검의 가장 핵심적인 요체입니다. 대부분의 외가(外家) 검법이 속도와 힘, 그리고 복잡한 기술에 주안점을 둔다면, 태을현문검은 ‘먼저 의념(意念)을 쓰고, 다음에 형체(形体)를 움직인다’는 원칙을 중시합니다. 수련 시, 수련자는 먼저 마음을 고요히 하고 잡념을 없앤 후, 의념으로 전신의 진기(眞氣)를 운행하고, 다시 기가 검을 움직여 형체를 나타냅니다. 검의 움직임은 모두 내부 기혈의 흐름에 의해 주도되므로, 외형상으로는 유연하고 여유로우며, 실제로는 검기에 가득 차 있어 끊임없는 생기가 흐르게 됩니다.
둘째, 원활하고 유연하며, 굴곡이 있으며 강유를 겸비했다(圆活舒展,曲折連環,强柔竝製).
검법의 동작 구성은 원형과 호형의 운동을 위주로 하여, 몸의 회전과 검의 흔듦이 서로 호응하고, 굴곡이 있으며 고리처럼 연결되어 끊임이 없습니다. 공격과 수비에 있어서도 직선적인 강타를 사용하지 않고, 호형(弧形)의 납력(揽力)과 화해(化解)로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고, 그 힘을 이용하여 반격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강함은 부드러움에 깃들고, 부드러움은 강함을 감싸며, 강과 유가 서로 떨어지지 않고 서로 의지하며 상생합니다. 이는 도가 철학의 ‘강극则折(강하면 꺾인다), 유극则弱(부드러우면 약해진다)’ 사상을 구현한 것입니다.
셋째, 검신합일(劍身合一),신묘한 보법(步法).
태을현문검은 검과 몸의 결합을 매우 중시합니다. 검은 몸의 연장이지, 단순히 손에 쥔 도구가 아닙니다. 검이 움직이면 몸이 따라가고, 몸이 움직이면 검이 나타나며, 검과 몸이 하나가 되어 분리되지 않습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보법이 관건입니다. 그 보법는 팔괘보(八卦步)와 오행보(五行步)를 위주로 하여, 자리를 옮기고 몸을 돌리는 것이 경쾌하고 변화가 무궁무진하여, 마치 유성처럼 빠르고 신선의 춤처럼 아름답습니다. 수련자는 보법을 통해 전투에서 최적의 위치와 각도를 찾아, ‘작은 곳으로 큰 것을 이기고, 적은 것으로 많은 것을 이길’ 수 있습니다.
넷째, 무도겸수(武道兼修),술도합일(術道合一).
태을현문검의 가장 높은 경지는 무예 자체에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일련의 검법 동작은 단순한 전투 기술이 아니라, 도를 닦고 성품을 도야하는 ‘법문(法門)’입니다. 수련 과정은 곧 심성을 닦고 성품을 도야하는 과정입니다. 검을 연마함으로써 조용한 마음을 기르고, 고요한 가운데 지혜를 생발하게 하며, 번잡한 속세를 초월한 평화로운 마음가짐을 얻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진정한 태을현문검 고수는 반드시 담박하고 고요한 기품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바로 도가 수양의 결과입니다.
4. 무당태을현문검武當太乙玄門劍과 다른 유명 검술들간의 차이점
중국 전통 무술에서 검법은 수없이 다양하지만, 태을현문검은 그 독특한 이론과 풍격으로 다른 유명 검법과 뚜렷이 구별됩니다.
1) 소림 검법(少林剑法)과의 비교:
소림 검법은 그 기세가 웅장하고 동작이 격렬하며, 빠르고 강한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검은 용처럼 휘두르고, 기는 호랑이처럼 뻗는다’는 말이 있으며, 실전성을 매우 중시합니다. 이에 비해 태을현문검은 더욱 내향적이고 유연하며, 강유를 겸비하고 의와 기를 중시합니다. 소림 검법이 ‘힘으로 승부하는’ 외공(外功)의 전형을 보인다면, 태을현문검은 ‘기교로 힘을 제어하는’ 내공(内功)의 정수를 나타냅니다.
2) 청평 검법(青萍剑法)과의 비교:
청평검법은 물위에 떠다니는 수초처럼 가볍고 경쾌한 모습이 특징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중국검술이기도 하며, 그래서 중국에서는 무형문화재에 해당하는 ‘비물질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청평검법의 장문인은 창저우에 있는 이준덕 노사이며, 현재 청평검 제9대 전인입니다.
청평검술은 기예가 정묘하고 자태가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어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점은 태을현문검과 다소 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청평검의 ‘부드러움’은 종종 더욱 섬세하고 복잡한 기술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태을현문검의 ‘부드러움’은 내기(内氣)의 운용과 심성의 수양에 더 깊이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 철학적 배경이 더욱 도가적입니다.
5. 무당태을현문검武當太乙玄門劍의 전수맥과 현재 상황
무당태을현문검은 구전과 수련을 통해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구술 전승의 형태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무당파 내부에서도 소수의 정통 전수자들을 통해 그 맥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과거에는 문파 내부의 비전(秘傳)으로 여겨져 아무에게나 전수되지 않았습니다. 무당산에 입산한 초보 도사들도 적어도 5년 이상의 수련기간이 지난 후에야 태을현문검법을 입문할 수 있었습니다. 대개 기본공 훈련과 태극권을 배우고, 태극검법을 익히고 나면 그제서야 태을현문검을 접하게 됩니다.
특히 현대에 와서 무당파 제13대 전인(傳人)인 종운룡(鍾雲龍) 도사 등의 노력으로, 태을현문검은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널리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종운룡 도사는 무당 산에서 엄격한 수련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스승의 구술과 고전 문헌에 기초하여 태을현문검의 검리(劍理)와 검법(劍法)을 깊이 연구하고 정리하여 비교적 완전한 수련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종운룡 도사는 무당산도교협회의 회장을 지냈고,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무당산의 대표자 이기도 합니다.
현재 태을현문검의 전수 상황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무당산에는 무당 무술 학원들이 설립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무술가들이 찾아와 배우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다양한 미디어의 발달로, 이 일찍이 신비에 싸여 있던 검법도 점차 세상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많은 무술 대회와 문화 교류 행사에서 태을현문검의 연무는 관중들에게 도가 무술의 독특한 매력을 선사하며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무당태을현문검은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기술을 넘어, 도교의 심오한 철학을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이자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수양법입니다. 이 검법을 통해 우리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고,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게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종운룡 도장의 제자들은 무당 제14대 제자 항렬이며, 돌림자는 ‘사(師)’입니다. 도호에 사(師)를 사용하는 도사들은 14대 인 것입니다.
6. 무당태을현문검武當太乙玄門劍의 진짜 특징
자, 이제 무당태을현문검의 진짜 특징이 무엇인가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위에 서술한 내용들은 일반적인 내용들 이었습니다.
태을현문검법은 근접전에 특화된 검술입니다. 그래서 중거리나 근거리에서 전투합니다. 그런데 장검을 들고 있으므로, 이 장검을 근거리에서 사용하는 기술들에 대한 연구가 깊습니다. 서양검술 중에서는 피오레 검술과 흡사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술과 기술의 연결은 대개 권검(圈劍)으로 이루어 집니다. 청평검술이 연결을 획검(劃劍)을 주로 사용하는데에 반해서, 태을현문검술은 권검(圈劍)이 많습니다. 권검(圈劍)은 펜싱의 데가제(데가즈망)과 비슷합니다. 데가즈망과 교검(攪劍)이 섞인 형태가 권검(圈劍)입니다.
권검(圈劍)은 무비지 조선세법24세의 격자격세(擊刺格洗)에서 세법(洗法)과 관련이 있습니다. 무당검 9대 전인인 송유일 무당검술의 기본이 모검4세(母劍四勢)이고, 모검4세(母劍四勢)가 조선세법24세의 격자격세(擊刺格洗)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해가 쉬울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세법(洗法)은 ‘갈겨치기’ 혹은 ‘씻기’, ‘베기’ 등등으로 해석한 무술인들이 대부분인데, 세법(洗法)은 그런 것이 전혀 아닙니다. 한국의 무예도보통지 그룹에서 해석해 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세법(洗法)은 100년전에 역사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며, 무당검법과 팔괘검법에 완전한 형태로 오늘날까지 전수되어 오고 있습니다.
특히 무당 태을현문검법은 분검(分劍)의 기술이 매우 현란하고 다양합니다. 무척 실용적이고 무서운 검술 기술들입니다.
현재 무당태을현문검법을 배우기 시작한 회원들도 이구동성으로 ‘이 검술은 동영상 보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 배울 수 없겠다’라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분검(分劍)의 기술들은 몸 외부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중국 현지에도 문서나 동영상 자료가 전혀 없기 때문에 외부인들은 알기 어렵습니다. 중국자료를 검색해보면 태을현문검보는 더러 튀어나옵니다만, 74식의 이름과 간단한 묘사만 있을 뿐으로,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책보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부분 일 것입니다.
분검(分劍) 기법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검술 기술들이 아니며, 조선초부터 시작된 종묘제례악에 있는 정대업지무에도 그 흔적이 일부 남아 있습니다.
이 기술들은 청평검법에서도 몇 번 보이고 있고, 이경림이 만든 태극검법에서도 한두번 나옵니다. 심지어 중국의 감계향 교수님이 현대에 창편하여 만드신 32식 태극검에도 한번 나오기도 합니다만, 그 흔적은 아는 사람의 눈에만 보입니다. 그러니 이런 기술들은 태극검법을 제대로 배운 사범이라면 알고 있어야 마땅한 것이며, 온전히 무당파만의 비밀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무당검술에서는 다른 문파보다 이 기술들이 매우 다양하고 깊이 있게 강조하여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무당태을현문검법이 한국에서 지도가 시작된 것은 이번 수업이 처음 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무당파에서는 이것을 한국인에게 가르친 적이 그동안 한번도 없었다고 수년전에 공식 확인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점에서 이번 태을현문검법 수업은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